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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하자보수팀

수배된 총학생회장들,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9. 2.


수배 수배 수배...

요즘 고려대 학생회관에 가면 24시간 내내 학생회관 주변을 배회하는 텁수룩한 머리의 남성 한 명과 선머슴 같은 머리를 한 여성 한 명을 볼 수 있습니다.
학생회관과 그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고 뱅뱅 도는 이 남성은 정태호 고려대 총학생회장이고 여성은 박해선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입니다.
둘은 20여 년 전 386세대 운동권 선배들이나 경험했던 수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등록금 인상 반대집회를 주최한 일 때문에 수배된 이들은 벌써 여러 달째(정태호 회장 4개월, 박해선 회장 2개월) 학생회관에서 생활 중입니다.
정태호씨는 머리를 자르지 못해 더벅머리가 되었고 박해선씨는 삭발한 머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선머슴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여름 한철을 꼬박 이 학생회관에서 보냈습니다.  

    



둘 중 정태호 회장은 특히 바깥출입할 때 조심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19일 경찰에 연행될 뻔했기 때문입니다.
외국어대에서 열린 서울지역 대학생시국대회에 참석하고 택시를 타고 돌아오던 그는 길을 막아선 경찰에 연행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택시 운전사와 시민들의 도움으로 그는 무사히 학생회관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들의 신분도 밝히지 않고 영장도 제시하지 않은 그들은 ‘괴한’과 다를 것이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가끔 외부 행사를 위해 바깥출입을 하는 박해선 회장은 ‘운동화 울렁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는 “외부에 행사가 있으면 모자를 꾹 눌러쓰고 몰래 나간다. 그런데 운동화를 신은 중년 남자를 보면 경찰이 아닌가 해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수배 생활이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별일이었다. 매번 영화를 찍는 기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박해선씨는 남의 학교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처지라 총학생회장 직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무분별한 수배가 학생회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비판했습니다.

정태호씨도 외부에 큰 행사가 있을 때는 나갑니다.
그러나 혼자 나가지는 않고 총학생회 집행부 등과 무리를 지어 다닙니다. 일종의 보디가드인 셈입니다.
박해선 회장과 마찬가지로 학교 밖에 나갈 때는 휴대전화를 끄고 다닙니다.
위치 추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연락이 잘 안돼 다른 사람들이 애를 먹습니다).
정태호 회장은 “많이 불편하지만 구속되면 총학생회장으로서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감내하고 있다. 나를 붙잡겠다고 학교 안까지 올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연행 연행 연행...

촛불집회 1주년을 전후해 경찰의 학생운동 견제가 본격화되었습니다.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운동권 학생들과 학생회 간부를 마구잡이로 연행해갔습니다.
누리꾼에게 ‘고대녀’로 알려진 ‘다함께’ 활동가 김지윤씨를 5월28일 연행한 것을 시작으로 7월7일에는 건국대 총학생회장 등을 연행했고, 7월11일에는 노무현 추모 콘서트를 마치고 귀가 중인 전국예술계열대학생연합 집행위원장을, 7월24일에는 성공회대 부총학생회장을 연행했습니다.
한국대학생연합 의장인 이원기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벌써 세 번이나 연행되기도 했습니다. 이원기 회장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개 끌듯이 끌고 가는 이유가 궁금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건국대 정치대 학생회장, 생활도서관장 등과 연행된 하인준 총학생회장은 홍제동 대공분실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를 받고 나온 그는 “캐비닛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수사자료가 많았다. 내 모든 이메일이 수사당했고 내가 참석했던 모든 집회에서의 행적이 채증되어 있었다. 두려웠다”라고 회고했습니다.

대학생들은 경찰의 마구잡이식 연행이 학생의 사회참여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부당한 수사라며 경찰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2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학교에 돌아온 학생들이 방학 동안 퇴행한 학내 민주주의를 되돌리기 위해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줄지, 민주주의 최대의 적이라는 ‘무관심’에 또 한번 좌절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9월15일(화요일) 에 이들과 소주 한 잔 하면서 회포를 풀까 합니다.
혹시 함께 하실 분이 있으면 연락주세요.
(물론 경찰은 안됩니다. ㅋㅋ)
못오셔서 고대 총학생회실로 안주 보내주시면, 달게 받겠습니다.

@jinida 님이 이들을 위해
Jimi Hendrix의 <Machine Gun>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화요일 번개 때 함께 듣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sVvtIS2YGV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