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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밑줄 긋는 남자

주도미니카대사관의 진실을 알기 위해 꼭 읽어야 할 글-2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1. 31.


MBC 뉴스의 주도미니카대사관 관련 뉴스에 대한 진실공방이 한창입니다.
과연 뉴스대로 주도미니카대사관 숙소와 119구조대 간의 숙소차이가 많이 났는지에 대해서요. 인터넷에 관련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데,
아이티 현장을 취재하고 온 국민일보 기자분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원문 주소 :
http://blog.paran.com/fattykim




내가 본 아이티 한국캠프

글 - 김지방 (국민일보 기자)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 다녀왔다.

 

다녀와서 며칠 뒤  MBC뉴스에서 아이티 현장의 외교통상부를 비판하는 보도를 접했다. 현장에 다녀온 나도 깜짝 놀랐다.

 

포르토프랭스에서는 한국 기자들이나 구호팀이 머무는 숙소가 크게 2곳이었다. 하나는 MBC보도에 나온 발전소 부지. 우리는 회사 이름을 따서 'e파워'라고 불렀는데, 이 곳은 한때 미군이 함께 사용했을 정도로 부지가 넓고 안전한 곳이다. 사방에 3미터 높이의 벽이 쌓여있고 주택가도 없어서 평온하다고 할 정도였다. 외교부와 119 구조대, 코이카가 함께 사용했다. 참사 후 가장 먼저 현장 취재를 온 특파원들도 이 곳에서 함께 생활한 것 같다. 나는 특파원들이 철수하고 2진이 들어갔을 때쯤 들어갔다.

 

또 한 곳은 백삼숙 선교사의 교회였다. 2층 건물과 앞마당이 있는 곳인데, 이 곳도 e파워와 가깝긴 했지만 주택가 한 가운데 있었고, 백 선교사의 교회 청년들(현지인)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YTN취재팀과 MBC피디수첩, W, KBS 스페셜과 VJ특공대 조선일보 등과 함께 이 곳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두 곳 모두 특징은, 인터넷 샤워 식사 잠잘 곳을 기자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해 주었다는 점이다. 백 선교사님 집에서는 전화(인터넷전화로 한국 바로 연결)도 사용할 수 있었다. 사실 참사 현장에서 이정도 조건이면 굉장히 양호한 것이다. 기자들은 어디를 가든 통신이 가장 중요한데, 인터넷이 필요한 때에 연결되고(자체 발전기를 돌려야하기 때문에 24시간 인터넷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기자들의 마감시간을 고려해 밤늦게(11시~12시)까지 켜주었다.) 한국식 식사도 매일 했다. 백선교사님 집에선 라면과 밥 깻잎 김치 등이 매일 나왔다. 선교사님이 먹어야할, 구하기도 어려운 한국 반찬을 우리를 위해 다 내놓으신 것이다. 구호현장을 몇번 가보았지만, 한국식 밥을 이렇게 잘 챙겨 먹은 것은 처음이다.

 

논란이 된 e파워 발전소 부지 이야기로 넘어가자.

 

나는 사실 이 곳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잘 모른다. 오전 취재를 하고 점심 때 쯤 이 곳에 들러 간단히 씻은 뒤 그늘에서 좀 쉬고 갔다. 점심도 한번 얻어먹었다. 한번은 저녁 때 돼지고기를 삶아서 파티를 했는데, 코이카팀과 119팀이 같이 먹고 가라고 했는데 숙소로 가기 위해 먼저 나왔다. 조금 아쉽긴 했지만 고생하시는 분들 더 많이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우선 뉴스에 나온 텐트 노숙과 에어컨 사무실 문제. 에어컨이 나오는 사무실은 e파워 회사의 건축 사무실인데 이번 지진 이후 구호활동을 위해 한국인 사장이 빌려준 곳이다. 외교부와 적십자, 코이카, 119구조대가 이 곳을 베이스로 이용했다. 인터넷도 이용할 수 있었다. 인터넷은 지진 직후 도미니카에서 코이카 대원들과 함께 달려온 외교부에서 설치했다.

