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 최고 대우는 무엇일까?
월급을 많이 주는 곳일까?
취재지원이 가장 잘 되는 곳일까?
복지혜택이 제일 좋은 곳일까?
양심에 따라 기사를 쓸 수 있는
그런 자유를 주는 곳이 아닐까?
라고 우겨본다.
언론고시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페에서 요즘 <시사IN> 경력기자 문구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언론계 최고 대우 보장'이라는 문구입니다. '권력과 자본에 굴하지 않고 자유롭게 양심에 따라 글을 쓸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의미의 문구였는데, 이 문구의 사용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일부 언론고시생들이 금전적인 최고 대우를 해주는 것과 헷갈리게 만든다고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논쟁이 확대되었습니다. 기자에게 중요한 것이 현실적인 조건이냐, 아니면 양심에 따라 기사를 쓸 수 있는 자유냐 하는 것으로 말이지요. '현실론'과 '원칙론'을 놓고 정말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더군요. 달린 댓글들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먹고 살기 힘든 이 엄혹한 시절에도 이런 원칙적인 주장을 하는 후배들이 고마웠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의 카피는 <시사IN> 1기 수습기자 공채 때 제가 만든 문구이기 때문입니다. 급하게 공채를 진행하느라 응시자가 적을까 걱정이 되어 한번 낚는 카피를 만들어 봤습니다(이번 블로그 포스팅 제목도 낚는 거네요. ㅋㅋ). 뭐 영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똘똘한 후배라면 '같이 손가락 빨면서 쓰고 싶은 기사 맘껏 쓰자'라고 알아먹을 것이라고 보고 과감히 썼습니다. 이때는 그리 큰 시비가 없었는데 이명박 시대로 오니까 이런 것에서도 시비가 생기네요.
참고로 <시사IN> 임금 수준은 이렇습니다. 기자 9년차인 제 월급은 매년 신문기사에 나옵니다. 물론 '올해 고재열 기자 임금'이라고 나오지는 않지요. 다른 이름으로 나오는데, 보통 '대기업 신입사원 초봉'이라는 이름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매년 이 기사를 볼 때마다 초심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언제까지 초심을 유지할 수 있을 지 궁금합니다. ㅋㅋ
개인적으로 라디오 출연, 강연, 외부 기고 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 저런 것 합치면 웬만한 언론사 기자 월급과 비슷하다, 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파업하느라 월급 안 나오면 퀴즈도 나가고 ㅋㅋ). 저를 기분 나쁘게 하고 싶으시면 월급 많이 주는 언론사 급여 수준을 알려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또 ㅋㅋ).
<시사IN> 임금은 기자들 사기 진작을 위해, <시사저널> 시절과 비슷하게 맞췄습니다. 월급을 정할 때가 생각나네요. <시사IN> 기자들은 각자 <시사저널>에서 받은 퇴직금의 절반 정도 씩을 투자금으로 내놓았습니다(퇴직금 자체가 작아서 그리 많은 돈은 아니었습니다). 대략 계산을 해보니 1년 후에 우리가 망하면, 자기가 투자한 돈을 월급 명목으로 12개월로 나눠서 회수하는 것이 되더군요. 자기 돈으로 자기한테 월급 주는, 재밌는 게임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계속 ㅋㅋ).
곧 <시사IN> 창간 1주년인데, 이것 저것 옛 추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이번에 문제가 된 <시사IN> 경력공채 문구와
지난해 말 제가 쓴 <시사IN> 수습공채 문구,
그리고 이를 놓고 언론고시 카페에서 치열하게 전개된 댓글 논쟁을 퍼 올립니다.
(다시 읽어보니 '명분만으로 매체가 스스로 아름다워지지는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제일 마음에 드네요. 누가 만들었는지. 마지막으로 ㅋㅋ)
1> 시사IN 경력기자 공채 (정치, 경제)
<시사IN>이 창간 1주년을 맞아 경력기자를 공채합니다.
지난번 신입기자 모집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권력과 자본에 굴하지 않고 자유롭게 양심에 따라 글을 쓸 수 있는, 언론계 최고 대우를 보장합니다.
