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초법적인 권한 행사에 밀려
KBS 사장에서 해임된 정연주 선배를
최근 한 출판기념회장에서 만났습니다.
해임 직후 인터뷰를 부탁드렸는데,
'소주나 한 잔 하자'하셨는데,
겸사겸사 회포를 풀 수 있었습니다.
정연주 사장의 얼굴은 밝았습니다.
사람들이 굳이 그의 기운을 북돋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유쾌해 보였습니다.
정연주 사장은 "백수가 과로사한다"며
요즘 6천 쪽에 이르는 검찰 사건기록을 검토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출판기념회장의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유머 한 토막을 들려주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손오공이 KBS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관이 물었다. 산업혁명이 언제 어디서 일어났나?
손오공이 답했다. 18세기 중반 유럽에서 일어났다.
면접관이 물었다. 좋아하는 축구선수는 누구인가?
손오공이 답했다. 차범근과 박지성이다.
면접관이 물었다. UFO가 존재한다고 보는가?
손오공이 답했다. 그렇다고 본다.
손오공이 면접을 마치고 나오자 사오정이 면접관이 무슨 질문을 했는지, 어떻게 답했는지를 물었다.
손오공의 답을 사오정이 외웠다.
면접관이 물었다. 어디서 언제 태어났나?
사오정이 답했다. 18세기 중반 유럽에서 태어났다.
면접관이 물었다. 이름이 뭔가?
사오정이 답했다. 차범근과 박지성이다.
면접관이 물었다. 너 돌았니?
사오정이 답했다. 그렇다고 본다. ㅋㅋ
정연주 사장과 김선주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왼쪽)이 박재동 화백이 그려준 캐리커쳐를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하나 더 있었습니다.
사오정이 수업시간에 졸고 있었다.
선생님이 분필을 던져서 깨우고 물었다. "너 이등방문을 누가 죽였는 줄 아냐?"
사오정이 대답했다. "지가 안 죽였는데에"
선생님이 사오정 아빠를 불러서 말했다. "이등박문을 누가 죽였나고 물었더니 자기가 안 죽였다고 하더군요."
사오정 아빠가 대답했다. "우리 애는 사람을 죽일 아가 아닙니더."
선생님을 만나고 와서 아빠가 사오정에게 물었다. "네가 진짜 안죽였제?"
그날 그는 참 많이 웃었다.
정연주 사장은 언젠가 마음이 편안해지면 그때 인터뷰를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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