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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지못미' 프로젝트/'소셜 엔터테이너'를 보호하라

김제동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소셜테이너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0. 21.


쌍용자동차 사태에 발언하는 등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했던 것 때문에 
김제동씨가 KBS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했습니다. 
그러나 연예인들은 이에 주눅들지 않고 활발한 사회참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19일, 가수 이현우씨는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와 함께
'북한산케이블카 설치 반대 산행'에 동참했습니다. 
가수 강산에씨는 네팔 이주노동자 '미누'의 추방에 반대하며 
10월19일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인권콘서트에서 
'미누'가 속해 있던 밴드 '스탑크랙다운' 멤버들과 함께 공연합니다. 

이외에도 꾸준히 적극적인 사회참여 활동을 하는 연예인들이 많습니다.
아고라 논객으로도 활약하는 록밴드 <블랙홀>의 리더 주상균씨,
YTN 해직기자를 위한 문화제에서 공연했던 가수 이은미씨,
등 많은 연예인들이 우리 사회 상식을 되돌리는 일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무대에서 이은미씨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이 무대에서 공연한 것 때문에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미친 시대에 그런 일을 당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내게 주어지는 불이익을 기꺼이 감당하겠다"


우리 사회에는 이상한 시선이 있습니다.
정치참여연예인(폴리테이너) 에 대해서는 '선거철이니까 저러겠지' 하지만
사회참여연예인(소셜테이너) 에 대해서는 '연예인이 나댄다'며 불편해 합니다.
이런 인식이 연예인들의 사회참여 활동을 위축시킵니다.

연예인의 사회참여 활동이 왜 어렵고
무엇이 그들을 위축시키는지
그 적나라한 현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고 노무현대통령 추모 콘서트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는 가수 윤도현씨.



소셜테이너, 돈도 잃고 인기도 잃고


사회 참여 활동 때문에 KBS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한 것으로 알려진 김제동은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1년 전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하차한, 같은 소속사 동료인 윤도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정권에 찍혀서 방송에서 방출된다는 것은 단순히 방송 출연료를 못 받는 것 이상이기 때문이다. 윤도현처럼 CF가 끊기고 정부나 공기업 혹은 지자체 공연 섭외가 끊기는 경험을 하리라 예상된다. 


누군가가 압력을 넣어서인지 아니면 알아서 눈치를 보아서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연예인은 철저히 고립된다는 점이다. 윤도현의 경우 출연 섭외 광고가 뚝 끊기고 미국 공연 스폰서도 갑자기 막판에 태도를 바꿔 계약을 취소하는 일을 겪어야 했다. 현재 윤도현이 속한 다음기획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회사를 청산하고 소속 연예인들이 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정권에 찍혀 방송에서 퇴출된 연예인이 가장 곤란을 겪을 때는 새로 음반을 발매했을 때다. 윤도현이 리더인 YB밴드가 8집 음반을 발표하고 홍보를 위해 방송 스케줄을 잡았다가 KBS로부터 출연 취소 통보를 줄줄이 받아야 했다. 하차할 당시 소속사에서는 KBS의 처지를 반영해서 ‘윤도현씨 개인 활동 때문에 방송을 중단한다’라고 발표해주었지만 KBS는 끝까지 냉정했다.


기업이나 대학의 행사 요청도 줄어들고 결국 부르는 곳은 시민단체나 노동단체 혹은 재야단체다. 이런 곳은 가수에게는 ‘돈은 안 되고 부담만 되는 곳’이다. 지난 6월24일 YB밴드는 민주노총이 주최한 <힘내라 민주주의> 콘서트에 참석했다. 무대 정면에는 ‘MB OUT’이라고 쓴 광고 풍선이 걸려 있었다. 윤도현씨는 잠시 멈칫했지만 “우리는 할 줄 아는 것이 음악밖에 없다. 우리가 하는 음악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여러분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지지 발언을 하고 정열적인 공연을 선사했다.  

북한산케이블카 반대 산행에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는 가수 이현우씨.



일각에서는 가수가 이런 사회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음반 홍보를 위해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물정을 모르는 얘기다. 윤도현씨는 최근 임순례 감독의 인권 영화 <날아라 펭귄> 헌정 솔로 앨범 <하모니>를 제작했다. 그런데 판매율은 이전 솔로 앨범보다 훨씬 저조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이번 앨범의 ‘너라면 좋겠어’ 같은 곡은 대중적인 노래이다. 평범한 솔로 앨범으로 발표했으면 훨씬 반응이 좋았을 것이다. 음반이나 공연에 의미를 담아내면 상품성은 떨어진다. 강산에씨 콘서트에도 ‘인권’을 붙였더니 매표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사회 참여 연예인이 방송에서 밀려나도 소비자들이 적극적 소비행위로 지지해준다면 자립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그들의 선택을 지탱해줄 경제적 기반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 음반업계 관계자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민중문화의 토대가 있었다. ‘노찾사’만 하더라도 테이프가 60만 장 이상 팔려나갔다. 지금은 그런 물적 토대가 없다. 방송에서 밀려나면 바로 사막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일을 겪었기 때문에 윤도현씨는 동료인 김제동씨의 사회 참여 활동을 말렸다. 김씨가 지난 6월19일 성공회대 대운동장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의 사회를 보려는 것을 말렸다. 김씨가 자신처럼 고초를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사회는 탤런트 권해효씨가 맡았다. 드라마는 대부분 외주 제작사가 캐스팅권을 가지고 있어서 권씨는 방송사의 입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처지였기 때문이다. 그 뒤 권씨는 고 노무현 대통령 관련 추모행사 사회를 도맡아야 했다.

YTN 해직기자들을 위한 문화제에서 공연하는 가수 이은미씨.



국민밴드로 불릴 만큼 인기가 좋았던 YB의 윤도현이 이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많은 연예인이 움츠려 있다. 할 말이 있어도 참고 있다. 말을 하고 나서는 바로 주워 담는다. 지난해 유희열씨는 “KBS 가을 개편은 비상식적인 일이다”라고 말했다가 매니저가 그 기사를 쓴 기자에게 통사정을 해서 분란을 잠재울 수 있었다. 배우 이선균씨는 문화부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간섭하는 것을 비난하는 동영상을 촬영했다가 인터넷에 화제가 되자 부랴부랴 후배들에게 삭제 요청을 하기도 했다.


약속했던 행사에 취소 통보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승환씨와 함께 용산참사 유가족을 위한 콘서트에 참여했던 가수 이상은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에는 참가하기로 약속했다가 나오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에 할 말이 많다’라며 추모 콘서트 참가를 약속했던 DJ DOC의 이하늘씨와 정재용씨는 행사 직전에 불참을 통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와 노무현재단 창립 기념 문화제를 기획했던 탁현민 한양대 겸임교수는 “가수들이 점점 더 위축되고 있다. 공연을 기획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여전히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들이 있다. 그룹 윈디시티의 리더 김반장은 노무현 추모 콘서트에서 “우리 국토는 있는 그대로 정말 예쁘다. 그런데 왜 우리 국토를 성형수술을 하려고 하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불필요한 성형수술이다”라고 말해 청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YTN 해직기자를 위한 촛불문화제 무대에 오른 가수 이은미씨는 “이런 공연 무대에 올랐다고 피해를 좀 보면 어떤가. 지금 같은 시대에는 오히려 아무일도 당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그냥 감당하고 가겠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