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1월15일)
KBS ‘미디어 포커스’가
막을 내렸습니다.
<미디어 포커스는> 방송사 유일의
‘뉴스비평 방송프로그램’이었습니다.
MBC에도 SBS에도
이런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거대 언론사의 전횡을 고발할 수 있는
방송프로그램이 이제 모두 없어졌습니다.
<미디어 포커스> 종방 녹화장에 가고 싶었지만 집에 일이 있어 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급히 ‘몽구’님에게 연락을 해서 부탁을 했습니다.
<미디어 포커스>의 마지막을 기록해 달라고.
미디어 포커스 마지막 방송을 지켜보는 전현직 미디어포커스팀 기자들.
저녁 때 종방 뒷풀이에 합류했습니다.
쓸쓸했습니다.
분위기가 쓸쓸했고,
사람이 없어서 더 쓸쓸했습니다.
문상객 발길이 끊긴 스산한 상가 같았습니다.
미디어 포커스팀 선배들을 위문 방문한 KBS 34기 기자들.
제가 유일한 외부 문상객이었습니다.
이후 몽구님과 이랑 기자의 남편분이 오시긴 했지만...
문상객의 발걸음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미디어 포커스> 전담 편집 감독님...
‘미포’ 출신이 아닌 KBS 기자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 막내 기수인 34기 기자들이 잠깐 왔다 갔군요.
이외 전현직 작가분들이 오셨고...
오신 분들을 보니 가슴이 더 먹먹해졌습니다.
KBS 김용진 기자.
전 KBS 탐사팀장 김용진 선배가 계셨습니다.
사측의 보복 인사로 부산 총국에 발령받고 내려갔다가
거기서 다시 울산국으로 재발령 받은
이른바 ‘쓰리쿠션인사’의 당사자였습니다.
김 선배 옆에는 김현석 전 KBS 기자협회장이 앉아 있었습니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대변인을 맡았던 김 기자는 징계 대상자입니다.
징계 대상자 중에서도 양승동 KBS 사원행동 회장과 함께
‘A급 전범’으로 분류되어, ‘해직’이나 이에 준하는 징계가 내려질 예정입니다.
김기자는 씁쓸하게 말했습니다.
“어쨌든 난 B급은 안 해. 뭐든 A급이 되어야지.”
(정연주 사장 해임 이사회 항의 과정에서
김 기자는 회사 안전관리팀 직원과 사복경찰에 폭행을 당해 갈비뼈에 금이 갔습니다.)
KBS 용태영 기자.
<미디어 포커스> 데스크를 맡았다가 타부서 발령을 받았던 용태영 기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현지 취재 중에 무장게릴라들에게 억류되었던 바로 그 기자입니다.)
‘권토중래’를 약속했습니다.
“우리 다음 개편 때 모두 <미디어 비평> 지망하자.
그래서 ‘미디어 포커스 시즌2’ 만들자”라고 말했습니다.
(용 기자 역시 정연주 사장 해임 이사회 항의 과정에서 사복경찰에 폭행을 당했습니다.)
가운데가 김경래 기자다.
그 옆에는 마지막 방송에 패널로 나왔던 김경래 기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김 기자는 마지막까지 데스크와 싸웠습니다.
<미디어 포커스>가 어떻게 없어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기어이 이병순 사장이 출근저지 당하는 장면을 내보냈습니다.
(김 기자 역시 정연주 사장 해임 이사회 항의 과정에서
회사 안전관리팀과 사복경찰에 폭행을 당해 갈비뼈에 금이 갔습니다.)
미디어 포커스 마지막 앵커였던 조현진 기자.
이 날 가장 씁쓸한 표정으로 술을 마셨던 사람은 조현진 앵커였습니다.
1차 술자리에서 2차 술자리로 옮기면서
조 앵커가 “<미디어 포커스>가 마지막으로 말하려고 했던 것은 두 가지였다”라고 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다시 확인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술자리에서는 마지막 방송 때
조현진 앵커가 울었는지 안 울었는지 여부가 안주였습니다.
모두가 우는 걸 봤다고 주장했는데,
본인은 극구 부인했습니다.
울고 있는 김영인 기자. |
울고 있는 이효용 기자 |
조 앵커가 울었다고 주장하던 김영인 기자는 술자리에서 내내 울었습니다.
김 기자를 달래던 이효용 기자는 따라 울었고
용태영 기자가 남긴 폭탄주를 마저 마시고 쓰러져 잤습니다.
미디어 포커스 전현직 제작진들.
<미디어 포커스>를 거쳤던
엄경철 기자 김석 기자 이진성 기자는 이들을 달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뒤늦게 박중석 기자가 합류했습니다.
(박 기자는 <미디어 포커스> 폐지에 대해 보도국 실세 간부에게 항의하다
폭행당하는 김경래 기자를 보호하려다 함께 폭행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전현직 작가가 왔고...
그리고는...
없었습니다.
한 두 분 정도 빠졌을 수는 있습니다.
대략 이 정도였습니다.
그들의 마지막은
참 쓸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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