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의 주도미니카대사관 관련 뉴스에 대한 진실공방이 한창입니다.
과연 뉴스대로 주도미니카대사관 숙소와 119구조대 간의 숙소차이가 많이 났는지에 대해서요.
인터넷에 관련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데 방송 전문가가 올린 글이 있어 옮깁니다.
한국독립PD협회 초대회장을 역임한 이성규 PD님은 오지다큐 전문PD입니다.
방송전문가로서 MBC 뉴스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주> 아래 두 개의 글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1> 아이티 현지 구호활동을 하고 온 119 구조대원의 글
http://poisontongue.sisain.co.kr/1377
2> 아이티 현지 취재를 다녀온 국민일보 김지방 기자의 글
http://poisontongue.sisain.co.kr/1380
글 - 이성규 (독립PD)
인터넷이란 공간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집단 지성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때론 우르르 몰려들어 마녀사냥하는 광기를 보이기도 합니다. 지난 28일 MBC의 뉴스데스크에서 '현장고발'이란 꼭지를 통해 보도된 <지진 현장에 간 우리 외교관> 내용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을 보면서 저는 몸서리를 쳤습니다. 인터넷의 집단 지성에 대한 회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잖아도 이번 일에 대해 인터넷 매체인 '미디어스'에 칼럼을 쓰려고 자료조사를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편집은 필수입니다. 그러다보면 어쩔 수 없는 생략과 논리적 도약이란 문제를 안고가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집의 정도란 게 있습니다. 이번 아이티 119구조대 관련보도는 기자의 의도에 따라 그 생략이 얼마나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을 알리는 사람으로서 가슴깊이 꽂아두어야 할 비수는 철저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것. 의도로 혹은 상상력으로 사실을 바꾸지 않아야 한다는 것. 며칠 전에 읽은 앨리스 워커는 "작가는 아무리 무명이라 해도 타인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야야 한다"라고 말하더군요.
오늘 밤에 이번 일과 관련한 칼럼을 미디어스에 송고하기 위해 쓰게 됩니다. 직종은 다르지만 방송계의 동업자 입장에서 이런 글을 쓰려니 저로서도 안습입니다.
덧글로 올린 거였는데, 그만 게시판으로 올랐네요. 부담이 커지네요. 일정 불편하기도 하고 말이죠, 그 불편한 마음으로 아래의 원문에 글을 덧붙여 봅니다.
게시판에 올려짐으로써 제가 우려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군요. '역이용의 위험'말입니다. 부탁드립니다만, 이번 일을 피디수첩과 연계하는 황당한 발상을 하는 이들은 정신을 차리세요. 개념은 어디에 두셨는지 모르지만, 실종된 개념 찾기에 나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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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MBC <뉴스데스크> ‘현장출동’ 코너에서 아이티에 파견된 119 구조대와 도미니카 대사관 직원들의 대조적인 생활 모습을 고발한 것이 인터넷에서 파문이 일고 있더군요. 고재열 기자도 관심을 갖고 있었네요.
엠 비시의 기사를 저도 이틀 전에 인터넷을 통해 봤습니다. 뉴스영상을 본 첫 느낌은 "뭔가 이상하다"였습니다. 이건 직업적 본능인데요. 피디와 기자의 편집 경향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유재광 기자의 리포트는 앞뒤를 잘라 내어 편의적으로 구성했다는 의구심이 상당히 많이 들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이른바 외주 제작(?) 피디로 경력 21년차입니다. 방송사와 저의 관계는 원청과 하청 즉 갑과 을의 관계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이런 식의 의구심을 뿌리는 건, 상당히 위험합니다. 갑에게 찍히는 꼴이니까요.
제 가 여의도에서 사용하는 작업실의 독립피디들은 세계 각지의 내전 그리고 위험지역을 일상처럼 들락거리는 다큐멘터리스트들입니다. 방송사의 피디나 기자들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조건인 상황에서 아무런 후속 보장도 없이 목숨을 건 채 카메라를 메고 뜁니다. 이건 방송사 정규직도 인정하리라 봅니다.