 

텐트를 친 곳은 사무실 바로 앞의 마당이다. 발전소 부지 안이어서 물론 안전하다. 나는 사실 그 텐트가 부러웠다.

 

 내가 잔 백 선교사님 숙소에서는 그냥 앞 마당에 평상놓고 그 위에서 얇은 담요 덮고 잤다. 아이티는 낮에는 무지무지 덥지만 밤에는 또 가을날씨처럼 쌀쌀하다. 모기들도 얼마나 설치는지, 또 바로 옆의 비행장에서는 미군 비행기가 24시간 거의 10분에서 30분 간격으로 굉음을 내며 뜨고 내리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왜 집안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 자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여진 때문에 사람들이 다 집 안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자려고 했다. 그래서 앞마당에 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집 안에 들어가서 자야했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e파워의 텐트에는 침낭도 있었고, 바닥도 평평하고 부드러웠다.(낮에 빈 텐트 안에 들어가 잠깐 낮잠을 잔 적이 있음.) 자크만 잠그면 모기에게도 물리지 않는다. 얼마나 좋은가.

 

나는 외교부 참사관이 사무실에서 자는 줄도 몰랐다. 만약 사무실에서 잤다면, 아무리 매트리스를 깔고 잤다고 해도 텐트에서 자는 것보다 더 열악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지진 걱정 없이 앞마당에 텐트 치고 침낭에 들어가 시원한 바람 맞으면서 자는 것과, 각종 기자재와 물품, 서류로 가득한 사무실 한 구석에서 매트리스 깔고 자는 것... 어느 것이 더 나을까?

 

샤워 문제는 내가 모르겠다. 하지만 점심 때 잠깐 들른 내가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 맞다.. 한번 감았다... 물이 귀한 줄 알지만 너무 덥고 먼지에 쌓여서 그랬다... 좀 미안했다... 하여튼 그렇게 세수하고 머리 감는데 나보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참고로 그 물은 아마 발전기 돌려서 펌프를 가동시켜 지하에서 퍼올렸을 것이다. 수도도 전기도 다 망가진 상태였으니까. 내 숙소였던 백 선교사님 댁에서도 그렇게 했다. 사람들이 샤워물을 많이 써서 물이 바닥나기도 했지만, 나도 받아놓은 물을 바가지로 퍼가면서 4일간 2번 샤워했다. e파워는 공장부지로 만든 곳이니 물 사정이 조금 더 나았을 것이다. 낮시간에도 베이스캠프에 있던 기자들이 119구조대원이 오기 전에 먼저 샤워하면서 물을 다 써버리는 일만 없다면.(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e파워에는 낮에 가면 기자들이 북적거렸고, 외교부 참사관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고, 코이카 봉사대원들은 식사준비와 보고 등등으로 바쁘게 오갔다. 기자들은 주로 방송기자들이었다. (내가 갔을 때는 신문기자 1진은 철수하고 있는 분위기였음) 방송기자들은 텔레비전과 라디오, 인터넷까지 거의 24시간 한국에 보고를 하고 기사를 띄우고 전화연결하고 영상까지 보내야해서 그런지 인원도 많았꼬, 늘 북적북적하면서 인터넷에 매달려 있었다. 하루 한번 마감하는 신문기자들보다 고단해 보였다.

 

여담인지 본담인지 모르겠지만, 거기서 방송 기자들 보면서 살짝 느낀 것은 방송 기자들은 그런 구호현장에서도 참 때깔이 좋다는 것이었다. 머리도 아침에 감고 드라이까지 한 듯이 가지런했고, 옷도 깔끔하고.. 역시 방송기자들은 달라! 라고 생각했다. 샤워를 며칠씩 못한 듯한 모습은 아니었다. 아무리 피곤해도 방송 카메라 앞에 서야하니까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라도 그런 때깔은 유지해야 했을 것이다.

 

그래도 MBC특파원 선배는 무척 피곤해 보였다. 내가 간 뒤 이틀 뒤인가 교대하고 철수했다. 뉴스데스크에 외교부 비판하는 보도를 한 그 기자는 아마 2진이나 3진으로 간 기자였을 것이다.

