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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밤' 멧돼지사냥에 대한 방송인vs일반인 시각차이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2. 3.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새로운 코너 '멧돼지사냥-헌터스'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아직 방영도 되기 전인데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방송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멧돼지가 늘어나서 농가에 주는 것도 피해지만
사냥으로 해결하려는 것도 문제고
가족시간대에 그런 장명을 방영하는 것은 더 문제라는 것입니다.
'독설닷컴'에서 이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었는데,
함께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것 같아 소개합니다.



먼저, 미술평론가 반이정 선생님이 올려주신 댓글입니다.


동물을 소재주의로 삼는 오락 프로그램 제작자이야말로 사냥감이죠. 수년전 방송사들이 반려동물(애완동물이라고 흔히 불리는)을 소재로 삼은 방송들을 쏟아내면서, 시청자들 가운데 동물권(animal right)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를 일단 사들인 다음에 동거가 곤란해지까, 대책없이 거리에 내다버렸지요. 시청률 때문에 방송이 동물을 소재주의의 대상으로 삼고는, 그 뒷수습은 하려하질 않죠.

그런데 이젠 아예 대놓고 총질을 하겠다는 겁니까? 방송하고 자시고를 떠나서 이 방송을 머리속으로 구상한 사람들의 얼굴이 보고싶을 지경이네요.


이에 대한 '한국독립PD협회' 회장을 지낸 이성규 PD님의 반론입니다.

반이정님의 우려에 기본적으로 공감합니다. 방송 프로그램의 선정성과 눈끌기에 대해선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저로서도 상당 부분 우려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시청자께서 이런 지적을 하면 저희는 보통 '예'하고 대답을 합니다. 그러나 문화적 영향력이 있는 분의 발언은 자칫 오독과 그로 인한 오류의 파장이 우려되기에 덧글에 대한 답글을 답니다.

방송사 피디는 아닙니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 연출하는 독립피디입니다. 방송사들이 반려 동물을 소재로 삼아 시청률 경쟁을 한 것은 팩트상 맞습니다. 거기에 따른 폐해도 분명 있었고요. 허나 동물 관련 프로그램 부터 시작해서 보다 많은 프로그램들은 유기 동물에 대한 내용도 수없이 다뤄 왔습니다. 뒷수습을 하지 않았다고 말씀하시기에 드리는 이야깁니다.

물론 반이정님이 생각하시는 것 만큼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동물권'(animal right'이란 면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동물권이란 개념까지 무시하며 인간 중심의 욕망을 담은 프로그램은 지극히 일부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번에 논란이 되는 프로그램은 저 또한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송제작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김영희란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우려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만약 생명에 대한 경시와 동물권과 생태계에 대한 몰상식한 프로그램으로 방송을 통해 드러난다면 저 역시 큰 실망은 물론이고 그에 대한 비판의 칼을 들겁니다.

일단은 '프로그램을 보고 이야기하자'가 제 입장입니다. 동물 단체들의 우려는 심히 이해를 하나, 방송 프로그램이 지상파를 타고 테레비전에 나오기도 전에 "오락예능 프로그램은 애초에 멧돼지 개체수 조절 문제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못 된다"는 비난은 우리사회의 이중성을 보는 것 같아 맘이 아픕니다. 그렇군요. 오락예능은 그저 웃고 노는 것이었군요. 물론 그게 오락예능의 본질이긴 합니다만...




이에 대해 '푸우'님이 반박글을 조목조목 올려주셨습니다.  

1. 이성규님께서 프로그램을 보고 이야기하자고 하시는데..
사냥'하는 거 전국 방송 다 된 뒤에 항의하면 뭘 하겠습니까?

주말대표 오락프로그램에서 그런 장면을 오락거리로 삼아 방영하는 것이
얼마나 영향이 클텐데..
다른 것도 아니고 직접적으로 생명을 쫓고 몰고 총질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입니다.
가만 두었으면, 6일날 방송을 통해 총성이 마구 울리게 되었을 겁니다.

지금이야 하지말라니까 '오해다' '포획도 안한다' 라고 하지만(그나마 항의의 성과죠)
처음에는

사냥, 소탕, 전면전, 사투
멧돼지 사냥꾼 7인
매주 1박2일씩 밤새 훈련하고 사냥에 나선다
"오늘 나도 지금까지 경상남도 의령에서 밤새 멧돼지를 잡다 왔다."

