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달콤한 귀농

농업 블루오션을 개척한 하동의 귀농인들 (달콤한 귀농-5)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0. 6.


'달콤한 귀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귀농 혹은 귀촌을 하고 싶다.
그런데 농사는 힘들어서 못짓겠다. 
하지만  벌어놓은 돈이 적으니 최소한의 돈벌이는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귀농로망'을 만족시킬 모델을 찾고 있습니다.

다음은 '남지원'님이 직접 취재한 경남 하동의 사례입니다.





달콤한 귀농 5 - 남지원 (연세대 사회학과)



유기농 녹차에 승부 건 이기성 김미희 부부

“나이 들어서 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생각해봤어요. 노인정에서 고스톱 치는 것보다는 밭에서 호미 들고 일하는 모습이 나을 것 같았죠.” 이기성(46)·김미희(44) 부부는 지난해 3월 경남 하동 악양면 상신흥마을에 새 보금자리를 꾸렸다. 김미희씨는 아이와 함께 이곳에 눌러앉았고, 이기성씨는 아직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귀농한 아내와 도시의 남편, 신개념 주말부부다. 이씨도 조만간 직장을 정리하고 아내 곁으로 갈 생각이란다.

하동 지방의 특산물은 녹차와 매실, 감, 밤이다. 이 부부도 차와 매실을 재배한다. 처음부터 차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김씨는 “원래 귀농하면 뭔가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 우연히 녹차를 재배하게 되었지만 녹차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해서 발효시키고 덖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김미희씨의 녹차는 홈페이지나 지인들을 통해 알음알음 판매되고 있지만 수익은 많지 않다. 지금은 이기성씨의 수입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김씨는 “곧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들어올 텐데, 이제부터는 정말로 도시에 살 때와 다르게 살아야 한다. 많이 벌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적게 소비하려고 한다. 시골에 살면 돈 쓸 데가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부부가 귀농을 결정하면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은 초등학생인 둘째아들의 교육 문제였다. 하지만 막상 들어와보니 오히려 아들에게도 도시보다 농촌 환경이 더 좋았다. 김씨는  “도시에 살 때 아이가 나가 놀면 PC방 같은 데 갈까봐, 아니면 나쁜 사람을 만날까봐 걱정했는데 여기선 그런 걱정이 없다. 동네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이 보기 좋다. 시골 학교가 아이 정서에 더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해가 저물 무렵, 큰 창으로 어른 손바닥만 한 두꺼비 한 마리가 뛰어들었다. 아버지가 두꺼비를 덥석 집어 밖으로 내보냈다. 두꺼비가 마냥 신기한 아들 세영군(10)은 친구들과 함께 두꺼비를 집어들고 장난을 쳤다. 인터뷰 내내 아이는 한시도 쉬지 않고 뛰어놀았다.

    



블루베리로 블루오션 개척한 권영신씨

하동 적량면 동촌마을의 권영신씨(47)는 봄이면 고사리를 캐고, 초여름에는 블루베리와 매실을 따고, 가을에는 밤을 줍는다. 하동 지역에서 블루베리 재배를 시작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권씨에 따르면 블루베리는 농업의 블루오션이다. 초기투자비용은 만만치 않지만 친환경 농업이 가능하고, 아직 공급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권씨가 블루베리 재배를 시작한 이후로 하동에는 블루베리를 키우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그가 사는 동촌마을에서만 10여 명이 블루베리를 재배한다. 권씨는 이 사람들을 모아 블루베리 작목반을 운영하고 있다.

권씨는 지난 2006년 20년의 회사 생활을 접고 고향인 부산을 떠나 하동으로 들어왔다. 그는 “도시에서의 삶은 영혼을 파는 것만 같았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귀농을 생각해오던 그는 하동 지리산 자락의 땅을 발견했다. 바로 집을 짓고 농장을 꾸렸다. 주변에서 미쳤다고 할까봐 아무에게도 계획을 말하지 않았다. 가족들에게도 집 공사가 끝나고 알렸다. 다행히 두 아들은 결정을 환영해줬다.

권씨는 귀농하고 나서야 잃어버렸던 영혼을 다시 찾아온 기분이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성깔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옛 동료들이 요즘은 나를 만나면 참 편안해 보인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급했던 성격이 느긋해진 것은 삶이 한가해졌기 때문이었다. 블루베리와 매실의 수확철인 6월에는 바쁘지만, 평소에는 하루 한두 시간만 일해도 되는 때도 많다.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이 귀농 생활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권씨는 말했다.

성공적인 농촌 정착의 비결은 무엇일까. 권씨는 ‘철저한 준비’에서 찾았다. 집도 짓고, 여유를 가지고 초기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 성공 비결이라는 말이다. 권씨는 “귀농한 사람들의 문제점은 당장 소득을 올리려는 것이다. 투자 없이 막무가내로 농사를 지어서는 소득을 올리기 어렵다. ‘할 일 없으면 농사나 짓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위험한 생각이다. 그런 생각으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 큰코다친다”라고 말했다.




녹차 장아찌, 녹차와인 개발한 조영덕 정소암 부부

조영덕(49)·정소암(43) 부부는 도피하듯 들어온 하동 화개면 목압마을에서 ‘대박 예감’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냈다. 조영덕씨는 부산에서 수산업을 했다. 승승장구하던 사업은 2007년 한번에 내려앉았다. 조씨는 자의 반 타의 반 아내가 있는 하동으로 들어왔다. 아내 정소암씨의 친정이 하동 화개면이다.  편찮으신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오래전부터 화개에서 살아왔다.

떠밀리듯 선택한 귀농이었지만, 사업가 기질을 타고난 조씨에게 농촌은 또 다른 사업을 일으킬 기반이 되었다. 찻잎이 훌륭한 요리의 주재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였다. 조씨는 찻잎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티푸드(Tea Food)가 유명하다는 세계 각국을 아내와 함께 돌아다녔다. 그는 “어디를 가도 찻잎을 주재료로 한 음식은 없었다. 부재료 혹은 향신료 수준으로 찻잎을 곁들일 뿐이었다. 그걸 보고 가능성을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부부는 몇 달의 연구와 실험 끝에 몇 가지 반찬류와 장류 등을 개발해냈다. 이미 상품화가 끝난 단계다. 새콤달콤한 맛의 녹찻잎 장아찌는 이들의 주력상품이다. 정씨는 주변의 반응이 괜찮다고 귀띔했다. 그렇다고 당장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보인단다. 대외적인 평가도 훌륭하다. 조씨는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우수 농업인으로 선정되어 지난 9월22일 뉴욕을 방문하기도 했다. 10월에는 오사카 방문도 예정되어 있다.



독설닷컴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다음뷰 마이뷰 서비스로 (v.daum.net/my) 받아 보시거나
트위터(twtter.com/dogsul) 팔로워가 되시면
독설닷컴과 '소통'하실 수 있으십니다.

요새 블로그에 좀 소홀했는데, 다시 달려보겠습니다.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