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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독설/이명박 바로세우기

CEO 출신이 본 이명박 리더십의 문제점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6. 28.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흔히 하는 이야기는 바로 기업체 사장의 리더십과 대통령의 리더십이 다른데,
이 대통령이 이 차이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기업체 사장에게 중요한 것은 목표를 달성하고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고 손해 보는 사람의 목소리도 반영해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비교만으로는 뭔가가 부족했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얼마 전 이계안 전 의원을 만났다.
이 전 의원은 지금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연수중이다.
연세대학교에 특강 요청을 받고 잠시 들어온다는 이메일을 받고 한 번 만나고 싶다고 답신을 보냈다. 이 전 의원에게서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친한 기자 한 명과 함께 만났다.



이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스펙이 비슷하다.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을 거쳐 국회의원이 되었고 
이 전 의원은 현대자동차 사장을 거쳐 국회의원이 되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에 도전해 당선되었지만 이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에 패했다. 

2006년 지방선거 경선 전에도 다른 기자와 함께 그를 만난 적이 있었다.
CEO 출신 정치인의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진대제 전 장관과 자신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지 비교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왜 비교할 수 없냐고 했더니 그는 “진대제는 CEO가 아니었으니까. CEO라면 의사결정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삼성에서 오너 말고 의사결정권이 있는 사람은 이학수뿐이다. 나머지는 의사결정권이 없다. 그냥 팀장일 뿐이다. 그러므로 그와 나를 비교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그 다음 질문으로, 이명박 시장과 한번 비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답은 “이명박 시장은 생산재산업 CEO였고, 나는 소비재산업 CEO였다. 생산재산업 CEO보다는 소비재 산업 CEO가 소비자를 잘 안다. 정치에는 소비재산업 CEO가 더 맞다”라고 말했다.

3년 뒤, 그에게 다시 물었다.
먼저 이학수 전 부회장과 비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답은 “이학수 부회장은 재벌 2세의 참모다. 나는 재벌 1세, 창업주의 참모다. 그것이 차이점이다. 이건희 회장도 장점이 많은 오너지만, 창업주와는 큰 차이가 있다. 어찌되었건 이건희 회장은 이학수의 도움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부분에서는 약간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를 정몽구 회장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로 비슷한 2세 참모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인식은 달랐다.) 

다음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를 물어 보았다. 
역시 생산재산업 CEO였다는 것이 문제라며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소비자가 없었다. 있었다면 정부와 수자원공사, 혹은 외국 정부와 같은 단일한 주체의 소비자가 있었을 뿐이다. 그들과 담판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담판도 정주영 회장이 한 것이지만. 그러나 소비재 산업은 다르다. 소비자와는 담판을 지을 수가 없다. 그냥 따라야 한다. 내가 현대자동차와 현대캐피탈 CEO를 해봤는데, 소비자를 따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시절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이런 ‘담판 정치(혹은 쇼부 정치)’는 성공적이었다. 
청계천 복원공사 때 상인회와의 담판, 버스전용차로 설치를 비롯한 교통체계 개편과 관련한 버스회사와의 담판, 그리고 뉴타운 공사를 위한 주민회와의 담판, 그 담판을 잘 마무리해서 그는 성취를 거두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시민은 그저 ‘성가신 존재’이었을 뿐이었다. 
사업을 진행할 때 만나는 숱한 민원제기자들, 그들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민이다.
‘따라야 할 대상’이 아닌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인 것이다. 
그 ‘성가신 존재’들은 청계천이 만들어지면, 버스전용차로가 들어서면, 뉴타운이 만들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도가 칭찬일변도로 돌변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담판을 지어야 할 대상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대운하도 만들기만 하면 국민들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고,
조중동 방송도 금새 익숙해 지리라고 생각한다.

복잡한 것은 자신의 몫이 아니다. 
자신은 '원청업체' 미국과의 관계 같은 것을 풀어내는 역할을 맡고  
국회는 ‘정치 하청업체’인 한나라당이 알아서 하고
민심같은 것은 조중동과 같은 ‘여론 하청업체’에게 맡기면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과정을 무시한 정치는 위험하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최악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경제도 못 살리는 대통령’이다.
‘경제 살리기’는 실패한 대통령이 되지 않기 위한 그의 유일한 알리바이다.

그러나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다 한들,
이미 국민들은 그 성취를 깎아내릴 준비가 되어 있다.
기업이야 여러 사업을 벌였다가 손해보는 것이 있으면 다른데서 번 것을 가지고 메우면 된다.
그러나 정치는 다르다.
참여정부가 부동산값을 잡지 못해 ‘무능한 정부’로 찍혔듯이 이명박 정부도 그런 실책이 나올 경우 골로 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
사업이 좀 실패했다고 해서, 혹은 정치에 잘못 뛰어들었다 해서 현대가 정주영을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은 대통령을 버릴 수 있다.
국민이 버리기 전에 한나라당이 이명박을 버릴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이 노무현을 버렸듯이, 민주당이 김대중을 버렸듯이, 신한국당이 김영삼을 버렸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