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를 거치면 과학이 즐겁다. 그가 스물아홉에 펴낸 <과학콘서트>가 들려준 이야기는 “세상은 놀랍도록 복잡하지만 인간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만 복잡하며, 복잡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것이었다. 그의 유쾌한 과학 이야기는 <도전 무한지식>이라는 이름으로 전파를 탔고(MBC 라디오), 책으로 묶여 나왔는데 이번에 두 권이 함께 나와서 벌써 세 권째다(방송작가 전희주 공저).
사람들은 그를 ‘일상의 물음표를 지식의 느낌표로 바꾸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과학적 깨달음으로 이끌어준다. 그에게 과학은 복잡한 이론과 수식이 아니다. 재미난 놀이다. <도전 무한도전> 1권을 보고 그의 아내는 깔깔 웃으며 “이 책은 똥 눌 때 읽기에 최고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화장실용 과학서’라는 평가가 책에 대한 최고의 칭찬이라며 좋아했다.
사람들은 과학적 지식을 맵시 있게 풀어내는 그의 설명 솜씨에 탄복하지만, 그가 방점을 찍었던 것은 사실 질문이었다. 그는 “답변보다 질문에 더 공을 들였다. 질문을 진부하지 않고 기발하게 하려고 궁리를 많이 했다. 그리고 그 답을 통해 과학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우주와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과학은 한 우물을 파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온 사방에 관심이 뻗쳐 있는 그는 이해하기 힘든 과학자다. 그는 “가장 포괄적인 과학인 물리학으로 시작해 박사 후 연구를 의대에서 하고 지금은 공대에 재직하다보니 여러 분야에 두루 관심이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연구 주제는 인간의 뇌인데, 역시 다양한 분야의 융합적 지식이 필요하다. 배워서 남 주는 일이 보람차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전쟁 같은 스케줄’이라 말할 만큼 바쁘게 생활하는 그가 요즘 빠진 것이 있다. 트위터다(http://twitter.com/jsjeong3). 트위터러들과 어울려 쉴 새 없이 지저귀는데 그는 “연구에 찌든 뇌를 트위터 글쓰기로 씻어낸다. 나름대로 실험을 하고 있다. 140자의 제한을 벗어나기 위해 그림을 그려 링크해 지식을 전달하고 있는데 과학 지식이 오랜 울림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주> 출판사의 저자 설명과
정재승 교수의 최근 연구 주제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기사를 첨부합니다.
정재승
우리 시대 가장 주목할만한 과학자. KAIST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예일의대 소아정신과 박사후연구원,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콜롬비아의대 정신과 조교수 등을 거쳐 현재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부교수로 있다. 다보스 포럼 ‘2009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도 선정! 무엇보다 그는 2001년 29살의 나이에 “세상은 놀랍도록 복잡하지만 인간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만 복잡하며, 복잡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풀어낸 책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또 과학을 포함해 인문사회과학, 예술 등 방대한 지식과 그것들을 절묘하게 아우르는 유쾌한 글쓰기로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과학의 눈으로 영화를 다시 읽는 저서「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1999)」 21세기를 관통하는 문화키워드를 미학자 진중권 선생과 함께 펴낸 「정재승+진중권 크로스(2009)」 등을 펴낸 바 있으며, 국내 최초 라디오 과학 프로그램 ‘도전 무한지식’을 MBC에서 진행한 바 있다. 이 책은 피곤한 일상을 ‘과학의 매력’으로 위로하고자 경쾌하지만 진지하게 썼다.
정재승 교수 "뇌 구조와 인터넷은 닮은꼴"
베스트셀러 '과학콘서트'의 저자 KAIST 정재승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과)가 '뇌'와 '인터넷'을 비교하며 창의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블로그산업협회가 23일 개최한 '비즈니스 블로그 서밋(Business Blog Summit) 2009'에서 정 교수는 "인간의 뇌와 컴퓨터가 둘 다 전기 신호 처리를 통해 작동한다는 점에서 거의 흡사하고 인터넷은 뇌의 신경세포들이 네트워크 맺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뇌의 각종 부위가 자기 역할을 하면서 지적 활동이 발생하듯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네티즌 참여형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보다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인터넷을 통한 집단지성이 작동했기 때문"이라며 "그것들이 어떻게 상호작용 했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자기 마음대로 활동하는데 그것들이 모여서 '월드 와이드 웹(www)'이 되고 블로고스피어가 되는 뛰어난 지성을 구축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뇌의 신경세포의 전달 속도는 '수십m/s'로 컴퓨터보다 훨씬 느린데도 월등히 높은 지적 능력을 보여준다. 이유는 '연결'이 원활하기 때문"이라며 "마찬가지로 인터넷도 네티즌 간의 '연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 교수는 이러한 연결이 창의성과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창의적인 인터넷을 꾸려 '원시적 수준의 뇌'를 벗어나 이제 '인간의 지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의성을 관장하는 뇌의 특정 영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의성이 발현되려면 뇌의 각 부위 간 네트워크가 잘 연결돼 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서로 관련이 없는 것들끼리 연결돼야 창의적인 인터넷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몸의 신경에 '허브'가 있는 것처럼 인터넷에도 포털 같은 허브가 존재하는데, 인터넷 포털서도 전혀 관계 없는 것들끼리 '하이퍼텍스팅(hypertexting)'이 되는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비즈니스 모델이 돼야 인터넷이 발달할 수 있다"고 요약했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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