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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오세훈을 잡은 '포스트 386세대' 분석 - 1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1. 9. 11.


‘날라리 외부세력’ ‘298세대’ ‘놀쉬돌’...


* 프롤로그 

‘날라리 외부세력’ ‘298세대’ ‘놀쉬돌’... 무슨 암호 같다. 아니 암호 맞다. 아직 대중화된 말들이 아니니까. 트위터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날라리 외부세력’ 정도는 들어봄직하다. 배우 김여진씨가 홍대 청소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조직한 트위터 모임이 ‘날라리 외부세력’이었다. 조금 상투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은 노동운동의 새 장을 열었다. 

그럼 다른 둘은? 298세대는 386세대와 88만원 세대 사이의 낀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386에서 88을 빼면 298이 남는다. 그래서 붙인 이름이다. 1970년대생 90년대 학번인데, 토를 달면 ‘오렌지족’ ‘신세대’ ‘X세대’ 이야기를 듣고 대학을 다니다가 1998년 IMF 구제금융 이후 제 2의 인생을 살게 된, 이제 중년의 문턱에 와 있는 세대다. 

마지막 ‘놀쉬돌’은? ‘잘 놀고 잘 쉬는 우리 시대의 아이돌’을 줄인 말이다. 여기에는 ‘잘 먹고 잘 살 지 못해도’라는 전제가 하나 붙는다. 이는 ‘오렌지족’ ‘신세대’ ‘X세대’라 불렸던 이들의 오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대학시절 부흥시킨 곳이 압구정동이라면 직장에 나와 부흥시킨 곳이 홍대앞이다. 인생을 ‘연말정산’이 아니라 ‘중간정산’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새로운 문화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 홍대와 소통한 제주도  

지난 여름, 홍대의 한 클럽, 여느 때처럼 홍대 인디밴드들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여느 공연처럼 무대는 뜨거웠고 관객들은 열광했다. 그런데 이날 공연 주제가 남달랐다. ‘나의 강정을 지켜줘’,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제주도 강정마을을 지키자는 취지의 공연이었다. 공연을 주최한 곳은 ‘부스프로젝트’, 제주도 인디뮤지션들의 음반을 내는 레이블이었다.  

그들은 왜 쾌쾌한 홍대 클럽에서 저 멀리 강정 앞바다를 노래했을까? 왜 홍대인디밴드 ‘밤섬해적단’이 강정 앞바다의 범섬을 노래했을까? 단어를 나눠서 살펴보자. ‘강정마을’ ‘제주도 레이블’ ‘홍대앞’, 이 세 단어에 이해의 단초가 숨어 있다. 간단히 말해서 각각 ‘사회 이슈와 연대’ ‘삶의 쉼표가 되는 곳’ ‘대안 문화를 만드는 곳’를 표상한다.    

‘부스프로젝트’가 제주도 인디뮤지션과 함께 홍대앞 상륙작전을 펼칠 때 홍대 앞을 주 서식지로 하던 만화가 메가쑈킹은 제주도에 하방해 게스트하우스 ‘쫄깃쎈타’를 만들었다. 트위터를 통해 모집한 ‘쫄깃패’와 함께 만든 이곳은 홍대문화가 제주에 이식되는 베이스캠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쫄깃쎈타’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제주 올레를 걸을 때 강정마을과 함께 꼭 가보는 명소가 되었다. 

어? 여기서 키워드 하나가 더 붙는다. 바로 ‘트위터’. 강정마을, 부스프로젝트, 쫄깃쎈타, 홍대앞을 이어주는 망이 바로 트위터였다. 트위터는 각각 섬처럼 존재하던 이곳을 연결해준 연락선이다. 그렇게 해서 트위터는 혼자 꾸는 꿈을 모두가 꾸는 꿈으로 만들어 주고, 일상의 혁명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아주 기특한 녀석이다.  


