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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귀농

"귀농으로 인생 2모작 일구시라" 장태평 장관 (달콤한 귀농-6)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0. 7.


달콤한 귀농 - 6

귀농인 인터넷 카페인 ‘우리는 지금 농촌으로 간다’의 회원이기도 한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귀농을 통한 농촌 살리기를 꾀하고 있다.
시사IN은 ‘귀농 드라이브’ 정책을 이끄는 장 장관으로부터 특별 기고를 받았다.  
이 글을 농식품부의 허락을 얻어 '독설닷컴'에도 게재한다. 
 
 


 
최근 복잡한 도시를 떠나서 공기 좋고 물 맑은 농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귀농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농촌에서 도시로 인력이 대폭 이동했던 산업화 시대의 인구 흐름을 반전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인구 감소 문제로 오랫동안 고민해온 농촌의 처지에서 보면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라고 본다. 선진국도 국민소득이 2만 달러 근처에 이르렀을 때 이와 비슷한 현상을 경험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제 농업과 농촌 공간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귀농·귀촌을 하게 된 동기는 매우 다양하다. 농업 부문에서 창업을 해 성공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은퇴 후의 여유 있는 삶을 꿈꾸거나 건강을 회복하려는 경우와 같이 농촌에서 참살이(웰빙)를 꿈꾸는 사람도 있다. 동기야 어떻든 정부는 이들이 농촌에 잘 정착하고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농업은 선사시대부터 인류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오래된 산업이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이기도 하다.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원초적인 기능과 더불어 생명공학의 기반을 제공하는 등 첨단 산업의 기초를 놓는 구실도 담당한다. 세계 유수의 연구소·대기업도 앞으로는 가장 성장할 분야로 농업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로 장기적으로는 식량이 부족해지리라 예측되고, 옥수수 추출 에탄올을 사용하는 등 농산물의 용도가 다양해져서 부가가치가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농업의 역사적 가치를 재인식하는 동시에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서의 가능성을 재평가하면서 농업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귀농은 농촌의 새로운 성장 동력

아울러 농촌은 그동안 도시 개발의 그늘에서 소외되었던 낙후 지역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자연과 함께하는 쾌적한 삶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에도 농촌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농촌은 농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회이지만 농업에 직접 종사하지 않는 다양한 직군의 사람도 어울려 사는 공간이므로 범정부 협조 체계를 가동해 종합적 발전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세상의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결정짓는 요인의 중심에는 과연 어떤 사람이 농업과 농촌에 들어오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의 귀농·귀촌 경향은 몇 가지 밝은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본다.

먼저 국가경제 차원에서는 도시 지역의 고용 문제를 완화하고 농촌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거시적으로 보면 국민이 선택하는 일거리의 대상이 넓어짐으로써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고용구조가 창출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개별 가계 차원에서는 실직, 조기 퇴직, 은퇴 등으로 새로운 직업을 찾는 도시민이 소규모 창업을 통해 경제활동을 연장하는 유망한 대안이 될 것이다. 적정한 수준의 일을 계속할 때 삶의 활력과 인생의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농업은 전통적인 1차 산물 생산의 좁은 범위에서 벗어나 가공·유통·식품 등으로 외연이 확장되고 있으며, 인생 2모작을 꿈꾸는 사람에게 좋은 직업을 제공하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농촌 사회의 처지에서는 성장 배경과 지식이 다른 사람들의 유입이 농업과 지역 발전을 위한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 농업이 한 단계 비약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관점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농촌은 비교적 동질적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외부 시각에 대해서는 닫혀 있는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농식품을 소비하는 고객의 시각이 생산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반영되지 않으면 아무리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도 소용없는 시대가 되었으며, 귀농인의 증가는 이러한 외부 시각을 농촌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개가 되리라 본다.

귀농을 통해 인생 이모작을 꾀하자

물론 귀농인이 농업과 농촌 현장에 잘 정착해서 성공적인 인생을 영위한다는 것이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4월 ‘귀농·귀촌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교육에서 창업자금까지 단계별로 체계적 지원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귀농 정보 제공, 상담, 창업 컨설팅 등을 통해 귀농 희망자가 면밀하게 준비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도우면서, 자립적인 귀농인의 창업과 정착 계획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었다.

이 대책을 마련하면서 함께 고민했던 귀농인들을 지난 9월12일 개최된 ‘2009 귀농 한마당’에서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가 있고, 많은 귀농인이 이러저러한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는 것을 듣고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고 다시 느꼈다. 앞으로도 귀농 현황을 계속 면밀하게 분석하고 보완책을 강구해나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다행히 최근 귀농하는 분은 대부분 귀농 교육, 농촌체험 활동 등을 통해 농업·농촌의 현실을 미리 알고 준비를 철저히 하는 편이어서 과거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높으리라 예상된다. 이처럼 사전 준비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경향이라 하겠다.

농촌은 자연과 생명을 벗으로 삼아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귀농인들이 철저한 사전 준비와 노력을 하고 정부의 대책도 적극 활용해 귀농을 새로운 기회와 행복을 찾는 소중한 인생의 전환점으로 만들어나가길 기대하며, 이를 통해 농업과 농촌에도 새로운 물결이 일어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