1. 분 야 : 정치, 경제
2. 자격요건 : 기자경력 3년 이상
3. 채용 방법: 1차 서류전형, 2차 면접
4. 제출 서류: 이력서 , 자기소개서 , 기사 3건 이상
5. 접수 방법: 이메일 접수 (editor@sisain.co.kr)
6. 접수 마감: 2008년 9월 12일(금) 까지
2> “언론계 최고 대우를 약속합니다”
기자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 대우는 무엇일까요? 월급을 많이 주는 것일까요? 복지 혜택을 많이 주는 것일까요? 아닐 것입니다. ‘양심에 따라 기사를 쓸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곳이 바로 기자에게 최고의 언론사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감히 <시사IN>은 최고의 언론사라고 자부합니다. 모든 권력과 성역으로부터 독립(Independence)된 언론, 현상 너머 이면을 탐사(Investigation)하는 언론, 깊이 있는 시선으로 세상을 통찰(Insight)하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시사IN>은 기자가 양심에 따라 기사를 쓸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곳입니다. 경영진의 무도한 ‘삼성 기사 삭제 사건’에 항의해 <시사저널>과 결별한 기자들이 독자와 함께 만든 <시사IN>은 ‘자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이룬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출생 배경이 있었기에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계좌 양심선언’ 특종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명분만으로 매체가 스스로 아름다워지지는 않습니다. 6개월여에 걸친 파업과, 파업보다 더 힘들었던 창간 과정을 이겨낸 기자들이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자유 언론’의 이상을 함께 구현할 후배들을 찾습니다. <시사IN>의 새로운 역사를 쓸 패기 있는 언론인 지망생들의 아름다운 도전을 기다리겠습니다.
3> 언론고시 카페 댓글 논쟁
배고프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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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유게시판에서 붙은 논쟁(?)
솔직히 터놓고 얘기해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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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정보방 <시사IN> 경력공채 게시물에 제가 단 리플땜에 말이많은데요. 시사인 연봉이 얼마인지는 알고 그러시나요? 저는 2000 초반대로 아는데요. 그래요 뭐 물론 사람 사는게 다 돈으로만 통하는건 아니겠죠. 더군다나 사회정의구현을 부르짖는 기자라는 직업인데 오죽하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생활이예요. 수험생들의 절대다수가 왜 조중동, KMS를 선호하는지는 아시죠? 적어도 저 6개 언론사는 연봉이 4000대는 됩니다. (기타수당, 상여금 포함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네요) 여러분은 평생 독신으로 사실건가요? 그렇다면야 2000만원대 연봉도 좋겠지요. 큰 욕심없이 밥먹고 작은집에서 혼자 사는것도 나쁘지않을테니까요. 하지만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살아야되는데 연봉 2000? 참 웃기네요. 대기업 연봉중에 짠편에 속하는 CJ그룹조차도 2000만원 후반대입니다. 그걸로도 지금 돈 모자라 죽겠다는 사람 수두룩빽빽이예요. 그런데 2000이요? 2000? 지나가던 삼척동자가 웃겠네요. 시사인 외에도 소위 마이너라고 불리는 세계, 국민, 한겨레도 마찬가지예요. 거기가면 무슨 연봉 3000쯤은 주는줄 아나요? 기자로서의 사명감이 현실적인 돈의 위상 앞에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 궁금할 뿐입니다. 제가 시사인 게시물에 나름 악플아닌 악플을 단 이유는 '업계 최고대우'라는 화려한 구라 때문입니다. 구라를 펴도 저 정도면 예술급이네요. 그래놓고 자세히 읽어보니까 뜬금업이 편집권의 독립과 자유가 최고대우라고 하네요. 제 눈에는 "우리 돈 솔직히 많이 못주는데, 프리하게 쓸수있으니까 올사람은 와"라는 목소리로밖에 안들립니다. 현실을 완전히 무시하고 이상으로만 바람잡는 저 모습이 여러분들은 참 뻔뻔하게 보이지 않나요? 제가 게시물에서 시사인 지원하는분에게 뭐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현실이 그렇다고 사족 자르고 딱 할말만 했는데 뭐가 잘못됐다는건지 모르겠네요. 이의 있으신분은 이상론만 펼치지 마시고 현실적으로 제 주장을 비판해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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