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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글라디에이터

우리 곁에 왔다간 신, 스티브 잡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2. 1. 6.


주>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반응이 좋아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스티브 잡스 추도글로 기고했던 글입니다. 


신은 죽었다. 라고 니체는 말했다. 신은 진짜 죽었다. 라고 니체는 말할 것 같다.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접했다면. 잡스신이 죽었다. 정확히 말하면 신이었던 상태에서 죽었다. 스티브 위즈니악과 함께 애플을 창업하고 신전에 입적했지만 얼마 뒤 그는 신전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다시 죽은 경영자 가운데서 부활해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현존하는 신이었다. 라이벌은 없었다. 함께 신전에 있던 빌 게이츠는 신에서 괴물로 퇴화해 있었다. 빌은 더 이상 마이크로 하지도 않았고 소프트하지도 않았다. 페이스북의 CEO, 나이스한 페이스의 마크 주커버그는 신임을 증명했지만 신으로 남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어제도 신이었고 오늘도 신이고 내일도 신일 사람은 잡스가 유일했다.


그런 잡스를 나는 너무 늦게 영접했다. 매킨토시복음과 아이팟복음을 지나 아이폰복음에 이르러서야(심지어 그것도 아이폰4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블랙베리에서 아이폰으로 개종했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것은 세발자전거를 타다 갑자기 전기자전거로 옮겨 탄 것 같은 충격이었다.


조그만 에러에도 패닉이 되는, ‘신기술 울렁증’이 있는 나와 같은 ‘어리버리 어답터’에게 그는 구세주였다. 그는 단순함의 미학에 대해 평소 “집중과 단순함은 내 주문이 되었다. 단순해지는 것이 복잡한 것 보다 더 어렵다. 생각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만들려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단순함에 도달하면 산도 움직일 수 있다”라고 설파해왔다.


그의 생태계(아이튠스와 앱스토어)는 단순했다. 누구든 프로그램을 올려둘 수 있게 했고 누구든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했다. 비록 갤럭시(우주)라는 말을 경쟁사에서 차용하기는 했지만 진정한 소우주의 창시자는 스티브 잡스였다. 뛰어난 디자인 미학을 보여준 그는 단순히 선을 그리는 디자이너가 아니었다. 새로운 세상을 디자인한 그가 그린 최고의 디자인은 바로 이런 생태계 자체였다.
 

누군가 그랬다. ‘애플은 꿈을 좇고, 삼성과 LG는 애플을 쫓는다’라고. 후발주자들이 기술을 개발할 때 잡스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두 번 놀랐다. 다른 업체들이 컴퓨터가 되는 전화를 개발할 때, 그는 전화가 되는 컴퓨터를 내놓았다. 그리고 그 전화가 되는 컴퓨터에 새로운 기술은 없었다. 이미 있는 기술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이 있었을 뿐이다.


비록 리드대학 철학과에 한 학기 등록했을 뿐이지만, 사람들은 그의 성공이 인문학적 소양의 결과물이라고 해석한다. 끝없는 배움에 대한 갈구 때문이었으리라. 그가 남긴 가장 멋진 말, ‘Stay Hungry. Stay Foolish(늘 갈망하고 늘 우직하게)’처럼 그는 늘 배고파하며 끝없이 배웠다. 그는 세상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 스스로 터득한 인간이었다. 해어 크리슈나 사원에서 일주일에 한번 주는 식사를 얻어먹기 위해 일요일 밤마다 7마일을 걸어다니면서도 그는 호기심을 품고 있었기에 행복했다.


호기심과 직관을 따라 배우고 성찰하는 사람이 받는 가장 소중한 선물은 자기 확신이다. 자기 확신을 가진 사람만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그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라가는 용기를 가지라는 것이다. 당신이 진정으로 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어제에서 배운 사람은 오늘에 충실하고 내일을 꿈꿀 수 있다. “우리는 매순간 수많은 점을 찍으며 살아간다. 나중에 뒤를 돌아보았을 때 비로소 그 선이 이어진 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 이순간이 어떻게든 선으로 이어져 미래에 도달할 것을 믿어야 한다”라고 말한 잡스는 애플사의 4년 신제품 라인업을 구상해두고 눈을 감았다.


이제 그는 영원한 꿈을 꾸기 위한 숙면에 들어갔다. 그의 마지막 꿈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죽음을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라고 말했다. 죽음은 변화를 만들어 낸다고, 새로운 것이 헌 것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그러나 누가 그를 대체할 수 있을까? 우리시대의 신을 보내며 한 블로거가 그를 묘사한 글을 마지막으로, 그에 대한 부고를 갈음한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의 지휘자로, 각 부서의 책임자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회사나 개발자들을 소개하는 사회자로,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 엔터테이너로, 소비자의 머리에 저건 꼭 사야 하는 경이롭고 믿을 수 없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최면술사로, 그리고 경쟁업체의 전의를 상실케 만들어버리는 선봉장으로 각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