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는 이른바 '조직개편'을 하면서 <추적60분>을 보도본부로 일방적으로 이관시켰습니다. <추적60분>은 PD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조직개편 이전에는 '제작본부' 산하 '시사교양제작국'에 소속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인규 사장은 '기자, PD 협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제작본부를 없애고 콘텐츠본부를 만든 다음, 시사제작과 교양제작을 분리해 시사제작기능을 보도본부를 이전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KBS의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인 <추적60분>이 보도본부로 이전되게 되었습니다.
<추적60분> PD들을 비롯해 KBS PD집단 전체가 이런 회사의 조직개편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결국 김인규 사장은 밀어붙였습니다. 원래 <추적60분>을 제작하던 PD들은 보도본부로 이전된 <추적60분>엔 가지 않겠다며 인사발령을 거부했지만, 김인규 사장은 또 일방적으로 PD들을 발령냈습니다.
6월 21일, KBS 입사 3년 PD로서 <추적60분>을 제작하던 김범수 PD과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 절절한 심정을 담아 KBS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은 순식간에 조회수가 1000건을 넘어서고, 30여건에 달하는 댓글이 달리는 등 사내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김인규 사장은 당사자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이 글을 일방적으로 삭제했습니다.
이에 언론노조 KBS본부는 아래 KBS본부의 입장과 함께 삭제됐던 김범수 PD의 글을 다시 KBS 사내 게시판에 게시했습니다. <추적60분> PD들에 대한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KBS 사내게시판에서 삭제되어 논란이 된 <추적60분> 김범수 PD의 글입니다.
아래 사진 오른쪽 피켓든 사람이 김범수 PD입니다.
내용이 절절하네요.
<입사 3년차 추적 피디입니다>
- 김범수 PD
결국 발령이 났습니다. 본부장도 찾아가고 국장도 찾아가고 사무실에 커다란 현수막도 걸어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아무도 납득할만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고, 우리 팀 누구도 왜 보도본부로 가야하는지 모른 채 <추적60분>과 저희 추적 피디들은 보도본부로 넘어가야 합니다. 입사 1년차에 제가 하던 프로그램은 <생방송 시사투나잇>이었습니다. 시투가 폐지될 때도 비슷했습니다. 팀장을 만나고 본부장을 만나고 피케팅을 하고 연좌농성을 하고 티셔츠를 맞춰 입고... 그러나 그때도 윗사람들은 시투 폐지를 강행했습니다. 2년 반 동안 제가 겪은 KBS는 이런 조직입니다. 고작 이런 조직입니다. 화가 납니다. 분노가 치솟습니다. 퇴근길 버스 안에서, 샤워를 하다가, 밥을 먹다가 저도 모르게 욕을 합니다. 이러다가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 일을 주도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국장은 자기는 힘이 없다고 말하고 본부장은 만날 BCG타령만 하고 있고 부사장이란 사람은 얼굴 본 지 오래됐고 사장은 제작진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그럼 저희는 누구를 만나서 이유를 물어야 합니까? BCG 사장이라도 만나야 하는 겁니까?
현 경영진에게 BCG는 절대반지입니다. BCG만 끌어다 붙이면 뭐든 다 됩니다. 그런데 정작 KBS 구성원들은 BCG의 컨설팅 내용이 뭔지 잘 모릅니다. 회사에서 BCG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껏해야 4쪽짜리 사보 특보가 나온 것이 전부입니다. 그조차도 ‘BCG 보고서의 내용은 이러하다’가 아니라 ‘BCG의 심각한 진단결과를 바탕으로 회사는 이렇게 하겠다’는 식입니다. 그래서 저는 의심이 듭니다. 정말 BCG는 <추적60분>을 보도본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을까요. BCG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으니 저는 자꾸 의심이 듭니다. 회사의 주장대로 BCG가 <추적60분>을 보도본부로 옮기라고 했다면 그것은 정말 의심할 수 없는 객관적 평가입니까? 최근에 읽은 소설책의 한 부분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컨설팅을 한다고 해서 자동차 만드는 일에 대해, 가전 제품을 만드는 일에 대해, 건물을 짓는 일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거 같아? 그런데도 회사에서는 우릴 고용하지. 왜냐면 이 모든 것들이 자신들의 결정이 아닌 컨설팅의 결과라고, 객관적인 평가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잔을 내려놓는 그의 표정에 의구심이 떠올랐다.
