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개혁을 위한 계파 타파 방책 1호, 민평련은 광 좀 그만 팔아라
민주당의 문제를 얘기하면서 가장 자주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계파 문제입니다. 왜 계파가 문제인가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민주당에는 멍청한 국회의원과 똑똑한 국회의원이 있습니다. 멍청한 국회의원은 불안하니까 계파에 들어가서 충성합니다. 계파끼리 나눠먹기를 하는 민주당에서는 그래야 보직도 받고 공천도 받으니까요. 반면 똑똑한 국회의원은 나 잘난 맛에 계파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직도 잘 못받고 공천도 잘 못받습니다. 그래서 멍청한 국회의원들은 민주당을 좌지우지 하면서 망치고, 똑똑한 국회의원들은 이를 너무나 똑똑하게 비난하면서 망칩니다. 그래서 계파가 문제입니다.
계파는 어디나 있는 것 아니냐고 속 편하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항상 문제인 것은 문제가 아닌 것 인가요? 문제의 순위에 있어서도 민주당의 계파 문제는 절대로 뒷자리에 밀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민주당 정치인들의 관심을 외부 투쟁(정권 쟁취 등)이 아니라 내부 싸움으로 몰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민주당 계파는 정통 계파와는 거리가 멉니다. 계파라면 오야붕이 확실하거나 강령이 확실해야 하는데 그딴 거 없습니다. 그냥 언제든지 이합집산이 가능한 이해공동체일 뿐입니다. 그런 면에서 제일 웃기는 계파가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입니다(민평련만 비판하지는 않을 겁니다. 다른 계파도 충분히 웃깁니다. 모든 계파를 두루 씹어보려고 합니다). 왜 웃기냐? 민평련의 정신적 지주는 고 김근태 전 의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죽었습니다. 그래도 계파가 해체되지 않았습니다. 왜? 광을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평련은 끝없이 광을 팔고 있습니다. 이번 김한길-이용섭 대표 경쟁에서도 광을 팔고 있고,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광을 팔았고, 대선 후보 당내 경선 때도 광을 팔았고... 끝없이 광을 팔아왔습니다. 그렇게 광을 팔면서 계속 지분을 유지해 왔습니다. 민주당의 영원한 조역, 민평련은 '하청정치' '용역정치'를 하며 계파의 명맥을 이어갔습니다.
대선 때도 민평련은 광을 팔았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탕평 캠프를 꾸리면서 민평련 출신을 중용했습니다. 그리고 친노들이 2선 후퇴를 하면서 민평련 출신들의 역할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런데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논할 때 민평련 정치인들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묻지 않습니다. 바로 광을 파는 묘미라 할 수 있습니다. 성과는 함께 누리되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것...
민평련이 이렇게 광을 팔 수 있는 비결은 친노와 비노의 중간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친노에 붙기도 하고 때로는 비노에 붙기도 하면서 자기 몫을 챙기는 것이죠. 자기 정체성이 없기 때문에 자기 몫이 생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입니다.
고 김근태 전 의원의 참모 출신인 민평련계 정치인들은 사실 상대적으로 양질입니다. 대체로 성품이 온화하고 큰 욕심을 부리지도 않고 정치적 무리수를 두지도 않는 편입니다. 한 명 한 명은 정말 괜찮은 정치인들입니다. 그런데 멀리서 보면 민평련계가 하고 있는 일은 좀 웃깁니다. 저는 웃기다고 봅니다. 착하고 똑똑한 정치인들이 모여서 광만 팔고 있으니 웃긴 것 아닌가요?
민주당 계파문제와 관련해 일단 민평련계로 화두를 던져보았습니다. 참고로 이 글은 기사가 아닙니다. 다분히 저의 편견이 포함된 글입니다. 일방적인 분석입니다. 의견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달아주세요. 다른 계파에 대한 이야기도 좋습니다.
'정치 언저리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회의원들의 못된 버릇, '쪽지 예산의 생태학'은 이렇다. (1) | 2014.01.01 |
---|---|
대화록 정국의 승자와 패자 (7) | 2013.07.26 |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결과는 '도로 민주당'일까? (5) | 2012.01.16 |
정치인이 쓰는 책의 일곱가지 법칙 (2) | 2011.08.09 |
10월의 마지막주, MB 지지율 완전히 꺾인다. (9) | 2009.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