 

그때는 이미 분위기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처음엔 다들 급하고 상황은 열악하니까, 기자들 취재에도 협조를 해주고 숙소도 같이 쓰고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갔을 때만해도 기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딱딱했다. 그래서 조금 늦게 온 취재진은 정부의 태도에 "이게 뭥미?"하고 열 받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e파워에 갔을 때 국민일보 기자라고 하니까 외교부 참사관이 이렇게 말했다.(이름과 연락처를 취재수첩에 적어놓았는데 지금 갖고 있지 않아서...)

 

"본부(대한민국 정부)에서 기자들은 캠프(e파워)에서 철수시키라고 명령했는데, 제가 재량으로 기자들이 머물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 같이 고생하시는데, 먹고 자는 것 조금 나눠서 해결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여기서 나가면 지

금 포르토프랭스에 갈 곳도 없잖아요?"

 

백선교사님 댁은 거의 포화상태였고 시내 호텔 중 성한 곳은 미국쪽 언론이나 NGO가 선점했다), 사실 밥이나 물(샤워가 아니라 식수)도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기자들의 상황이었다. 사실 나에게 이런 부탁도 했는데 들어드리지 못했다.

 

"언론이 119구조대 활동에 초점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여기서 고생하는 코이카 봉사대원들도 한번 소개해주시면 좋겠어요. 국민일보는 남다른 신문 아닙니까."

 

기자들은 그런 습성이 있다. 사고가 나면 빨리 현장에 가는 것, 거기서 현장 소식을 빨리 전하는 것, 그것이 최우선이다. 그러다보니 물을 확보하고 라면이라도 챙겨가고.. 이런 생각은 못한다. 그냥 현장에 가면 어떻게 되겠지, 안되면 조금 굶지, 그런 생각을 하고 거의 무대포로 달려간다.

 

 반면 외교통상부나 NGO 같은 곳에서는 빨리 현장에 가는 것 만큼이나 안전문제, 현지에서 숙식을 조달하는 문제에 많은 신경을 쓴다. 그러다보니 기자들은 그분들의 노력에 숟가락만 얹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이번 아이티처럼, 현지에서 물이나 식량(현지 식당이나 밥집) 조달이 99%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아마 일반 독자들은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기자들도 구호 현장에서 물과 식량을 얻어 먹는 경우가 있다. 당장 막대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돌아가야할 물과 식량을 기자들이 먹는다는 것에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도 미안하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현장의 상황을 알고 위로를 나누고 구호 노력에 동참하도록 만드는 일이 우리의 임무다,라고 생각하면서 죄책감을 떨쳐낸다. 그렇게라도 현장에서 생존해야 소식을 전할 수 있으니까.(늘 그런 것은 아니다. 만약 현지에서 물이나 음식을 구입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결하려고 한다. 출장비를 받아가니까. 현지에서 자체 조달이 안되는 '긴급' 상황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아이티의 경우에는, 정부와 NGO에서도 급하게 오느라 물과 식량은 부족한데 기자들은 또 대책 없이 떼거지로 몰려와 있으니까 숟가락 빌려주시는 분들 입장에선 부담이 좀 컸을 것으로 보였다.

 

내가 아이티에 있을 때도 NGO분들에게 그런 얘길 들었다.

 

"여기는 자기 먹고 자고 할 대책을 미리 준비해 놓지 않고 오면 민폐만 끼치게 되는 곳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자나 NGO 긴급구호요원에게 해당되는 얘기이지 119구조대원에게까지 해당되는 얘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119구조대는 정부에서 파견한 요원들이고, 당연히 정부 예산으로 자신들의 숙식 조달 대책을 마련하고 들어올테니까. 강성주 대사의 멘트도 아마 그런 맥락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뉴스데스크 보면서 외교부의 행동 중에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맥주와 에어매트리스였다. 나는 맥주를 한번도 마셔보지 못했고, 에어매트리스는 사무실에 세워놓은 것 하나 보긴 했던 것 같다. 그게 쌓여 있는 줄은 몰랐다. 방송을 보면서, 왜 그걸 쌓아놓았을까 좀 이해가 안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해명을 보니 임무교대할 때를 위해서 맥주를 조달했고 매트리스도 2진을 위해 준비해놓은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사실인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