“그래도 나름 객관적인 거 아니야?”
“객관? 우리가 컨설팅할 때 참고하는 모든 자료들을 누가 만든다고 생각해? 바로 회사야. 내 가치판단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객관적인 건 아니지.”
나는 이제 더 이상 고객들의 선악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그저 의뢰일 뿐이다.
“그 말은 컨설팅을 맡기는 이유가 고작 책임지지 않기 위해서라는 거야?”
“물론 다른 이유도 있어. 돈을 내는 사람들에게 뭔가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믿게 해주니까. 그건 제법 중요하거든. 또 우린 아주 깔끔하고 정확하게 끝맺음을 하니까.”
- <컨설턴트> 135P
BCG는 제작진을 상대로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24억을 받았다는데 도대체 무슨 조사를 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밑바닥을 조사하지 않았으니 아마 회사에서 제공하는 자료들에 의존해 보고서를 작성했을 것입니다. 세상에 이렇게 취재하는 법은 없습니다. 이건 요즘 KBS에서 유행하는 말마따나 ‘취재의 기본이 안 된’ 컨설팅입니다. 그리고 만약 BCG가 회사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면 그건 BCG의 결론이 아니라 회사의 의도된 결론입니다. 피디를, 피디저널리즘을 믿지 못하는 회사의 경영진 누군가가 그런 결론을 내렸을 겁니다. <추적60분>이여 보도본부로 가라!
우리 회사 경영진 중에는 피디를, 피디저널리즘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바로 김인규 특보사장입니다. 그는 이른바 ‘피디 300명설’, ‘<추적60분> 불행의 시작론’ 등으로 피디와 피디저널리즘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습니다. 정말 거침없이 불신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딱 그 옛날 기자의 시각으로 피디저널리즘을 보는 것 같습니다. 감히 자기 밥그릇에 숟가락을 얹은 불경한 집단. 그런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제가 생각하는 피디저널리즘은 이런 것입니다.
피디저널리즘은 독재정권의 검열로 기자들의 언론 활동이 위축되어 있을 때 상대적으로 검열로부터 자유로웠던 피디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입니다. 그리고 1983년 탄생한 <추적60분>은 그 효시입니다. 출입처가 없었던 피디들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탐사했고, 출입처에서 나오는 고급 정보가 아니라 밑바닥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로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애초에 출발이 달라기 때문에 현재 피디저널리즘과 기자저널리즘은 각자의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피디저널리즘과 기자저널리즘의 차이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성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하나의 사안에 대해 <9시뉴스>의 시각과 <추적60분>의 시각이 다양하게 공존하는 것이 KBS입니다.
제가 아무리 다양성의 문제라고 말해도 특보 사장은 자신의 피디관과 피디저널리즘관을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불신은 뼈에 각인된 것처럼 단단한 것일 겁니다.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저도 특보 사장에 대한 불신이 큽니다. 일단 제 상식으로는 특보 출신이 공영방송 사장이 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입사할 때 저는 개인신상정보 카드에 가입한 정당이나 입사 전 정치활동 내용을 적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공영방송 KBS에서 정치적 중립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이 사장은 예외입니다. 대통령의 언론특보였던 사람이 떡하니 사장 자리에 앉았습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작년 12월 18일 특보사장의 장남이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딸과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식에는 정치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물론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대표도 왔습니다. 미디어오늘 기사에 따르면 결혼날짜가 KBS 사장 취임직후에 잡힌 데 대해 특보사장은 "이미 (사장으로 결정되기 전인) 지난 7월에 잡은 것"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결혼은 작년 10월에 있었던 KBS 사장 공모 전에 이미 결정된 일입니다. 특보사장은 자신이 곧 재벌의 사돈이자 유력 정치인의 사돈이 될 줄 알면서도 공영방송 사장직에 응모한 것입니다.
