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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지못미' 프로젝트/'소셜 엔터테이너'를 보호하라

"김제동은 한겨레와 조선일보를 함께 본다" (김제동 소속사 대표 인터뷰)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0. 22.



김제동씨의 KBS <스타골든벨> 하차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 노제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사회참여 활동을 했던 것을 문제 삼아 하차시켰다는 주장이 '조중동'에서마저 나온다.

김제동씨의 소속사인 다음기획 김영준 대표를 만나보았다.
1년 전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하차한 윤도현씨도 다음기획 소속이다.
윤씨의 프로그램 하차 역시 비슷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들 외에도 다음기획에는 김C, 강산에, 그리고 정태춘·박은옥 부부가 속해 있다.
모두 활발한 사회참여 활동을 하는 연예인이다.
김 대표로부터 연예인의 사회참여 활동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그는 김제동씨의 갑작스러운 하차에 대한 억울한 심정을 담아 아고라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김 대표는 "되도록 거칠게 표현해달라"라고 주문했다.
그는 격앙되어 있었다.
무엇이 억울하고 무엇이 진실인지 들어보았다.


(김영준 대표가 말하는 김제동은
'편향되지 않은 사회의식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연예인' 이었습니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도 읽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읽는...
노회찬 대표의 마들연구소에서도 강의하지만
총리실과 경찰청 강연 요구에도 응하는....

그런 그가
고 노무현대통령 노제 사회를 보고
100분 토론에 출연해 사이버모욕죄에 반대의사를 밝히고
쌍용차 노조에 측은지심을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방송에서 아웃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난감하군요.)




KBS의 하차 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먼저 명확히 해둘 것이 있다. 대전제는 KBS에 제작 자율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MC를 교체할 수 있다. 다만 교체 과정이 납득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이다.


KBS에서 전달받은 내용은 김제동씨가 프로그램을 오래 해서 변화를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스타골든벨>이 장수 프로가 되는 데 김제동의 역할과 공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래 해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기여한 사람으로 봐주어야 한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하차시키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사회참여 활동 때문에 불편해하는 시청자가 있다’라고 말했다면 차라리 수긍할 수 있다. 그런 설명이라도 해주었다면 말이다.


김제동씨는 프로그램 하차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그의 심정은 ‘당황스럽다’에서 ‘부담된다’를 거쳐 ‘불쾌하다’로 바뀌었다. 처음 프로그램 하차 소식에 대해서는 ‘당황스럽다’고 했고, 시민의 관심과 응원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부담된다’고 했고, 자신의 하차로 정치적 논쟁이 이는 것에 대해서는 ‘불쾌하다’고 했다. 좌든 우든 정치적 견해에 따라 사안을 자신의 입맛대로 해석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서는 나도 곤혹스러움을 넘어서 불쾌감을 느꼈다.


논란이 된 김제동씨의 사회 참여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제동은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연예인이다. 그의 사회 참여 활동 역시 전혀 정치적이지 않았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돕기 위해 어떤 활동도 한 적이 없다. 그는 ‘폴리테이너’가 아니라 ‘소셜테이너’다. 문제가 된 그의 사회 참여 활동은 고 노무현 대통령 노제 사회를 본 것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사이버모욕죄’에 반대 의견을 낸 것, 그리고 트위터에 ‘이란과 쌍용을 잊지 맙시다. 우리 모두가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맙시다’라고 쓴 것뿐이다. 이것을 정치적으로 편향된 행위라 할 수 있는가?  


김제동씨를 좌편향된 연예인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 것 같다.


김제동은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의 마들연구소에서도 특강을 했지만 국무총리실에서 초청한 고위공무원단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도 응했고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기도 했다. 그는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보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본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 하는 기부 행사에도 참여했다. 김제동은 독서량이 엄청난 연예인이다. 스스로 사회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김제동씨의 사회 참여는 스스로 판단하고 한 일인가?

그렇다. 나는 오히려 말렸다. 노제 때 말리는 나에게 그가 말했다. “동네 할아버지가 돌아가셔도 문상을 가는 게 도리라고 어릴 적부터 배웠다. 인연을 떠나서 전직 대통령이 돌아가셨는데 예능인으로서 뭐라도 할 수 있으면 하겠다.” 그때 내가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 상식이었겠나? 성공회대에서 노무현재단 출범 기념문화제에 자원봉사를 하러간 그는 말리는 나에게 “우리 학교에서 큰 행사를 하는데 학생으로서 도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면서 무대에서 허드렛일을 도왔다. 그런 그를 집에 보내는 것이 상식인가?   

     
이런 것을 문제 삼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것도 해서는 안 된다면 연예인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나는 이 문제가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라고 본다. 그는 지극히 상식적 사고를 바탕으로 지극히 상식적 행위를 했을 뿐이다. 그런 그에게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비상식적 사고와 행동이다.


소속사 사장으로서 말리고 싶지 않았나?

그의 사회 참여 활동이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매니지먼트가 통제와 간섭과 관리하는 것이라면 내가 잘못한 것이겠지만, 나는 매니지먼트를 지원과 봉사라고 생각한다. 그가 믿는 소신대로 행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내가 할 일이라고 본다. 사회적 약자를 편들어주는 인물로 비춰진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시청자들이 불편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인맥도 있고 수완도 있었으면 그가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애정을 가진 프로그램에서 하차하지 않았을 텐데…. 반성과 자책을 많이 했다.

 
김제동은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 그대로 정 많고 예의 바르고 심성 착한 청년이다. 대구에서 30만원 들고 올라와서 1년에 수억원을 버는 유명 연예인이 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뒤 시청자들의 사랑을 되돌려주자며 지금까지 7억원 내외의 기부를 했다. 아쉽다. 이런 부분을 부각했으면 ‘착한 연예인’으로 칭찬받으면서 연예활동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연예인의 사회 참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제 우리 사회가 그런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불편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런 것을 비난하는 기저에는 연예인 비하와 폄하가 있다. 연예인은 그저 즐거움만 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인식이 연예인을 무뇌아로 만든다. 사회 참여 활동이든 정치 참여 활동이든 대외활동이 연예활동의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참에 담론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연예인의 사회 참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우리 사회의 합의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충분히 얘기가 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연예인의 사회 참여가 더욱 위축될 것이다.


적극적인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연예인의 정치 행위나 정치 참여 역시 더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특정 정치인을 도운 연예인이라 하더라도 그가 민 후보가 당선되었건 안 되었건 재능과 능력이 있다면 계속 연예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거나, 극중 이름을 내세우며 출연했던 프로그램을 팔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연예활동 외의 활동은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왜 미국이나 유럽은 가능한데 우리는 안 되는가.


앞으로 김제동씨는 어떻게 활동할 예정인가?


김제동은 약자를 배려할 줄 아는 진행자다. <스타골든벨>에서도 출연자 20명 중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배려할 줄 알았다. 개인기 쟁탈전이 되지 않도록 분위기를 잘 조율했다. 하지만 요즘 연예 프로그램 트렌드에는 맞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일반 예능인과 똑같은 역할을 주어서 빛을 보지 못했다. 막말도 안 하고 다른 사람도 공격하지 않는 그와 요즘 연예 프로그램은 맞지 않는다. 그가 빛나는 곳은 현장이다. 1대 다중의 상황에서는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 앞으로 ‘토크 콘서트’와 강연 등을 통해 직접 대중을 만날 것이다. 

 
(시사IN 110호에 게재한 인터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