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파워블로거로 가는 길

블로거가 기자보다 나은 네 가지 이유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8. 31.




지지난 주말에 2012 여수세계박람회 여수시준비위원회 초청으로 ‘블로거 팸투어’를 다녀왔습니다.
출장과 출장 사이 이틀 동안 다녀와야 해서 망설였지만,
여수에서 맺었던 소중한 인연이 있었고, 
이명박정부가 여수세계박람회 지원에 무심하다는 소식을 들은터라, 좀 무리해서 다녀왔습니다.

유명 블로거분들을 많이 뵐 수 있다는 것도 무리해서 참가했던 이유였습니다.
지난 겨울에 평창 숭어축제 초청으로 ‘블로거 팸투어’를 다녀왔었는데, 그때 블로거분들을 뵐 수 있어서 정말 좋았거든요.
그때 블로거분들의 취재 방식에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블로거분들에게 좀 실망했습니다.
꼼꼼히 메모하는 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냥 건성으로 사진을 찍는둥 마는둥 하는 모습이었는데,
나중에 돌아와서 포스팅하신 것을 보니 정말 근사했습니다.

기자들이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이해시키려고 할 때,
블로거분들은 공감을 느끼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정말 그 순간의 느낌을 잘 재현했더군요.
사진을 찍으면서 자신의 느낌까지 찍어놓은 듯...

그래서 이번 포스팅도 기대를 품고 기다렸습니다.
저는 그분들이 포스팅하신 것에 대해 포스팅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으셨습니다.
여수에서 느꼈던 감정을 여러 번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블로거분들의 글을 읽고,

‘블로거가 기자보다 나은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제 ‘프로 저널리즘 vs 아마추어 블로거리즘’의 이분법은 이미 깨졌습니다.
이미 블로거는 프로페셔널리즘과 저널리즘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할 정도로, 성숙해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블로거가 기자보다 나은 이유’는 다음의 네 가지입니다.

하나, 다양한 시선을 보여줄 수 있다.
둘, 한 문제에 천착할 수 있다.
셋,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다.
넷, 자신의 일을 즐긴다.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하나, 다양한 시선을 보여줄 수 있다.

팸투어 후에 여수에 대한 글을 올릴 때, ‘맛객’님은 맛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여수 미인은 갯장어가 만든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에 주목하시는 ‘무릉도원’님은
<여수 오동도에서 만난 음악분수와 아이들>에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운동권 회사원, ‘승주나무’님은 인동초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여수의 섬마을에서 만난 김대중꽃 인동초>를 포스팅했습니다.
시사 블로거인 ‘세미예’님 역시 인동초에 대해 썼습니다.
<부산블로거인 나, 여수서 조문하고 섬에서 인동초 찾아보니>라는 글입니다.

기자 블로거인 ‘김주완’님은 다른 블로거들이 찾지 않았던 폐교를 가보고
<외딴섬 폐교엔 청포도가 주렁주렁>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노동조합에서 일하시는 ‘거다란’님은 돌산 갓김치 공장의 노동문제를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백서방 갓김치의 맛을 더한 정규직화 14명>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이들의 글을 읽으며 나는 마음속으로 여수를 여러 번 다시 다녀왔습니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내가 느끼지 못한 것을 느낀 것에 대해서는 묘한 질투심도 느껴졌습니다.
‘이용한’님은 사약을 만드는 꽃, ‘유도화’를 보셨더군요. 부러워라~)


둘, 한 문제에 천착할 수 있다.

블로거들에게 볼 수 있는 장점은 ‘몰입’입니다.
일부 기자들이 ‘몰입’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은 몰입하기 쉽지 않습니다.
다뤄야 할 현안이 자주 바뀌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굳은 의지를 갖고 있지 않은 이상, ‘몰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블로거분들 중에는 이 ‘몰입의 미학’을 보여주시는 분이 많습니다.

섬에 꽂혀 여기저기 방랑중인 블로거 ‘바람흔적’님은
여수를 사도-향일암-경도-오동도,  한 곳 한 곳을 따로 조명하셨더군요. 

‘라라윈’님 역시 여러 번의 여수 음식탐사 결과물을 모아서
<여수, 맛집이 너무 많아서 5번을 가도 다 못가>라는 포스팅을 남겼습니다.



셋,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다.

블로거의 탄생은 <오마이뉴스>가 처음 주창하던,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명제에서 ‘모든 시민은 미디어다’라는 명제로 넘어간 것을 의미합니다.
기자에서 미디어로 진화했던 것은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지는 위치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율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블로거들은 비판할 부분은 거침없이 비판했습니다.
저는 늦게 가서 맛보지 못했는데, 현지 간장게장 식당을 들렀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수 간장게장은 그다지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블로거들은 이를 과감히 지적했습니다.
김주완 선배는 <여수 간장게장이 경쟁력을 가지려면?>이라는 글로 충고를 했고
‘맛객’님 역시 <관광지 게장백반 유감이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넷, 자신의 일을 즐긴다. 

블로거들의 마지막 장점은 자신의 블로깅을 즐긴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자들이 절대 따라가지 못할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즐기면서 하는 사람은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라라윈’님의 <사도, 해리포터와 마법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신비한 섬>와 같은 상상력 넘치는 포스팅이나 ‘무릉도원’님의 <아내에게 들려주는 공룡섬 사도 이야기>도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기에 가능한 포스팅일 것입니다. 
‘맛객’님은 여수에서 먹은 간장게장이 맛이 없었다며, 다시 여수를 찾아 재도전해서 기어이 맛있는 집을 발견해 냈습니다.



모든 블로거들이 자신만의 특장을 발휘하며
자신의 경험을 누리꾼들과 나누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무엇을 할까요?
‘독설닷컴’의 주특기는 ‘이렇게 한 번 해보자’ 하고 판을 벌이는 것입니다.
다음 포스팅을 통해서 여수 엑스포를 위한 제안을 한 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메모리카드에 에러가 나서 사진이 다 지워졌는데, 복구되는 대로 올려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