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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독설/독설닷컴 칼럼

나는 전교조에 베팅하겠다. 우리는 전교조에 빚지고 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3. 11. 6.

1) 나는 전교조에 베팅하겠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결정에, 먹먹했다. 

안에서 얼마나 많은 토론과 내부투쟁이 있었겠나... 

밖에서 하는 모든 충고와 비난이 이미 안에서 오갔을 것이다. 

시사저널 파업 때 생각이 났다. 

상처를 주고 받았던 숱한 가시돋친 말들... 


이 결정을 놓고 말들이 많다. 

완벽한 결정이란 없다. 완벽한 실천이 있을 뿐이다. 

어떤 결정이든 그 결정의 뜻을 구현해내면 나중에 좋은 결정으로 인증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받아들였다. 

그들은 여덟명이 얻어맞는 것을 6만 명이 나눠서 맞기로 했다고. 

여덟명을 버리고 6만 명이 싸우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런다고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6만 명이 얻어맞으면 더 많은 수가 일어날 수도 있다. 


전교조를 보면서 베트남의 현대사를 떠올렸다. 

당대의 제국인 프랑스와 일본과 미국과 중국이 베트남에게 졌다. 

비결은 간단했다. 베트남은 전쟁터를 지옥으로 만들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개의치 않았다. 네 번의 싸움에서 늘 사상자는 베트남 쪽이 많았다. 

그 지옥에서... 주인이 아닌 자가 먼저 빠져나갔다. 

그리고 주인인 베트남은 살아남았다. 


우리 교육의 주인은 누구일까? 

이 싸움의 승자는 바로 그 주인일 것이다. 

진짜 우리 교육을 걱정하고, 진짜 학생들을 사랑하는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교육을 이용하려는 자가 아니라... 


그래서 나는 전교조에 베팅한다. 

내가 보아온 그들은 우리 교육의 주인다. 

그들이 이 지옥을 잘 버텨낼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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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는 전교조에 빚지고 있다. 


내가 전교조의 존재를 인식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쯤이었던 것 같다. 


1991년 쯤의 일이다. 

종이비행기 단체 투척 사건이 있었다. 

오래되어서 어떤 문제 때문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이들 딴에는 징계를 각오하고 한 일이었을테니 학교에 뭔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나는 주동은 아니었다. 

다만 그 거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여학생을 좋아했을 뿐이다. 

교지편집부에 있었기 때문에 핑계가 좋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으며 여학생에 대한 관심인지 거사에 대한 관심인지 헷갈리며 상황을 파악해갔다. 


학교의 기류가 강건과 온건 사이를 왔다갔다할 때...

일군의 젊은 선생들이 찾아왔다. 

그들을 통해 우리학교에도 전교조 교사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상황을 파악한 그들은 학교 측에 얘기해 보겠다고 했다. 


말 많은 젊은 교사들이 나서자, 

학교 측은 입을 닫았다. 

말 그대로 그 일은 유야무야 되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 대한 징계가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른 척했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우리는 전교조 세대다. 

1990년대 대학을 다닌 세대는 전교조에 빚지고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권리'에 대해서 상기시켜 주었다. 

그들이 자라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야성이 강한 35-45 세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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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교조가 권력화 되었다? 


사람들은 쉽게 남의 말을 한다. 

전교조에 대한 흔한 비판 중의 하나는 바로 '권력화 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티끌만한 권력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교장질 하기 불편해졌다'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일 것이다. 


노동조합이 권력화할 수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은 태평하지 않다. 

전교조와 비슷한 산별노조인 언론노조를 보라. 

교사 보다 더 힘 있는 언론인들의 모임이지만... 

이명박정권 이래로 갖은 탄압을 받았다. 


전교조 교사 답지 않은 교사가 전교조를 한다, 라는 비난도 많다. 

이 말의 전제는 '전교조 교사 다움'이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그들에게 기대를 품고 있다. 

몇몇 교사의 일탈에서 희망을 거둘 필요는 없다. 


상황은 다시 전교조 창립기의 암흑으로 돌아갔다. 

전교조가 짐스러운 교사들은 떠날 것이다. 

참교육을 지키려는 교사들은 남을 것이다. 

24년 전 참교육을 외치던 교사들과, 지금 참교육을 외치는 교사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상황은 똑같이 열악하다. 


힘든 시기다. 

하지만 극복할만한 가치가 있는 고난이다. 

이 시기를 지나면 전교조가 더 전교조다워질 것이다. 

 


주) 아래는 일제고사를 거부했다가 해임되었던 윤여강 선생님 인터뷰. 


“교직생활 26년 째, 3분의1은 해직상태였다” 



해직 교사들이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2008년12월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임되었던 송용운·정상용·윤여강·김윤주·박수영·설은주·최혜원 교사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한 해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2부(한승 부장판사)는 12월31일 이들에 대한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판결 직후 윤여강 교사(51)와 통화했다. 기사가 대체되어 시사IN에 들어가지 못한 이 짧은 인터뷰 내용을 '독설닷컴'에 올린다. 


