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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언저리뉴스

국회의원들의 못된 버릇, '쪽지 예산의 생태학'은 이렇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4. 1. 1.

주) 1년 전 썼던 기사입니니다. 

쪽지 예산 문제가 올해도 여지없이 반복되었네요.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중앙 언론에서는 '역적'이지만, 지역 언론에서는 '공신'이 되는 지역이기주의 때문입니다.  

이번에 쪽지 예산으로 문제가 된 최경환 의원에 대한 <매일신문> 기사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 '일등 공신' 최경환 새누리 원내대표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63640&yy=2013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번 예타 심사 도중 기존의 대구선 복선전철화 사업과 연계시켜 1호선 하양 연장 일부 구간을 대구선 복선전철을 이용하자는 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배차간격이 무려 20여 분으로 늘어나고, 향후 1호선과 2호선을 연결하는 순환선을 추진할 경우 순환선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절대로 안 된다며 이 제안을 묵살했다"고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올해도 '퍼주기 예산'이 여전했다.



실속 챙기고 후련히 해외여행 떠난 국회 예결위 위원들...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342조원 규모의 2013년 예산안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욕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 민주통합당 의원 6명이 먹고, 칭찬은 박근혜 당선자가 받고, 실속은 여야 실세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의원들이 챙기고, 혜택은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누리게 되는 안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2013년 예산안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서 처리되었다(1960년도 준예산 제도 도입 이후). 그나마 날치기가 아닌, 5년 만에 여야 합의 처리가 된 예산안이었는데,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예산이 막판 쟁점이었다.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장하나 의원을 비롯해 제주가 지역구인 강창일·김우남·김재윤 의원과 김기식·정청래 의원이 2010억원의 공사 예산을 편성한 것에 항의했다. 이들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제주 해군기지 사업조사소위원회 권고사항으로 △군항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할 것 △15만t급 크루즈선박의 입항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 △항만관제권, 항만시설 유지·보수비용 등에 관한 협정서 체결을 70일 이내에 이행하고 집행할 것을 요구해 관철시켰고, 그 과정에서 해를 넘겼다. 보수 언론은 이들을 ‘예산 방해 6인방’으로 규정하고 비난했다. 


반면 박근혜 당선자는 칭찬을 받았다. 당선자의 대통령선거 공약 가운데 복지·일자리 예산이 정부안보다 2조2000억원 늘었기 때문이다(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지원금 3000억원 제외). ‘박근혜 예산’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민주당이 문재인 전 후보와의 대선 공통 공약 20개를 뽑아 합의해주었기 때문이다. 증액은 합의의 산물이었지만 공은 승자에게 모두 돌아갔다. 


여야의 실세들도 실속을 챙겼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지역구(인천 연수)가 있는 인천에는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 건립 예산 615억원이,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지역구(대구 수성갑)에는 ‘수성의료지구교통망체계 타당성 조사 사업비’로 182억원이 증액되었다(원래 예산은 5억원, 본사업비 예산 포함). 이 밖에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 지역구(부산 해운대·기장갑)에 67억여 원, 박지원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지역구(전남 목포)에 16억여 원이 증액되었다. 


국회 예결위 소속 의원들도 한몫 챙겼다. 예결위원장인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경북 영주)에는 국립약용자원연구소 설립 예산 12억원을 비롯해 31억여 원이 증액되었고,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학용 의원의 지역구(경기 안성)에는 2억원이던 금석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비가 46억여 원으로 늘었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경기 남양주갑)과 민주당 원내대표인 박기춘 의원(경기 남양주을)의 지역구에는 남양주 고용센터 설치지원 사업비 30억원과 하수관 정비 사업비 28억원이 증액되었다. 여야 의원들이 막판에 늘린 사회간접자본(SOC)과 지방산업·농공단지 등 지역구 사업 예산이 1조원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미래 또한 약속받았다. 전직 국회의원 지원금 예산 117억5000만원을 포함한 128억2600만원의 헌정회 예산이 통과되었다. 전직 의원 모임인 헌정회에 소속돼 있는 65세 이상 모든 의원에 대해 매달 120만원씩 연금이 지급된다. 이는 일반인이 한 달에 30만원씩 30년 동안 국민연금을 납입해야 받을 수 있는 연금 규모다. 대선주자까지 나서서 폐지하겠다고 한 의원연금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여야는 19대 국회 이전의 국회의원들에게는 소급될 수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19대 의원들이 의원연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다. 