* 소셜테이너라 부르다 

강정마을과 홍대앞 그리고 트위터... 이 세 가지 코드를 품고 있는 또 한 명의 사람이 있다. 바로 배우 김여진. 그녀는 홍대 청소노동자들을 도우며 트위터로 만난 ‘날라리 외부세력’과 함께 강정마을에 가서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동참했었다. 트위터를 통해 그녀의 소박한 꿈이 모두의 꿈이 되었고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를 위해 희망버스 185대가 기적이 만들어졌다. 그 기적의 구조를 살필 필요가 있다. 

세 가지 코드를 품기 전에 김여진은 그리 두드러진 배우는 아니었다.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이산 정조>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기는 했지만 흔히 얘기하는 ‘주연급 배우’는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이제 ‘소셜테이너’라는 이름으로 당당한 우리 시대의 주인공이 되었다. 

심지어 추종자들도 생겼다. ‘날라리 외부세력’은 든든한 실천 부대다. 불의만 있고 분노가 없는 곳에 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한다. 먹고 살만 하거나 먹고 살기 힘들거나, 사회의식이 있었거나 없었거나, 다들 모여서 힘없는 자의 힘을 모으고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를 모았다. 

김여진은 고전적인 의미의 ‘리더’가 아니다. ‘날라리 외부세력’은 어느 이슈에 관심을 기울일 지, 어떻게 도울지에 대해서 스스로 결정한다. 김여진의 역할은 PC통신 동호회의 ‘시샵’ 정도의 역할이다. 일종의 간사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그 또한 모임의 일원으로 함께 결정하고 함께 행동한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자녀들을 돌보는 ‘레몬트리 공작단’을 이끌고 있는 가수 박혜경도 마찬가지로 이런 시샵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신경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나 프로레슬러 김남훈씨 등을 만나 함께 이들을 돕는 활동을 기획했다. 전통적인 의미의 재야 세력이 아빠들의 억울함에 주목할 때 이들은 아이들의 외로움에 주목했다. 

MC 김제동은 ‘날라리 외부세력’이나 ‘레몬트리 공작단’과 같은 그룹과 함께 하지는 않지만 반값등록금 집회 등 사회 이슈 현장에 함께 했다. 이미 ‘소셜테이너’, 이른바 사회참여 연예인으로 찍혀 방송에서 퇴출되는 등 불이익을 겪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목소리를 냈다.  50만 팔로워는 이런 그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주고 있다. 


* 트위터가 이들을 깨웠다

굳이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이런 ‘소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사람은 많다. 공정한 세금을 위해 만든 ‘세금혁명당’의 선대인(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모두에게 이로운 공익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자는 ‘굿앱스’의 박대용(춘천MBC 기자), 힘없는 인디아티스트들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고은소나타’의 김태연(목사) 등 많은 이들이 깃발을 올렸다. 이들을 굳이 카테고리화 하자면 앞서 말한 ‘298세대’로 묶인다.
 
이들 역시 기반은 트위터였다. 그리고 ‘사회 운동’ 보다는 ‘사회 활동’의 개념으로 가볍게 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풀어서 말하자면 이들의 활동에는 재미와 의미가 반반씩 담겨있다. 재미있는 일 중에 의미 있는 일을, 혹은 의미 있는 일을 재미있게 해 나가는 것이다. 그들에게 재미와 의미는 분리된 것이 아니다. 

트위터로 좀 더 들어가 보자. 이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전, 트위터에서는 조국 진중권 오연호 등 386세대 오피니언 리더들이 의견을 이끌었다. 이들이 트위터로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의 기사를 링크하고 덧붙이는 코멘트는 이슈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제공했다... 그러던 것이 김여진과 298세대로 헤게모니가 옮겨졌다. 무엇 때문일까? 

간단히 설명하면 이성과 합리에서 감성과 교감으로 중심축이 옮겨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386세대인 조국 진중권에서 포스트 386세대, 298세대로 중심축이 옮겨진 것은 바로 논리와 근거의 세계에서 공감과 교감의 세계로 온라인 세계의 특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