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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귀농

네비게이션에 주소 잘못 찍어 공동묘지에 가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9. 19.


어제 납량특집 토크쇼에 나가서 ‘올킬’할만한 에피소드를 하나 경험했습니다.

요즘 한참 귀농관련 취재를 하고 있는데 ‘청년 농업인 모임’이 있다는 소식에 밤중에 양평으로 그들을 찾아갔습니다.
한명 한명 만나기보다 한큐에 다보자는 생각에,
3일 출장을 마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달려갔습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쳐보니 양평에서도 완전 오지더군요.
서울에서 한 90km 정도. 순간 접을까 고민도 했는데... 기다리고 있을 농촌 총각들 생각에, 밟았습니다.

길이 험하더군요. 양평이 그렇게 오지일 줄이야...
인적도 차량도 없는 밤길을 달려달려 겨우 도착했는데....
허걱 공동묘지였습니다.

요즘 지방 출장을 자주 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공동묘지나 장례식장이 유난히 자주 눈에 띄던데,
기어이 공동묘지에 제 발로 걸어갔더군요.
(천안의 한 장례식장이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50% 세일을 한다고 해서
'지금이 죽을 수 있는 기회이겠는 걸'하고 생각도 했는데...
이렇게 제발로 걸어올 줄이야...)

어젯밤에 '총각 귀신'을 만날뻔한 '양평공원묘지' '영혼의 본가'라고 선전하고 있네요.

처음엔 공동묘지인 줄도 몰랐습니다.
네비 안내대로 왔는데 아무 불빛도 없길래 전화를 걸어 목적지를 다시 수정했습니다.
그런 다음 네비를 다시 찍고 길이 어떻게 되는지 배율을 축소해 지도를 보는데...
어맛, 제 차가 서 있는 곳이 공동묘지 입구더군요.

얼른 라디오 채널을 기독교방송으로 돌렸습니다.
복음성가를 들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으며 네비 안내대로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다시 산길을 굽이굽이 따라가는데,
산속 깊숙이 하얀색으로 된 요양원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그 요양원 앞에서 네비가 꼬이더니,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계속 길을 갔는데,
다시 공동묘지 앞이더군요. 오마이갓~

그렇게 공동묘지와 산속 요양원을 계속 왕복하면서, 머릿속에 드는 생각.
‘농촌 총각 보러왔다가 농촌 총각귀신 보는구나’
포기하고 요양원 앞(공동묘지 앞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에서 구조를 기다리는데,
뭔가 검은 커다란 물체가 움직이더군요.
완전 놀라서 보니까, 타조더군요.
“뭐냐? 너두 요양왔냐? 왜 타조를 기르고 지랄이야...”

막막하더군요.
으스스한 요양원 앞에 몽유병 걸린듯한 타조 한 마리와 나밖에 없는 세상.
별을 보고 방향을 잡아볼까, 하는 황당한 생각도 들고...
(저를 공동묘지로 이끈 망할 네비게이션을 'MB네비게이션'으로 부르면 어떨까요?
국민을 4대강 공동묘지로 이끄는...)

그렇게 한참을 기다린 뒤 
저를 구하러 농촌총각이 와서 무사히 구조되었습니다.
가보니 일등급 한우 꽃등심이 저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한 점 꽃등심을 베어 물기 위해 그렇게 밤길을 헤매야 했나 봅니다.

(혹시 제 경험이 부러우신 분은
네비에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삼산리 12번지 찍고 함 달려보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