그 런 경험, 즉 세계 각지의 내전이나 위험 상황을 취재해본 경험으로 볼 때, 이번 엠비시의 보도는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우선 편집 구성의 면에서 보면, 119구조대의 열악한 상황에 대한 리포트였습니다. 그에 대해선 이견이 없습니다. 한국의 119 구조대는 분명 열악한 환경에서 구호 활동을 펼칩니다. 이것은 현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과거 정권에서 부터 그랬습니다. 특히 아이티는 우리와 지정학적으로 보면 지구의 정반대입니다. 그러므로 구조 활동을 펼치기 위한 장비와 보급 물자를 운송하기 상당이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악역이 나온다는 것이죠. 그 악역이 도미니카 대사관 직원과 대사입니다. 강성주 대사는 노무현 정권이 임명했던 아프카니스탄 대사였습니다. 강성주 대사가 아프카니스탄에서 근무했던 시기는 샘물 교회 사건으로 시끄러울 때였죠.
도 미니카 대사관은 ‘현장 고발’이란 형태로 보도를 할 때, 아주 적역이 됩니다. 두들겨 패도 그다지 비난을 받지 않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이명박 정권의 근본적인 외교 정책을 비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청와대와 같은 권력으로 부터 오는 압력이나 압박의 걱정이 없습니다. 일선 외교관을 조지는 것이니까요. 그러한 상태에서 일선 외교관과 같은 악역은, 부담이 적은 상대가 됩니다. 그 틀에 도미니카 대사관 직원과 대사가 걸린 겁니다.
그런데 제가 의구심을 갖는 것은 이번 보도는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는 겁니다. 가장 큰 의구심은 에콰도르 구조대원의 인터뷰입니다.
구조대 : We have to shower everyday.
기 자 : You have to?
구조대 : Yes.
기 자 : What happen you cannot?
구조대 : I dont understand you.
이 내용을 엠비시 뉴스에선 이렇게 한국어로 번역됩니다.
구조대 : 샤워 같은 건 매일 당연히 해야 합니다.
기 자 : 당연히요?
구조대 : 예
기 자 : 만약 못하게 되면요?
구조대 :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참고로 인터뷰를 한 구조대원은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야 하는 우리와 달리, 아이티와 지척에 있는 에콰도르 사람이란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한국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나라라곤 하지만 우리와 비교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는 스페인어입니다.
저 위 영어 인터뷰에 대한 번역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데, 어찌됐든 화면에 나온 것만으로 본다면 유재광 기자는 오버를 했습니다. 특히 “I dont understand you.”를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로 번역했다는 것에 말이죠. 이는 지난 광우병 파동에서 있었던 피디수첩 오역 문제의 기시감을 떠오르게 합니다.
119구조대원의 샤워 이야기가 나오죠. "제가 여기 5~6일 있는 동안 물을 한 번 받았어요.[샤워를 한 번 밖에 못 하셨어요?] 예. [아니, 땀범벅이 됐을 텐데 어떻게?] 아, 그냥... 원래 나오면 그렇죠 뭐..." 이 내용이 참 이상합니다. 목소린 의도한 듯 변형을 시켰습니다. 취재원에 대한 보호라 할 수 있지만, 여기선 그게 아닌 듯 싶습니다. 기자는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변형시켜 밀착 취재 혹은 내부자 고발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한 혐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 내용을 찬찬히 분석하면, 샤워를 5~6일에 한번 했다는 게 아니라 물탱크에 물을 받아 놓은지 5~6일 됐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샤워를 한번 밖에 못했어요?”란 기자의 질문이 이어지죠. 이것은 앞 말로 인해 샤워를 5~6일에 한번 밖에 못했다는 것으로 시청자는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재광 기자는 분명 그걸 노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 장 문제가 됐던 것은 에어컨이 나오는 사무실이죠. 아이티에 파견된 대사관 직원은 1명입니다. 그리고 코이카 직원이 한 사람이 더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요. 그 문제의 사무실은 확인을 해보니, 장소를 제공해 준 현지 한국 기업체의 사무실입니다. 그 사무실을 임시 상황본부로 사용했던 것이죠. 그런데 보도로만 본다면 대사관 직원은, 바깥 한데에서 지내는 구조대원들과 비교할 때 귀족처럼 보낸 것으로 시청자는 받아들이게 됩니다.
