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렌즈
이경민 지음, 산책자 펴냄
사진의 속성은 기록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논쟁이 되는 사안이라도 당시 사진을 들이대면 대부분 수긍한다. 그러나 사진은 때로 조작될 수도 있다. 근대사진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는 사진평론가 이경민씨는 “사진은 거짓말을 한다”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사진이 조작될 수 있다는 증거를 식민지 조선에서 찾았다. 이미 <경성, 사진에 박히다>에서 사진을 통해 식민지 조선의 풍경을 들여다보았던 저자는 심층분석 작업을 통해 그 풍경이 조작되었다는 것을 밝혀낸다. 조선 왕실의 사진은 일제의 기획에 의해 의도적으로 초라하게 찍혔고, 일본 건축학자의 고적 사진과 인류학자의 인체 측정 사진에도 숨겨진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양인이 찍은 사진을 분석해 그 안에 담긴 오리엔탈리즘도 읽어낸다. 사진으로 조선을 유럽에 전한 프랑스 외교관 이폴리트 프랑뎅과 독일 무관 헤르만 잔더가 조선에 오기 전부터 오리엔탈리즘에 함몰되어 있었는지를 추적해 그들의 렌즈에 담긴 왜곡을 잡아낸다. 있는 그대로의 조선이 아닌 이런 박제된 조선의 모습은 조선을 ‘전근대’ 사회로 읽히게 만들어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기제로 작용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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