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달콤한 귀농

나를 감동시킨 진안군 공무원들의 열정 (달콤한 귀농 - 3)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0. 1.



추석을 맞아 독설닷컴에서는 '달콤한 귀농'이라는 이름으로 귀농 특집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순서는 전국에서 귀농행정이 가장 잘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진안군 이야기입니다.
진안군 공무원들과 함께 현장을 함께 돌아다녀보았는데,
진안군이 왜 그런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귀농을 생각하는 분이 계신다면,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고 싶으시다면, 
저는 조심스럽게 진안군에 한번 문의해 보라고 권하겠습니다.




귀농행정 1번지, 진안군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지난 9월17일, 전북 진안군청 공무원 2명과 진안군 귀농인 2명, 그리고 진안군 농민 1명을 태운 9인승 승합차가 진안군 곳곳을 누볐다. 귀농 희망자가 일종의 게스트하우스처럼 유숙할 수 있는 ‘귀농인의 집’ 시설 심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군 예산으로는 5곳을 지원할 수 있는데, 신청한 곳은 8곳이었다.

‘귀농인의 집’은 진안군에서 2007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귀농지원 제도로, 여기에 선정되면 해당 마을은 지원금 4000만원을 받는다. 이를 위한 평가단이 구성되어 현지 답사를 하고 면접 심사를 하는데, 한나절 동안 귀농행정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 심사단과 동행해보았다.

전국에서 귀농 행정이 가장 체계적으로 이뤄진다고 알려졌지만 진안군청은 사실 귀농자에게 가장 야박한 곳이다. 일단 현금 지원을 거의 하지 않고 귀농자를 유치하는 것보다 어설픈 귀농 희망자를 되돌려 보내는 데 더 관심을 쏟기 때문이다. 역귀농률이 80% 이상 되는 현실에서 진안군청이 택한 냉정한 선택이었다.    

그런데도 귀농 희망자들은 맨 먼저 진안군을 찾는다. 그 이유를 최태영 귀농지원센터 사무국장은 “귀농이 잘되는 곳을 보면 한 사람의 헌신적 노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진안군은 그것보다 담당 공무원과 귀농자들의 팀플레이가 잘 이뤄져서 시스템으로 도움을 준다”라고 말했다. 

진안군청은 귀농행정과 관련해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안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그래서 귀농 관련 업무는 군청이 아닌 외부 사무실에서 따로 진행하게 했고 조만간 민간 재단을 세워서 업무를 관장하게 할 예정이다. 이는 자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처로 다른 지자체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진안군이 귀농행정 1번지가 된 것은 ‘마을만들기 지원팀장’을 맡은 구자인 박사의 공이 크다.



귀농 지원체계 진안군이 전국 최고

진주시에서 나서 부산에서 자란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인 구 박사가 진안에서 스스로 귀농인이 된 것은 이곳 단체장이 귀농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의 철학은 ‘농민이 농사만 잘 지으면 되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는 농사 말고 다른 것도 잘하는 사람들이 농촌에 들어와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그는 진안군에 오는 귀농인들이 외롭지 않도록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다양한 교육 기회를 부여해서 귀농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2004년 12월부터 진안군 귀농 업무를 도맡았던 그는 5년간의 경험을 거쳐 다섯 가지 원칙을 정했다. ‘새로운 사람보다 있는 사람을 정착시키는 데 집중한다’ ‘전문성을 살리도록 돕는다’ ‘현금 지원은 안 한다’ ‘기존 주민과 화합할 수 있는 정책을 편다’ ‘이벤트보다 시스템에 집중한다’라는 것이 그 원칙이다. 이런 원칙을 견지한 덕에 진안군은 올해 ‘귀농귀촌 전국대회’에서 최고 지자체로 꼽히기도 했다. 

진안군이 이처럼 귀농 행정에 적극적인 것은 2001년 용담댐이 준공되면서 수몰지역이 생겨나 인구가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면적의 1.3배인 진안군 인구는 2만7000명 정도이다. 서울의 어지간한 동 하나에도 못 미치는 인구다. ‘군이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은 지역 주민으로 하여금 귀농에 적극적이게 만들었다.    

마을간사 제도를 비롯해 진안군에는 마을조사단, 자활 나눔푸드, 체험마을 네트워크, 방과후 학교 등 귀농인이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일자리가 많다. 그러나 보수는 거의 다 1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보수가 낮은 것에 대해 최 사무국장은 “역으로 보수가 높다고 생각해보라. 그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최씨 역시 일당 4만5000원을 받고 일한다.

진안군 귀농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섬진강의 발원지로 풍광이 좋기로 소문난 백운면 일대에는 100가구 250명 내외의 귀농인이 살고 있어 귀농 인구 비율이 10%를 웃돈다. 이곳은 실상사 귀농학교가 있는 남원시 산내면과 홍성군 홍동면 풀무공동체, 괴산군 흙살림마을과 함께 귀농인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진안군 부귀면 중수궁마을의 경우 마을에서 귀농 우대정책을 펴서 40가구였던 마을이 65가구로 늘기도 했다. 


현금 지원 대신 네트워크 구축해줘

심사단이 처음으로 간 곳은 용담면 귀농인영농조합법인이었다. 귀농인으로 구성된 조합은 드문 사례다. 귀농 9년차인 서태석 대표는 “농사 몇 년 지어보니까 답이 딱 나왔다. 농사만으로는 절대 답이 안 나온다. 농가공품을 만드는 2차산업과 체험관광 등 3차산업으로 농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귀농조합은 그 일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귀농인의 집’ 심사단의 농민 대표는 귀농인들이 별도로 무리를 짓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는 “농촌 살리기와 농업 살리기는 같은 것 같지만 다른 점도 있다. 농촌을 살리겠다고 귀농을 부추겼다가 자칫 농업을 죽일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심사단이 용담면 회룡마을 마을회관을 들른 다음 찾은 곳은 동향면의 ‘숲속마을’ 입구였다. 전국 전원마을 1호인 이곳에는 31가구 주민 106명이 거주한다. 이곳에서는 귀농 교육기관인 ‘농촌으로 가는 길’ 대표로 귀농 컨설팅을 하는 성여경씨가 교육생들과 함께 흙집 짓기 체험을 하고 있었다. 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을 지낸 성씨는 귀농운동 1세대다. 그는 “귀농 거품을 빼기 위해서는 사전 체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