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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바보 노무현' 추모콘서트

"사법시험 준비했던 연세대학교 법대생입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6. 23.


6월21일 연대 노천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 공연이
학교 측의 반대로 열리지 못해 공연 장소를 급히 성공회대 대운동장으로 바꿔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학교 측의 반대논리는
"다음날 사법시험 2차시험이 있어 공연이 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 방해가 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논리'라기 보다는 '구실'로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노천극장 사용신청을 한 총학생회는 대다수 학생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해서 기말고사가 끝난 시점에 행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평일이 아닌 일요일을 선택했습니다. 그것도 밤 시간입니다.

공연 장소도 노천극장이라는 곳입니다.
공연을 해서는 안 되는 곳에서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공연하라고 만든 시설에서
학생들 방해 안 되게 시험 끝나고, 일요일에, 저녁에 하겠다는 것이었는데도 끝내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아주 냉정한 논리로 따지면,
'연세대학교'지 '연세고시원'이 아니기 때문에 고시생의 이해관계를 반영해줄 책임은 없습니다.
(고시원을 수익 사업을 위해 운영한다면 의무가 발생할 수 있겠지만, 고시원에 입실시켜주는 것은 일종의 '특혜'아닌가요?)
고시생의 이해관계를 반영해주는 것은 '양해'의 차원이지, '의무'의 차원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데 연대 측은 이 고시생들의 사적 이해를 빌미로 공연 기획단의 공적 이해를 침해했습니다.
이날 공연이 취소되었다면 10명의 가수 혹은 그룹에게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대체 장소를 급히 마련하지 못했다면 공연이 무산될 수도 있었습니다.
공연장 하나도 확실하게 하지 못하는 기획단에게 가수들이 두 번이나 무료공연 기회를 주진 않죠.

급히 공연장을 옮기다보니 성공회대 주변 주민들에게 극심한 해를 끼쳤습니다.
산 중턱에 있는 연대 노천극장과 달리 성공회대는 주택가 가운데 있어서
대운동장에서 밤에 공연을 하면 주변 주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습니다.
연대 측의 논리대로라면 절대 공연을 열 수 없었던 곳은 성공회대 대운동장이었습니다.

어찌되었건 이것은 제 생각이고,
다음은 이해당사자인 연대 법대생이 방명록에 남겨놓은 글입니다.
자신이 당사자지만 차분하게 공정하게 쓰려고 노력한 글이라 생각해서 올립니다.



글 - 연대 법대 학생


고재열 기자님에게 이번 연세대 추모공연 불허 결정이 난 것에 대해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연세대 법대 학생인데, 연세대 법대 건물 내에 법대 고시반이 있습니다. 고시실은 매년 정기적으로 사법시험 1차 성적이라던가 학교 내부 시험으로 선발하고요. 보통 2차 시험기간에는 학교 측에서 고시실 모집을 추가적으로 합니다.

노천극장과 백양로에서 시끄럽게 한다던가 하면 법대 건물까지 다 들립니다.(백양로에서 하는 축제 때도 물론 법대건물까지 소리 다 들리지요.) 그러면 이번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당장 사법시험 2차보는 고시생들에게 방해가 될 것은 뻔합니다. 아시다시피 로스쿨 도입으로 인해 법대는 곧 폐지될 상황이고 사법시험 선발 인원도 점차 감축해가는 상황에서, 학교 측의 조치는 노천극장이 역사적인 현장이 될 수 없었다는 사실에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사법시험 보시는 분들이 하는 말이 있죠. 사시 1차는 전날에 헌민형 1회독 못보면 떨어지고, 사시 2차 역시 전날에 그 다음날 보는 2과목 책 못보고 들어가면 불합격입니다. 6월에는 사법시험 2차시험 일정, 6월 22일(월) ~ 6월 25일(목)/행정고시 2차시험 일정, 6월 29일 ~ 7월 3일 /CPA 2차시험 일정 6월 28일 ~ 6월 29일 등의 중요한 시험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실 이건 학교 측에서 전혀 사법시험 일정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추모콘서트 일정을 이렇게 잡아서 일이 이렇게 된 겁니다. 학교 측의 미숙한 일처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법대 학생들이 이기적인 집단이어서 이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따지면 애시당초 일정을 잘못 잡은 학교 측의 실수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겁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나이브한 생각만으로만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기자님도 알고 계실 듯합니다. 지금 MB정부가 딱 그런 상황 아닙니까? 사회를 바꾸려면 힘을 가져야 하는 것이지요. 많은 학생들은 추모 공연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최측에서 일정을 잘못 잡아서 일이 이렇게 된 것이죠.

그리고... 기자님의 게시글에 달린 몇가지 댓글들과 포털에 달린 각종 댓글들을 읽으면서 든 생각인데... 전 이미 사법권력을 획득한 자들의 마인드와 그러한 권력 따위는 아직 손에 쥐어보지도 못한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자들의 마인드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둘을 같게 보는 건 일반화의 오류 같아요.

전 김동길 명예교수가 교수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물론 수업 같은건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안하시는 걸로 알아요. 90년대 초반까지만 강의하셨나? 하여간 관심 같은거 1g도 없습니다.

네티즌들이 연세대 중도 옆에 설치되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 옆에 어떤 연세대DC 갤러리인이 [김동길 명예교수님 사과하십시오]라고 대자보 붙였던 것만이라도 알고 있다면, 이런 식으로 매도해가진 않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에는, 그리고 집단에는 언제나 그 집단을 구성하는 사람만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연세대는 마치 친일매국사학이고 MB빠이고 이런 식으로 몰아가는 걸 보니 보기 좋지 않네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건 주최측과 학교측의 실수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괜히 법대생들만 욕먹고 있네요. 학교는... 뭐 사법시험 있는 거 까먹었다는 이유로 말 바꿨으니까 말 바꾼 걸로 욕 먹을 만 하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