라고 멧돼지 다 잡아야한다고 기염을 토했습니다.
방송에 내보내지도 않을걸 뭐하러 옌예인들과 피디가 매주 훈련받아가며
사냥을 하겠는지요?

처음 대화에서도 ‘항의를 하든 시위를 하든 그대로 한다’라는 답이 왔고..



 

2. 이성규님께서
"오락예능 프로그램은 애초에 멧돼지 개체수 조절 문제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못 된다"는 임감독님 말을 오락프로에서는 공익성을 담을 수 없다는 것으로 오해하시는데,
그건 아닙니다.

위의 보도자료와 기자회견문을 보면,
‘멧돼지에 대해 제대로 된 서식환경과 개체수 조사, 밀도 파악 없이, 생태적이고 인도적인 개체수 조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배제된 상태’이다.
‘전국의 생태망을 고려한 심도 싶은 연구와 복합적 사고, 그리고 이에 따른 국가차원의 정책수립과 대응을 해야 하는 주요 생태문제를 흥미 거리로 다루려 한 것부터가 잘못’
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한 우리 사회 ‘멧돼지’ 문제를 오락프로에서 끌어안고 풀어내기 힘들고, 방송에서 한다면 오랜 기간 투자해 만드는 자연생태 다큐로 접근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사냥포획 장면을 오락거리로 만드는 일이죠.

‘동물권’ 말씀하시는데 지금이라도 일밤이 다룰 것이 없는 게 아닙니다.
* 로드킬로 죽어가는 동물을 구조하거나 시체를 수습해주기
* 도로옆 깊이 파여 작은 동물들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수로를 V자형으로 바꿔주기
* 전국의 산야를 지옥으로 만드는 올무와 덫 걷어내기 등(요건 한다는군요)입니다.
* 여기에 사이사이 사라진 야생화 찾기도 곁들이면, 금상첨화겠지요..
(이것들이 다 일밤 시청자게시판에서 배운 것들입니다..)



 


3. 방송이 반려동물 문제를 선정적으로 다뤄 유기동물을 양산해 오히려 위험을 증대시켰다는 반이정님 말씀에, 이성규님께서 그런 프로는 극히 일부였다고 하셨지요.

네. 좋은 프로도 찾아보면 많지만, 잘못된 접근으로 반려동물에 혐오감, 위화감을 갖게 하고 위험시하게 하여 사회적 해결과제인 유기동물을 양산하는 일도 많이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04년 초 ‘애완동물의 대반격이 시작됐다’라면서 개 회충알을 다룬 [환경스페셜], 다시금 그 단 한 건의 사례를 울거먹은 09년의 [비타민]입니다.
가정의 개와 고양이 대부분은 값싼 구충제 이용을 거의 하기에 안전하고 그렇게 오랜 세월 문제없이 살아왔는데, 구충제 복용하면 된다는 간단한 대안제시도 없이, 크게 위험시하게 만들었으며, 지속적으로 다른 언론에서도 그 왜곡된 내용을 계속 활용해왔습니다.

차라리 위험한 것은 물고기 날로 먹는 것이고 그 고래회충은 예방도 안되고 감염되면 위나 장을 뚫고 다녀 치료도 어렵습니다. 익지않은 육고기 다루는 일도 더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죠. 또한 냉면 등을 통해 식중독에 감염될 확률이 더 많습니다.

개회충에 대해 의사분이 잘 정리한 내용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withanimal.net/tt-cgi/tt/site/ttboard.cgi?act=read&db=w04&page=1&idx=27029

이로 인해 함께 살던 개를 아버지가 버렸다느니, 누구를 줬다느니, 압박을 받고 있다느니.. 하는 하소연이 환경스페셜과 비타민 게시판이 수없이 쏟아졌습니다..
우리는 그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지만, 방송권력은 사과나 정정보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무책임한 방송이 되지 않도록 관련 전문집단과 사전에 제대로 된 논의를 해주기 바랍니다. 일밤도 사전 논의 있었다지만,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단체인지 확인하여, ‘몇 곳’과 ‘제대로’ 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원래 방송 준비를 위해서는 사전 준비를 아주 많이 하실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