에 어매트와 맥주에 대한 지적도 보도에 나오는데, 저는 거기서 그만 실소를 터트렸습니다. 저는 험악한 곳으로 촬영을 자주 나가기에 그냥 슬쩍 지나가는 제품이긴 했지만 한 눈에 그 제품이 어떤 회사의 어떤 모델인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호화판 에어메트인 것 처럼 기자가 언급한 제품은 미국에서 약 20달러 안짝의 제품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119구조대가 사용하는 야전용 매트는 언듯 허술해 보이지만, 약 35달러 수준의 제품입니다. 그리고 쌓아놓은 에어매트는 2차 구조대를 위한 제품이라고 알려졌더군요. 그런데 기자는 쌓아놨다는 것에 방점을 둠으로써, 대사관 직원들이 호화판 생활을 하는 것 처럼 그렸습니다.
맥주도 그렇더군요. 잠깐 만이라도 주의깊게 보면 그 맥주는 구조대 및 관계자들의 위문을 위한 보급품이란 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자는 대사관 직원 전용인 것처럼 그렸습니다. 기껏해야 두 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는 대사관 직원들이 쌓아놓은 에어메트와 콜라 맥주를 귀족생활하는 것처럼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인 편집 구성을 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끝으로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가장 분노한 대목이 있죠. 강성주 대사의 발언입니다. “스스로 여기에서 식사 문제라든지 자기 모든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들만 와줬으면 좋겠다는...” 이 내용은 최근 몇 년전부터 외국의 전쟁이라든가 재난 현장에 무대포로 구호대를 보내는 경험 없는 NGO나 종교단체를 향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강성주 대사는 샘물교회 사건 당시 아프카니스탄 대사였다는 점을 상기하셔야 합니다. 근데 기자의 리포트가 그 대답 앞에 붙죠. “119 구조대원들은 거의 모든 생활을 현지 대사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페인과 도미니카를 거쳐 육로로 아이티에 들어오느라 짐을 최대한 줄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지의 우리 대사는 이렇게 구조대가 오는 게 영 탐탁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기자의 이 리포트 다음에 강성주 대사의 인터뷰가 뉴스 영상에서 붙은 겁니다.
이렇게 되면 시청자는 ‘119 구조대 오는 걸 주 도미니카 한국 대사는 귀찮고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저 또한 외교통상부에게 불만이 많은 다큐멘터리스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지난 21년 동안 방송제작을 했던 사람으로서 겪은 몇 번의 사건은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립니다. 외교통상부에게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들고 칠 것은 당연히 쳐야 하지요. 하지만 이번 아이티 관련 ‘현장고발’은 많은 면에서 석연치 않습니다. 유재광 기자는 무슨 연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곳에서 오버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분히 악의로 읽혀질 만큼 왜곡된 편집 구성으로 보도를 했습니다.
미디어스에 이번 일과 관련한 칼럼을 쓰기 위해, 자료 조사를 하느라 몇몇 곳에 전화를 걸고 있고, 인터넷을 뒤지고 하는 와중에 독설 닷컴까지 왔습니다. 그냥 글만 읽고 가려고 하다가, 그만 덧글로 이렇게 긴 내용을 온라인으로 쓰게 됐습니다. 많이 실례했습니다.
노 파심에 한마디 더 씁니다. “너 알바 아냐?” “너 보수 꼴통이지?” 이런 내용들로 돌멩이가 날아오리라 예상되어서입니다. 이미 독설 닷컴에 오른 몇 개의 글을 보면 제 성향을 아시게 되리라 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번 일로 호시탐탐 노리는 일부 수꼴들에게 책잡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거기에 제가 쓴 덧글이 역이용될 수 있다는 점도 말이죠.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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