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의 주도미니카대사관 관련 뉴스에 대한 진실공방이 한창입니다.
과연 뉴스대로 주도미니카대사관 숙소와 119구조대 간의 숙소차이가 많이 났는지에 대해서요.
인터넷에 여러 글이 올라오고 있는데,
제가 봤을 때 당사자 입장에서 담백하게 쓴 글인 것 같아 옮깁니다.
다른 분이 저에게 제보해서 알게 된 글인데,
진실공방을 떠나서 아이티 지원과 관련해 생각해볼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네요.
원문 주소 : http://clien.career.co.kr/zboard/view.php?id=park&page=1&sn1=&divpage=17&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90278
1> 주도미니카공화국대사관 최원석 서기관입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3312791
2> 아이티에 직접 간 119 대원입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3312625
다들 119구조대로 아시겠지만 사실 정식명칭은 대한민국 해외긴급구조대입니다. 119구조대와 코이카,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등이 함께 구성되었죠.
글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많이 했습니다.
아직 시차 적응이 제대로 안되서 오후3시만 되면 혼수상태에 빠지고 퇴근해서 집에가면 쓰러져서 새벽 3시만 되면 눈이 말똥말똥 떠지는게 힘드네요.
새벽에 일어나서 언제나처럼 아이폰으로 클리앙 글을 보다가 엠비씨 뉴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동영상을 본 순간에는 너무 당황스럽고 속상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대사관이 욕을 먹고 회사도 난리가 나는 상황을 보면서 내가 해야할 일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도 하였지만, 인터넷에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였던지라 잠자코 있었는데요.
근데 119구조대 분이 글을 쓰셨네요. 몸매를 보니 누군지 알겠더군요. 댓글을 보니 알바네 어쩌네 하고, 인증샷과 보딩패스까지 올리신 걸 보니 저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뉴스에 언급된 항목 하나하나 댓글을 달고 싶은데 그건 구조대 분 글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고.
조금 안알려진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아이티에서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많은 기자들 속에 있었던 적도 처음이구요. 저는 파견결정에서 출국까지 하루가 걸렸는데 다른 기자분들은 2시에 연락받아서 4시에 출국했다는 분도 있더군요.
그렇게 준비안된 상황에서 아이티로 날아온 기자들이 의지할 곳은 대사관, 구조대의 베이스캠프 밖에 없었습니다. 몇몇 재빠른 기자분들은 현지 선교사도 컨택하고 호텔도 수배해서 나름 준비가 된 경우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무작정 와서 저희와 숙식을 같이 했습니다.
구조대 파견시 기본적으로 가져가야하는 물품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물론 그중에는 식수와 식량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식수와 식량은 필요최소한으로 정해져야 신속한 파견에 유리하겠죠.
이번 아이티의 경우는 우리나라 구조대에게는 상당히 리스크가 있는 파견이었습니다. 왜냐면 너무나도 멀기 때문이죠.
제가 알기로는 이러게 지구 반대편에 파견된 적이 없었습니다.
전세기를 마련하거나 군용기를 사용해서 가기에는 준비시간이 며칠 더 소요되기 때문에 민간항공사 항공기를 이용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에 가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문제는 기존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인데 가져갈 짐이 많아서 이미 민항기의 화물칸에 우리 짐을 가져갈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가져가야 할 짐을 정말 최소한으로 줄이고 줄여서 갔습니다.
화장실 문제는 현지에서 해결 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준비된 간이 이동식 화장실도 가져가지 못했고요.
식수나 기타 필요한 물품들 대다수는 도미니카 현지에서 조달하기로 방침이 세워졌습니다.
도미니카 대사관과 코이카 현지 봉사단 및 관계자들, 아이티 현지에서 발전소를 건설하고 계셨던 분들 모두 엄청나게 도와주셨습니다.
급하게 샤워시설도 설치해주시고 물탱크를 채울 수 있는 루트도 마련해주셔서 샤워도 할 수 있게 해주시고요.
119구조대가 정말 많이 수고했고 노력했지만 그들의 성공적인 활동을 위해서 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고생했습니다.
현지 파견 구조대 서포트를 위해서 도미니카에서 많은 식량과 필요물품을 구하기 위해서 늦게 까지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고 아침 트럭 출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밤새도록 물품 포장한 코이카 봉사단원들의 노력은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충분히 박수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런저런 사정으로 현지에 도착했고 필요한 물자는 지속적으로 도미니카에서 공수하고 현지에서 어떻게든 조달하면서 구조대 활동은 지속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기자들이 있었습니다.
