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7시30분께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이 자택 앞에서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이 장면을 촬영한 사람은 초등학교 6학년인 최상재 위원장의 딸이었습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우리 언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최상재 위원장은 언론노조총파업을 진두지휘 해왔습니다.
경찰은 딸이 보는 앞에서 최 위원장에게 수갑을 채우고 연행했습니다.
최상재 위원장은 자신이 체포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파업 때는 언론노조 지본부장들과 함께 국회 본청에 밀고 들어갔기 때문에,
본인도 체포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최 위원장은 미디어법 표결 무산 이후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나 한 명으로 끝내라. 다른 언론노조 지본부장은 건드리지 마라"라고 말했습니다.
최 위원장은 "만약 다른 지본부장까지 문제삼으려면 야당 국회의원들을 폭행한 한나라당 당직자에게도 똑같이 죄를 물으라"라고 요구했습니다.
최상재 위원장은 구속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언론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를 것이라는 것도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3차 파업에서는 유난히 전면에 많이 나섰습니다.
경찰 간부들과의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고, 국회 본청 진입도 불사했습니다.
지난 주말에 구속에 대비해 최상재 위원장 인터뷰를 미리해두려다 말았습니다.
목이 너무 쉬어서 말하는 것이 곤욕스러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말을 받아놓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대신 언론노조총파업 정리집회에서 최상재 위원장이 전한 마지막 당부의 말을 전합니다.
"지긋지긋하게 들으셨을텐데 마지막 당부입니다.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는 없다는 각오로 시작한 파업입니다.
여러분들이 눈으로 본 사실을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보도투쟁'입니다.
핸드폰 전화번호부에 있는 전화번호로 여덟자를 보냅시다.
'언 론 악 법 원 천 무 효'
노조위원장 5년 하는 사이에 전화번호가 1200개로 늘었습니다.
나도 오늘 약속 지키겠습니다.
무엇보다 가족에 감사합니다.
가장을 전쟁터에 내놓고 노심초사했을 사람들입니다.
집에 가서 피곤하다고 그냥 눕지 말고 가사노동 열심히 해서 다음에 나올 때 눈치 보지 말고 나올 수 있도록 합시다.
저도 지난 파업 때 집에 가서 10시간 동안 했습니다.
현재 조중동은 물타기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절대 '통과'라는 단언를 쓰지 말고, '강행처리 무산'이라고 합시다.
끝까지 싸웁시다.
우리 후배들이 언론의 독립자 자유를 외칠 수 있도록 끝까지 물러서지 맙시다."
주> 다음은 최상재 위원장이 언론노조 총파업에 돌입하며
국민에게 전하는 글을 적은 편지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저희 1만 2천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오늘(21일) 새벽 06:00부터 세 번째 총파업에 돌입하였습니다.
저희들의 파업 목적이 신문과 방송을 멈추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프로그램과 기획기사를 만들어 대비했고 또 필수인력은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어 국민 여러분들께 큰 불편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희들이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 속에서 두 차례 파업을 진행하고 이 뜨거운 불볕더위에 또다시 거리에 나서게 된 것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기어코 언론악법을 날치기 통과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3분의 2, 언론학자의 70% 이상, 언론종사자의 80% 이상이 반대하고 있는 이 악법을 밀어붙이는 것은 그동안 한나라당이 주장해온 일자리 창출, 여론 다양성 강화가 모두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언론법 개정의 근거로 활용되어온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을 28,000 달러로 부풀려 계상하는가 하면,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자의 매출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자료를 선택해 우리나라의 미디어 산업이 크게 낙후된 것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 허위자료를 근거로 조중동과 재벌에게 방송뉴스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것입니다.
이처럼 거짓이 명백하게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폐기하지 않고 오히려 더 거세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언론악법이 일자리를 위한 법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장기집권과 조중동 수구족벌신문에게 방송을 쥐어주려는 정치적 목적의 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사수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일어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돌아보면 참으로 고단한 시간이었습니다.
작년 12월과 올 2월, 두 차례의 싸움에서 저희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12명의 언론인들이 수갑을 찼고, 20여명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고, 6명의 YTN 해직기자들을 비롯해 50여 명의 조합원들이 크고 작은 징계를 받았습니다.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몸으로 혹독한 겨울바람에 이어 뜨거운 불볕더위에 서야 하는 발걸음이 어찌 가벼울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저희는 언론, 특히 방송뉴스를 재벌과 조중동에게 주려는 이명박 정권에 맞서 일보후퇴 없이, 당당하게 싸울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다시 어둠이 내리고 있습니다. 하이에나보다 더 집요한 민주주의의 적들이 또다시 유령처럼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희가 다시 일어서지 않으면,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언론이 무너지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힘 없고 약한 국민들께 돌아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저희들이, 어떻게 이 참담한 현실을 가만히 앉아서 두고 볼 수 있겠습니까? 굽은 것은 바로 펴고 썩은 것은 도려내야 하는 우리의 숙명이 어찌 이 싸움을 피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는 다시 정권의 나팔수, 자본의 개가 되어 가난하고 약한 이들의 등을 치는 도구로 전락하고 싶지 않습니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치욕스러운 삶을 택하기보다 차라리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외치다 쓰러지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고 믿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희가 지금 이 순간까지 언론악법을 막고 있는 것이 어찌 저희 힘만으로 가능했겠습니까? 촛불 한 자루로 군홧발에 맞서다 흘린 시민들의 핏자국, 6개월째 장례도 치르지 못한 용산 철거민들의 참혹한 주검, 벼랑에서 던져진 전 대통령의 찢겨진 시신,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의 목숨을 건 해고반대 투쟁, 그리고 870만 비정규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있었기에 저희가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 언론노동자들이 해야 할 일은 이 찢기고 상처받은 모든 영혼들을 가슴에 안고 마지막 싸움에 나서는 것이라 믿습니다. 언론악법을 끝장내고 민주주의를 사수하는 마지막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 저희 언론노동자들의 책임과 의무라고 선언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희는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함께 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09년 7월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최상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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