이런 요지경 예산안의 화룡점정은 예결위 소속 여야 의원들의 외유다. 이런 엉터리 예산 심의를 마치고 의원들은 ‘예산 심의 시스템 연구’를 명목으로 해외 연수를 떠났다. 장윤석 예결위원장과 김재경·권성동·안규백·민홍철 의원은 멕시코·코스타리카·파나마 등 중남미로, 최재성 민주당 간사와 김학용·김성태·홍영표 의원은 케냐·짐바브웨·남아공으로 10박11일 외유를 떠났다. 이 연수에 예결위 예산 1억5000만원이 쓰였다. 


국회의원들이 예산 잔치를 벌이는 동안 국가의 주요 예산이 삭감되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의료비 보조예산(의료급여경상보조) 2824억원, 건강보험가입자 지원예산 3193억원이 삭감되었다. 국방 예산도 대폭 삭감되었다. 차세대 전투기(F-X) 도입 예산 1300억원, 대형 공격 헬기(AH-X) 도입 예산 500억원 등이 삭감되면서 방위사업청장까지 나서 졸속 예산안 처리를 비판하기도 했다. 


졸속 예산 처리에 대해 언론의 비난이 연일 쏟아지는데 해당 국회의원들은 반성할까? 국회 예산안이 통과되자 제주특별자치도의 <제민일보>에는 ‘강창일·김우남, 2013년 제주예산 120억 증액 반영’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예산 끼워넣기에 성공하면 지역구에서는 개선장군이 되는 것이다. 


국회 예결위 소속 의원들은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5일 동안 마지막 예산안 조정을 할 때 4000여 건에 이르는 민원 쪽지가 폭주했다고 하소연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예산안은 정부가 제출하고 국회가 심의하는 것이지만 규모나 내용의 수정도 가능하다. 단, 금액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 속에 있다’는 말처럼 이 과정에서 선심성 예산이 파고드는 지점을 주목할 부분이 있다. 국회의원들의 쪽지 예산이 포함되려면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부분이다. 국회에서 예산을 담당한 적이 있는 한 관계자는 “정부 측에서도 국회의원들의 선심성 예산이 끼어들 것을 예상하고 미리 일정액을 확보해둔다. 심지어 예결위원 관심 예산을 미리 파악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을 내주면서 정부가 원하는 다른 예산을 확보한다”라고 말했다. 


막판에 끼어드는 예산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꾸준히 제시해서 어렵게 증액되는 ‘읍소형’이고 다른 하나는 난데없이 등장하는 ‘깜짝형’이다. 문제는 이 ‘깜짝형’이다.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나라살림연구소 소장)는 “아마추어 국회의원은 어렵게 예산을 끼워 넣지만 프로 국회의원들은 일부러 맨 나중에 하기도 한다. 지역구에 생색을 내기 위해서다. 진짜 프로는 협상의 마지막 순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예산을 끼워 넣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예결위 종합 심의뿐만 아니라 각 상임위 예비심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 상임위에서 삭감한 예산을 예결위에서 증액할 수는 없다. 반면 증액한 것을 삭감할 수는 있는데 그래서 통상적으로 상임위에서 삭감할 것을 대비해 10% 정도 증액해서 올려 보낸다. 이 과정에서도 잉여 예산이 발생하고 이것 때문에 예산 규모가 계속 커지는데 이에 대한 감시는 소홀하다”라고 지적했다. 


매년 반복되는 예산안 소동은 올해 말에도 재현될까? 이론적으로는 피할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이 오는 5월 발효되면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인 12월2일의 48시간 전, 11월30일까지 예결위 심사가 끝나지 않으면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회부된다. 그러나 여야가 본회의장에서 장기 대치할 경우 이 또한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예산 심의 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