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주도 깡그리 거리에서 보냈다.
월요일, YTN 낙하산 구본홍 사장 내정자 출근저지 투쟁
화요일, ‘방송장악 네티즌탄압저지 범국민행동’ 결성 기자회견
수요일, KBS 이사회 저지 투쟁 (언론노조 총파업 집회는 시간이 겹쳐서 못갔다)
목요일, ‘방송장악 네티즌탄압저지 범국민행동’ 발족식
금요일, 마감 끝내고 ‘안진걸 후원 일일호프’와 ‘문용식 후원 일일호프’를 순회해야 한다.
현장에 가면 취재를 하는 건지, 집회에 참석을 하는 건지, 늘 헷갈린다.
정치인들도 나를 보면 헷갈리나 보다.
“부서 바뀐거요? 요즘 정치기사 안 쓰대. 미디어 전문기자로 나선거요?”
“아직 시사IN에 있죠?(주로 블로그를 통해서 내 기사를 봤다고 한다)”
나도 헷갈린다. 정치인을 따라 현장에 나온 건지,
현장에 나왔으니까 현장에 나온 정치인을 만난 것인지.
어쩌랴, 상식이 파괴된 시대인 것을.
기자가 시민을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기자를 취재하고
PD가 시민을 찍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PD를 찍는 시대인 것을.
기자가 기사를 쓰지 않고, 악을 쓰고
기자가 마이크를 잡지 않고 용역 깡패 멱살을 잡는 시대인 것을.
YTN에는 취재하는 기자보다 데모하는, 그래서 기사를 만드는 기자가 더 많았다.
곧 KBS도 그런 상황에 처할 것이다.
좀 지나면 MBC도 그런 상황에 처할 것이다.
이 엄혹한 시절에, 나는 거리에서 희망을 보았다.
그 증거들을 공개한다.
장기전에 대비해 식량을 충분히 확보하셨다.
처음 발견한 희망의 증거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가장 강력한 적이 될, ‘초딩’들이다.
드디어 여름방학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막강 초딩’들이 다시 ‘도배질’에 나설 것이다.
사이버 모욕죄? 흥! 이들에겐 그냥 ‘즐~~~’이다.
KBS 담벼락 밑에서 ‘초딩’님을 발견했다.
사진을 보라, 어떤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가?
이 싸움이 장기전임을 간파하시고, 아예 좌판을 깔고 계시다.
포인트는 손에 들고 있는 게임기다.
완전 강태공의 낚시가 아닌가?
게임기 하나로, ‘질긴 놈이 이긴다’는 메시지를 설파하고 계시다.
실려가신 뒤로 소식을 못들었는데, 괜찮으신지 모르겠다. 운전사에게 뭐라고 한 말씀 하고 계신 듯하다.
다음 증거는, ‘할매’들이다.
늙었다고 다 수구 꼴통이 아니다.
7월23일 KBS 이사회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안이 상정되지 않게 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람은 바로 ‘할매들’이었다.
한 ‘할매’는 박민 이사 차 앞에 아예 드러누우셨다.
한참을 설득해도 요지부동이셨다.
결국 앰뷸런스에 실려가셨다.
다른 ‘할매’들은 차를 붙드셨다.
기운들도 좋으셔~ 멋져부러!
여전히 '배운 여자'들이 집회에 많이 나오고 계시다.
그리고, 젊은 여자들...
요즘 집회 때는 최전방에 주로 젊은 여자분들이 선다.
단단히 스크럼을 짜고.
YTN 주주총회 때도 여자분들이 스크럼을 짜고 완충지대를 만들었다.
“(전경) 너희들이 힘이 그렇게 세면 우릴 한 번 밀어봐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일종의 심리전인 셈이다.
이들이 한을 품으면 올 여름에는 서리가 내릴 지도 모른다.
이 샌들의 주인은 맨발로 집에 갔을까?
그리고, 맨발 투혼...
시위가 정리될 무렵 누군가 샌들 한 켤레를 들고 주인을 찾았다.
한참을 돌며 주인을 찾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담벼락 밑에 가지런히 놓고 갔다.
누구일까? 맨발 투혼을 발휘한 이가?
성유보 선배님(왼쪽)과 신태섭 선생님(오른쪽)
마지막으로, 해맑은 웃음.
범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을 맡은 성유보 선배님은
한눈에 보기에도 건강이 안 좋으신 것이 느껴졌다.
동의대 교수직도 잃고 KBS 이사직도 잃은 신태섭 선생님은
가방에 ‘해임 경과와 부당성’이라는 서류를 넣고 다니시다가 기자들에게 돌렸다.
그런데도 두 분 다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으셨다.
“고기자, 이거 웃기지 않아?
전 방송위원하고 전 KBS 이사가 KBS 담벼락 아래 쭈그리고 앉아 있는게.
이거 사진 한 장 찍어주라.”
이 ‘궁상컷’은 신 선생님의 요청에 의해 만들어졌다.
사진에는 경찰이 연행자를 폭행하는 장면이 찍히지 않았다. 시민들이 항의하자 조선일보 기자가 내려가고 있다.
이날, 경찰이 시위대를 잡아들여 ‘살짝 살짝’ 밟아가면서 연행하는 과정을
(출입문 기둥) 위에서 적나라하게 보게 되었다.
열심히 찍었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구타’가 나타나지 않았다.
(무비 카메라도 하나 사야하나?)
그런 장면은 찍지 않고, 시위대가 몸싸움하는 장면만 찍던 조선일보 기자가 내 옆에 있었다.
시위대의 항의를 받고는 밑으로 내려갔다.
그래서 굳이 밀어 떨어뜨릴 필요는 없었다. ㅋㅋ
그 짧은 순간에 그가 찍었던 사진이 다음날 조선일보 1면에 나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쨌든 나는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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