현지에 온 기자분들도 정말 고생이 많았지만 현지에서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에서 물자를 가져간 것과 현지 조달에 있어서 기자들은 고려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국내파견인원과 현지 합류 코이카 봉사단원 들의 숫자에 맞춰서 모든 식료품, 식수 기타 필요한 물자들을 준비했는데 기자들의 너무 많았습니다.
한두명이면 모르겠는데 20명에서 30명의 기자들이 숙식을 함께 해버리니, 그들이 소비하는 양도 상당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도미니카에서는 모자라는 만큼을 트럭으로 공수해야 했습니다.
도미니카 수도에서 아이티 현지까지 차로 8시간이상 소요됩니다. 저녁에서는 안전문제 때문에 되도록이면 차량운행을 안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최대한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그래서 오전까지 필요물자를 준비시키려면 전날 밤늦게까지 준비해야합니다. 현지에 우리나라처럼 24시간 마트가 있는것도 아니라서 8시 이전에 물자들을 준비해야 하구요.
방침상 구조대가 우선이기 때문에 식사도 구조대가 먼저하고 그래도 고생하는 기자들, 같은 한국사람인데 하면서 이것저것 먹을 것도 챙겨주고 하였습니다. 결국 사람사는 곳이니까요.
샤워 일주일에 한 번했다는 인터뷰가 있었는데 말이죠.
그 샤워장에서 많은 기자들이 같이 샤워했습니다. 그렇다고 씻으려는 사람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 또 상당량의 물이 소모되고 구조대가 사용해야할 몫은 줄어들겠죠.
그래도 어쨌든 구해야하니까 물구해서 채워넣고 하느라 조달하시는 분 엄청고생하셨는데, 물없어서 샤워못한다는 소리 못들었습니다. 뒤에서 수고하신 분들 덕분에요.
국민들의 알권리 중요합니다. 아이티의 현실, 대한민국 구조대의 활동 등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우선인 것은 구조대가 제대로 활동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겠죠. 이번 엠비씨 뉴스사건처럼 언론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방해가 되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론을 상대하는 것은 참 조심스러운 것 같습니다.
뭐 그렇습니다.
도미니카 대사의 발언.
아이티에 정말 여러 단체에서 의료팀을 파견한다고 합니다. 다들 화이팅을 외치면서 플래카드 앞세워서 사진을 찍죠.
아이티에 왜들 가시려는 걸까요. 정말 아이티의 현실은 장난이 아닙니다. 티비에 나오는 자극적인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위험합니다.
스촨성이나 인도네시아에 긴급구조대가 출동했을데 치안상의 문제는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왜냐면 국가의 행정력이 온전히 유지되고 있고 피해주민 이외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요.
아이티는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기능이 마비되었고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선량한 사람들 중에 몇사람의 욕심이, 선동이, 구조대나 의료진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물자, 트럭 등의 탈취도 발생하고 물품 배부과정에서 사고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선교사분이 강도를 당하시기도 하셨죠. 한 현지인은 배고프면 사람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저도 수긍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물자는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는데 안전문제로 제대로 보급이 안되고 있었으니까요.
클리앙에서 만약 아이티에 의료팀을 보낸다고 합시다. 의료진이 갖춰지고 여러가지 정황을 알아보아야 할겁니다. 의료진이 가서 어디서 묵어야할지 식수나 식량은 어디서 구해야할지, 안전은 확보될 수 있는지, 어디서 의료활동을 해야할지, 의료활동을 하면서 안전은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지 등에 대해서 많은 사전 조사가 필요할 것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마 대사관에 연락할 것입니다. 아니면 119구조대나, 코이카 등 다녀온 사람들에게 연락하겠죠. 그리고 그런 요구사항을 확보하기 위해서 협조를 구할테구요.
지금 그런 단체가 지금 한 두 개가 아닙니다. 무작정 오겠다고 자기들 방침을 정하고선 대사관이며 코이카며 현지 선교사며, 현지 진출 기업이며 계속 연락을 시도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나라에 도움을 주는 것은 참 좋은 일이고 권장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 대사관에서는 현지에서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저희 구조대가 갔을 때도 위의 사항들을 확보하기위해서 밤낮으로 노력해서 겨우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었고, 심지어는 베이스캠프를 벗어난 외곽에서는 정말 조심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최대한 안전에 유의하고 대사관에서도 현지 유엔군이나 미군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하겠다고 하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물론 그러한 협조를 얻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었구요.