김인규 KBS 사장 장남 결혼식날 김인규 사장이 사돈 관계인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이야기중이다. 김인규 사장 오른쪽은 현대해상 정몽윤 회장.-출처:미디어오늘
그는 ‘공영방송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KBS의 대전제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치명적인 결점을 가진 사람입니다. 아마 대한민국을 통틀어도 이 정도의 결격사유를 가진 사람은 몇 명 안될 것입니다.
그가 사장이 된 후 더 치명적인 결점이 폭로됐습니다. 기자 선배들이 그의 ‘독재정권 찬양’ 리포트를 찾아 인터넷에 올린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한 그는 한번도 이 리포트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여의도클럽 강연에서는 "여당 출입 기자로서 여당의 목소리를 듣고 취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정보도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라며 스스로를 변호했습니다.
‘그 때는 무서운 시절이었다’, ‘나 역시 시대의 희생자다’... 불행했던 한국 근현대사에서 비겁한 자들이 자주 하는 변명입니다. 친일파들이 그랬고, 독재정권과 야합한 자들이 그랬습니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자신도 시대의 희생자인양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건 비겁한 물타기입니다. 그들이 양심을 팔아 권력과 안락을 누릴 때 양심적으로 살고자 한 누군가는 고통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이 희생자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제가 보기에 특보사장의 독재찬양 이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식의 리포트를 하면서 그는 기자로서 엘리트 코스를 거쳤을 것입니다. 많은 정치적 인맥도 쌓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시대 탓을 합니다. 비겁한 짓입니다. 제가 요구하는 것은 독립투사나 민주화투사처럼 대단히 양심적인 사장이 아닙니다. 다만 양심을 팔아 권력과 안락을 추구하지 않은,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지킨 사람을 바라는 것입니다. 공영방송 KBS 사장에게 그 정도를 요구하는 것이 지나친 것입니까?
그래서 저는 특보사장에게 단 한 톨의 신뢰도 없습니다. 그가 최대한 조용히 임기를 채우고 사라져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금 KBS 전체 판을 흔들고 있습니다. 3년 짜리 사장이 앞으로 30년 KBS 운명을 좌우할 판갈이를 하고 있습니다.
예능․드라마 비중의 축소, 광고 축소, 수신료 인상. 그가 제시한 KBS 판갈이의 내용입니다. 이 중 핵심은 당연히 수신료 인상입니다. 수신료가 인상되어야 광고를 줄일 수 있고 예능․드라마 비중의 축소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가 내놓은 안은 6500원입니다. 현재 수신료의 2.6배입니다. KBS 직원인 저조차 납득이 안가는 액수입니다. KBS가 김비서고 캐백수인 지금 이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 안되는 액수입니다. 정말 특보사장에게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입니까? 혹시 정치권과의 교감을 믿고 있다면 그런 식의 처리는 정말 접어두십시오. 당신은 수신료 인상이라는 케케묵은 과제를 풀었다 어쨌다 자랑하고 다니겠지만 제작진들은 현장에서 국민들에게 욕을 먹어야 합니다.
조급해 보입니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풀어야할 수신료 인상 문제를 특보사장은 너무나 조급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목적을 의심합니다. 저도 의심스럽습니다. 보수적 논조의 종편은 이 정권 언론 정책의 핵심입니다.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고 광고를 없애면 제일 좋아할 사람들은 종편사업자들입니다. 그동안 조중동은 수신료 인상 문제만 나오면 쌍심지를 켜고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조중동은 수신료 인상에 찬성하는 기사를 쏟아낼 것입니다.
