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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글라디에이터

블로그는 사이버 명함, 트위터는 사이버 생필품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7. 13.


주> 한국서적경영인협의회에서 발행하는 '책방나들이'에 기고한 글입니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파워블로거’가 되었고 어찌어찌 하다 보니 ‘파워트위터러’가 되었다. 아무나 하는 블로그고 아무나 하는 트위터인데, 용케 아무나가 아닌 존재가 되었다. 촛불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거쳐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까지 블로그로 분주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트위터로 분주했다.

 

블로그 ‘독설닷컴’에 2년여 동안 1천7백50만명이 방문했다. 1년에 875만명, 1달에 70만명 남짓, 하루에 2만명 남짓 방문한 셈이다. 트위터는 팔로워가 3만 2천명 정도다. 3만명 정도가 내가 트위터에 올린 글들을 받아보고 있는 것이다. 이슈와 논쟁의 바다에서 1인미디어라는 돛단배를 타고 파도를 헤쳤던 시간이었다.

 

분주한 나날이었지만 그래도 분주히 사람을 만났다. 블로고스피어라는 뉴스의 원형경기장에서 함께 뒹굴며 많은 블로거들을 만났다. 그들은 블로그에 글을 올려 메타블로그에 전송(포스팅)하는 것으로 스스로 이름을 드러내고 있었다. 트위터에서는 서로 지저귀며 씨줄과 날줄로 존재가 얽히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사이버 생태계가 촘촘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만든 생태계는 ‘이슈의 패자부활전’을 가능하게 해주었고 ‘전국민 비상연락망’을 구축해 주었다. 블로그는 사고의 성이었고 트위터는 그것을 연결해주는 도로였다. 그것은 약자들의 연대를 가능하게 했다. 그 틀을 이용해 알리지 말아야 할 것을 알리는 사람들이 있어 힘 없는 자의 힘을 모을 수 있었고, 그들 덕분에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블로그의 시대, 뉴스는 이제 더 이상 이름 있는 언론사, 이름 내는 기자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을 누가 만들었던, 알려져야 할 뉴스라면 씨줄날줄의 회로를 타고 전해졌다. 주류 미디어에서 거들떠보지 않는 내용, 들어주지 않는 목소리, 생각하지 못한 관점이 마이크를 찾았다. MB 정부가 방송을 장악할 때, 누리꾼들은 그 소식을 방송이 아니라 블로그를 통해 들었다.

 

트위터의 시대,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의 연결고리가 생겼다. 하소연 할 곳도 들어주는 사람도 찾지 못하던 억울함과 딱함이 미처 발휘되지 못한 선의를 만나는 모습을 트위터에서는 무시로 볼 수 있다. 이제 굳이 방송을 타고 신문에 대서특필 되지 않아도 알려질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트위터를 보름 정도 해본 뒤에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 “이것은 자뇌와 우뇌 외에 우리의 뇌 밖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외뇌다” 이에 손 회장의 트위터에 “공간적인 개념의 외뇌보다 네트위크로 연결된 집단지성의 개념을 더해 합뇌라고 하는 것이 어떻겠나”라는 댓글을 보내 그의 수긍을 얻어낸 적이 있다.

 

교통과 통신이 두절된 곳을 오지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에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지 않은 곳이 오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지에 사는 것도 나름의 가치는 있는 일이겠지만 원만하고 풍부한 관계 속에서 소통하고 사려는 사람들에게 블로그와 같은 대안미디어,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는 ‘사이버 생필품’이다.

 



사람들이 소통을 하려는 이유는 외롭기 때문이다.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내가 본 것은 ‘지독한 소외’였다. 가정에서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고, 직장에서 동료들로부터 소외된 외로운 사람들이 촛불을 켜고 있었다. 내가 했던 일은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민 손을 잡아준 것뿐이었다. 그 단순한 작업이 반복되면서 거대한 네트워크가 구축되었다.

 

‘책방나들이’의 원고 요청을 받고 주저 없이 응한 이유는 중소형서점에 블로그와 트위터가 절실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형서점이 줄 수 있는 쾌적하고 풍부한 독서경험과 인터넷서점이 제공하는 살벌한 할인경험을 제공할 수 없는 중소형서점이 결국 의지할 바는 소통이 아닐까? 퇴근길 들러보게 만들고 주말에 놀러오게 만드는 것은 소통의 힘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오프라인의 소통은 관계를 맺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많다. 시간과 노력과 돈이 든다. 이것을 비약적으로 줄여주는 것이 바로 블로그와 트위터다. 온라인 소통은 경제적이면서도 효율적이다. 돈을 들이지 않아도 성격이 활달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그저 들어주고 조용히 손을 내밀면 된다.

 

관계는 기적을 낳는다. 단순히 손님이 느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손님은 함께 마시자며 원두커피를 갈아올 지도 모른다. 또 어떤 손님은 급한 볼일이 생긴 서점 주인을 위해 가게를 대신 봐주러 올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손님들이 모여 서점의 살길을 모색하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할 지도 모른다. 이런 기적을 낳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네트워크의 신경망에 코드를 꽂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