수 많은 민간단체와 의료진들이 들어오겠다고 합니다. 그들 스스로 식량과 식수와 안전을 확보하긴 어렵습니다. 그걸 모두 대사관에 떠맡기려는 태도는 무책임하구요.
제가 볼 때 각 기관들이 아이티에 직접 가서 활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노력과 돈을 현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기관, 유엔, 국제적십자, 국경없는 의사회 등에 지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티에 가서 활동하기 위한 경비는 너무나 많이 듭니다.
비용대비 효과측면에서 자금지원이 현지에 가서 일주일정도 치료받으러 오는 사람들 진료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요? 한국에서 아이티에 직접 가서 일주일동안 천명을 진료하기 위해 쓰는 돈을 현금으로 지원하면 만명의 어린이에게 물과 빵과 텐트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티에 가려는 기관들은 물론 도움의 손길을 나누고 싶은 생각도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이 기회에 자신들의 기관을 홍보하고자 하는 생각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현지 활동중에 발생하는 안전상의 문제는 결국 대사관의 책임이 되고 우리나라 정부의 책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샘물교회 사건처럼요.
만약 지금 계속 나가고 있는 의료진 가운데 사고가 난다면 책임은 누가 지는 것입니까.
아마 많은 사람들은 정부 욕을 할겁니다. 왜 현지 활동 의료진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았냐구요.
근데 지금 대사관에서 할 수 있는 안전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인겁니다.
그렇다고 인도적 차원의 민간 의료진 입국을 강제로 막기도 어려운 상황이구요.
도미니카 대사의 언급은 그러한 컨택스트 속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엠비씨 뉴스의 편집은 정말 악의성 있는 의도적 왜곡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지금 인터넷에서는 구조대 오지 말았어야 한다는 의미로 전달되어 일파만파 퍼지고 있잖습니까. 본인은 얼마나 억울할까요.
대한민국 해외긴급구조대라는 이름으로 파견된 분들 한 분 한 분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에서 도미니카에서 수많은 분들이 정말 더 많은 고생을 하셨습니다.
고생하면 만사오케이냐, 과정과 결과가 좋아야하는 것 아니냐 할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고생했다고 다가 아니죠. 과정도 좋고 결과도 좋아야합니다. 구조대 지원도 더욱 잘 되고 열악한 환경을 개선 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아직 해외구조활동에 있어서 노하우가 많은 것이 아닙니다. 여러 기관들이 함께 하다보니 협조체계도 미흡한 부분이 있고 법률체계 등등 수정해야 할 것들 준비해야 할 것들 개선해 나가야 할 것들 많습니다.
하지만 계속 발전해나가고 있고 앞으로 더욱 잘 될 거라는 생각합니다.
지금 부족한 점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만큼 개선될 것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기여는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입니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성장한 만큼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도 높아질테구요.
그리고 이번 아이티처럼 엄청난 자연재해가 앞으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아무도 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또 다른 곳에서 지진피해가 발생하고, 홍수가 나고 할겁니다. 안타깝지만요.
우리나라 구조대의 파견도 늘어날 것 같습니다.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겠죠.
참. 쓰고 보니 두서없는 글이었습니다.
주> 이 글 올리신 분이 추가한 내용이 있어 첨부합니다.