특보사장은 수신료 인상 공청회에서 ‘사리사욕이나 정치적 목적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수신료가 인상되고 광고가 폐지된다면 그건 더없이 정치적인 행위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KBS를 죽이는 일입니다. 하지만 특보사장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는 어차피 3년 짜리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30년 가까이 이 회사를 다닐 저이고 선배님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억울합니다. 그런데 피디 선배의 최고 책임자들은 이 상황에서도 아무것도 안하고 있습니다. 아니 앞장서서 이런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2008년 조대현 선배는 본부장이 되면서 피디 후배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피디들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하지만 조대현 본부장이 들어선 이래 피디 사회는 끊임없이 공격받았습니다. 정권은 피디가 만든 프로그램을 비난하고, 검찰은 그 프로그램의 제작자를 연행했습니다. KBS 내에서는 피디저널리즘 프로그램 폐지됐고 얼마 남지 않은 피디저널리즘 프로그램에 온갖 낙하산 아이템들이 떨어졌습니다. 천안함 특집을 만들 때에는 피디 선배가 후배 피디에게 ‘오늘만큼은 언론인이라는 사실을 잊자’라는 망발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현장에 나가서는 KBS 피디라는 사실만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습니다. 참 피디가 존경받는 사회입니다. 그런데 피디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던 조대현 선배는 팀장에서 본부장으로, 본부장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계십니다. 피디가 존경받는 사회가 아니라 당신께서만 존경받는 KBS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작년 본부장들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있을 때 조대현 본부장이 다시 한번 피디 후배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1년 동안 맘고생을 많이 한 후배들에게 사과와 위로를 해주는 자리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본부장은 ‘피디 사회에는 선배를 욕보이는 나쁜 전통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저는 후배들에 대한 애정은 전혀 없고, 자기애와 권위만 남은 본부장의 모습을 봤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피디 사회에는 선배들이 높은 자리에만 가면 후배들에게 상처를 주는 나쁜 전통’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길환영 선배는 본부장으로 취임하면서 <추적60분> 피디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누구보다 <추적60분>에 애정이 많은 사람이다. <추적60분>에 대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찾겠다.’ 길환영 본부장이 찾은 지원 방안이 바로 이것입니까. 제작본부 아니 콘텐츠본부에는 더 이상 <추적60분>을 지원할 여력이 없어서 후배들을 보내는 것입니까. 후배들이 괜히 이런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닙니다. ‘추적으로 흥한 간부, 추적팔아 연명하냐’
또 길환영 본부장은 스스로 후배들에게 한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시사제작국장은 피디가 맡는다’, ‘피디 개인의사에 반하는 발령은 없다’, ‘전국적 공모를 통해 피디를 충원하겠다’. 이 모든 약속은 공염불이 되었습니다. 누구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후배들과 한 이 많은 약속을 깬 것입니까. 앞으로 후배들에게 어떤 약속도 하지 마십시오. 우리도 더 이상 길환영 본부장과의 약속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길환영 본부장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감히 선배에게 이렇게...’. 후배들의 무례함을 탓하기 전에 왜 선배의 권위가 그렇게까지 떨어졌는지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정치권과 얽힌 알량한 끈으로 이번 사태를 배후 조종하는 몇 명의 피디 선배들이 있습니다. 애초에 이들이 언론인의 양심이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영혼을 판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선배로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감히 말씀드립니다. 지금 높은 자리에서 KBS를 좌지우지해서 달콤하십니까. 단물이 남아있을 때 열심히 단물을 빨아 드십시오. 그리고 가능하다면 좋은 시절에 다른 일을 찾아보십시오. 언론인은 당신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다른 일을 못 찾고 언젠가 당신들이 다시 후배들과 일하게 될 때가 온다면 저희가 확실히 갚아드리겠습니다.
화가 납니다. 분노가 치솟습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너무나 답답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특보사장은 물론이고 지금 경영진에 있는 피디 선배들도 전혀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많은 선배님들께 부탁드립니다. 저희에게 ‘너희들 어떻게 되는거니?’라고 묻지 마십시오. 그것이 다 애정이고 관심인 줄은 압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에게 묻는 선배가 아니라 우리를 대신해 싸워줄, 우리와 함께 싸워줄 선배입니다. ‘어떻게 되는 거니’라고 묻지 마시고 ‘이렇게 해라’라고 답을 보여주십시오. 선배님들은 저희에게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피디 사회는 정말 좋은 사회다, 이렇게 양심적인 집단이 없다.’ 지금 그 양심을 보여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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