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씨는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一然)을 이렇게 평했다. “일연은 부서질 수 없고 불에 탈 수 없는 것들에 관해 썼다. 이것이 당대의 야만에 맞서는 그의 싸움이었다.”
1986년 석사 논문을 작성할 때부터 지금까지 24년 동안 <삼국유사>를 연구해온 고운기 교수(한양대·문화콘텐츠학)는 일연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김훈씨를 꼽았다. “기자 출신인 김훈이 자전거로 전국을 돌며 곳곳을 살폈듯이, 일연 스님도 직접 현장을 방문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삼국유사>를 썼다. 그래서 왕과 지배자의 역사뿐만 아니라 백성의 이야기도 담아낼 수 있었다”라고 그는 말했다.
고미숙 박사가 ‘해학 넘치는 여행가’로 연암 박지원을 되살린 것처럼 고 교수는 일연을 탁월한 스토리텔러로 부활시켰다. <삼국유사>를 들고 일연이 다녀간 곳을 일일이 답사한 그는 일연의 글쓰기 비결로 ‘직접 발로 뛰는 생생한 현장 감각과, 의자왕 같은 패자까지 안배하는 정치적 감각, 그리고 불교와 배치되는 것도 다룰 줄 아는 균형 감각’을 꼽았다.
고 교수는 김훈씨가 소설에서 말한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증명하려고 떼를 쓰지 않고, 논리와 사실이 부딪칠 때 논리를 양보할 줄 알고, 미리 설정된 사유의 틀 안에 세상을 강제로 편입시키지 않고, 가깝고 작은 것들 속에서 멀고 큰 것을 읽어내는 투시력이 있는(공무도하)’ 사람이 일연과 같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지난해 <삼국유사>의 전래 비화를 담은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에 이어 <삼국유사 글쓰기 감각>을 쓴 고 교수는 앞으로 <삼국유사> 관련 연구서 총 15권을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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