1. 맥주
당시 아이티 현장에 파견된 도미니카 대사관 외교관은 1명입니다. 외교관 1명이 사무실에 그 많은 맥주를 쌓아놓고 마셨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됩니다. 현지에 있었던 외교관은 지진 발생 당시 소재파악이 안된 1명의 교민을 직접 찾기 위해 목숨을 무릅쓰고 아이티로 파견되었고 우리나라 구호대파견이 결정되면서 그대로 현지에 체류한 상황이었습니다. 위급상황에서 파견된 외교관이 어떤 경로로 그 많은 맥주를 쟁여놓고 마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보는 눈이 한 둘이 아닌데요. 그리고 그 정도 물량이면 정식 보급경로를 통해서 운송되었을텐데 과연 그 한사람을 위한 물자가 그렇게 지원될 수 있었겠습니까. 도미니카 대사가 직접 현지에 가시면서 고생한 1차구조대 격려차원에서 가져갔다는 것 이외에 상식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구조현장에서 왠 맥주냐 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구조활동이 끝나고 도미니카 복귀 전날입니다. 그리고 도미니카 대사가 직접 아이티 현지에 왔습니다. 오면서 어떻게 하면 수고한 구조대원들 격려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맥주 한잔 돌리는게 어떻겠느냐는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도미니카 대사가 구조활동이 종료된 구조 현장 방문을 하면서 격려 차원에서 맥주를 가져간 것은 '사실'(fact)입니다. 파견된 구호대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쌓여있는 맥주와 콜라를 보면서 외교관이 먹고 마시는 듯하다고 생각하게 한다면 '진실'(truth)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 매트리스와 땅바닥
도미니카 공관 외교관이 5명이라고 하는데 제가 본 사람은 4명입니다. 그리고 4명이 다 아이티에 있지도 않았는데 수십개의 매트리스를 아이티에 쌓아놓고 대사관 및 코이카 사람들 위해서 쟁여놓았다는 게 이상합니다. 저도 소위 작은 매트리스 깔고 모기장안 '땅바닥'에서 잤습니다. 쌓여있던 매트리스 너무 커서 사실 사용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사람크기 정도의 작은 매트리스를 썼습니다. 그게더 편리하고 모기장 안에 넣기도 좋았기 때문이구요. 그리고 개인당 모두 침낭 하나씩 받았습니다. 근데 더워서 텐트 안에서 그 안에 모기장 설치하고 침낭을 사용하기 보다 차라리 텐트 밖에서 모기장 치고 작은 매트리스 깔고 자는게 더 편하고 시원하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인터뷰는 그러한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것같습니다. 상식적으로 자그마한 돌들이 등을 찌를텐데 설마 정말 맨땅에 누워자겠습니까.
그리고 1차구호대와 2차 구호대가 하루 함께 지내게 되는 날이 있었습니다. 2차구호대가 현지도착하고 1차구호대는 다음날 떠나게 되었기 때문이죠. 인수인계 문제도 있구요. 그 날 1차 파견35명+봉사단원6명+외교관1명 에 2차구호대 18명+봉사단20여명이 모두 자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거의 80여명이죠. 그래서 있는거 없는 거 다 준비하고 있었던 겁니다.
3. 에어컨사무소
그 사무실에 에어컨이 있었고 시원했던 거 사실입니다. 저희가 사용한 텐트 설치 장소 바로 옆입니다. 사실 거기는 현지 발전소 건축현장 사무소입니다. 사무소 직원들 사용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지진사태 때문에 저희쪽에 사용을 허락해준 곳입니다. 사무소에 보이는 하얀 헬맷은 구조대 용이 아니라 현지 사무소 직원들용입니다. 미리 파견되어 준비하고 있던 외교관이 그 사무실에 있으면서 에어컨을 사용한 것이죠. 에어컨이 하나라도 있었던 게 행운인 상황입니다. 어느 구조현장에서 에어컨이 가능하겠습니까. 사실 사무실이 있고 인터넷이 되었던 것도 축복이었습니다. 샤워장이며 간이화장실이 있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가장 중요한 게 먹고 자고 싸는 것 아닙니까.
4. 화장실
화장실 두 개가 있었는데 남자, 여자 따로 사용했습니다. 화장실이 더 많았다면 좋았겠죠. 아이티는 구하고 싶으면 다 구할 수 있는 한국이 아닙니다. 화장실이 있었던 것만해도 감지덕지였습니다.
5. 샤워
구조대의 경우 샤워는 매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매일 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요.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서요. 그래도 물은 계속 어떻게든 구해서 채웠고 뉴스처럼 일주일동안 한 번밖에 샤워하지 못했다는 인터뷰는 뭔가 이상합니다. 기자들도 매일은 아니더라도 몇 번씩은 다 그 샤워장에서 샤워를 했습니다.
지금 추가한 사항은 제가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입니다. 세부적인 사항이나 특정한 사항의 결정과정이나 이유는 어쩌면 조금씩 다를 수도 있을 겁니다. 워낙 현장은 복잡하고 다들 바쁘고 정신없으니까요. 각자 맡은 일이 다르기도 하구요.
영화 '오!수정'을 보면 같이 경험한 일도 서로의 기억이 다른 것처럼요.
그래도 대체적으로 틀리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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