- 두 번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1989년 전교조 설립 때 해직되었다. 그때는 탈퇴 각서를 안 썼더니 복직하기까지 7년 반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1년 좀 넘는 정도니 짧았던 셈이다. 올해로 교직생활 26째인데 그중 3분의 1은 해직상태였다.


- 해직 기간에 어떻게 지냈나?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다. 어머니가 위암 수술을 받았고 나도 백내장 수술을 받았고 동생도 아팠다. 그래서 다른 해직교사들보다 활동이 적었다. ‘해직교사 대장정’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전국 주요 도시들을 순회했는데 시민들이 응원해 주었다. 이번에 많이 단단해진 느낌이다.


- 해직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위력으로 누가 누구를 다스리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더군다나 교육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해직은 개인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무리한 결정 때문에 일제고사 문제에 관심이 생겼다는 것은 긍정적이었다고 본다.


- 일제고사는 지금도 시행되고 있다. 여전히 반대하는가? 

반대한다. 현장에 돌아가더라도 올바른 교육정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주) 18대 국회에서 전교조 저격수 노릇을 했던 조전혁 의원과의 인터뷰. 



‘전교조 저격수’ 조전혁 의원이 말하는 전교조론


- ‘전교조 저격수’라 불린다.

‘전교조 저격수’는 언론에서 붙인 말인데,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저격수는 숨어서 쏜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숨어서 싸운 적 없다. 지금껏 실명 드러내놓고 싸웠다. 나를 비판한 인터넷 논객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전교조 교사였다. 나는 그렇게 숨어서 야비한 방법으로 싸우지 않았다.


- <전교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책까지 냈는데, 좀 심한 것 아닌가. 전교조가 박멸의 대상인가?


책 제목은 상업주의에 결탁한 것이고, ‘박멸해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교조에 대해서는 두 가지 평가가 가능하다고 본다.


하나는 우리 교육사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 부분이다. 1980년대 1990년대, 우리 교육계엔 비민주적 구석도 많았고 부정과 비리 등 어두운 면이 많았다. 이런 어두운 부분을 들춰내고 정화시킨 공은 인정한다.


다른 하나는 그런 정화활동 이후에 생산적인 대안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권력화된 뒤에는 잘못한 것들이 많았다. 


- 전교조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전교조에는 세 그룹이 있다.


하나, 지도부를 구성하는 3천명 정도의 핵심 그룹이 있다. 주로 학생운동권 출신 세력이다. NL과 PD로 나뉘어 주도권 싸움을 벌인다.


둘, 2~3만명 정도의 좋은 교사 그룹이 있다.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어떤 교사집단보다 뛰어난 그룹이다. 정말 ‘보석과 같은 존재’다. 


셋, 3~4만명 정도의 양심은 없고 자신의 편의만 도모하면서 전교조에 기댄 교사들이 있다. 전교조 우산 밑에 있는 이들을 전교조가 스스로 정화해야 한다.


- 전교조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전교조는 지난 10년간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힘이 지나쳤다. 스스로 정화가 안 되고 권력화 되었다. 그리고 우리 교육 정책을 너무 흔들었다. 교육당국이 정한 정책을 마음만 먹으면 뒤집을 수 있지 않았나. 큰 폐단이었다고 본다.


매년 단체협상 때 교육정책도 협상 대상으로 올린다. 학업성취도 평가, 교사평가, 교통 지도,  지도안 작성... 그런 일이 잡무일 수도 있겠지만 근무조건과 연결시켜서 ‘학습일지 작성 안 하겠다’ 주장한 것은 잘못이다. 일선 교사들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귀찮고 싫어도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 전교조가 왜 이런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고 보는가?


전교조는 법적지위를 갖고 있는 교사단체로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분해야 한다. 전교조는 노동조합으로서 조합원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해 교섭하는 이익단체다. 그 역할만 충실히 하면 된다.


정책과 관련해서는 사회단체를 따로 만들어서 해야 한다. 법으로 보장받는 노동조합의 옷을 입고 왜 행동은 사회단체 일을 하는가. 노동조합의 지위를 누리면서 교섭권을 사회활동의 도구로 삼는 것은 잘못이다.


국가 교육을 이야기하면서 대안교육에서나 가능한 것을 해결책으로 내는 것도 곤란하다고 본다. 아주 진보적 의견을 가지고 있다면 교사 사퇴하고 대안학교에 서야 한다. 


- 전교조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난 6~7년간 전교조가 ‘무엇을 하지 말자’가 아니라 ‘무엇을 해보자’ 한 것 기억나는 것 있는가? 그동안 반대는 무지하게 많이 했다. 그러나 적극적인 제안은 없었다. 농담 삼아 ‘전교조’가 아니라 ‘반교조’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단체든 생산적 동력이 없으면 발전하지 못한다. 전교조는 그동안 생산적 제안을 내지 못했다.


전교조는 ‘전교조 없는 세상’을 스스로 초래했다. 교육의 모든 주권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있다. 교사의 교육권도 학생과 학부모가 위임한 권리다. 전교조가 최근 들어 회원이 줄어드는 이유도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못 얻었기 때문이다.


- 전교조 해직교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들이 ‘마녀사냥’식으로 당한 것 아닌가?


해직과 관련해 나는 명확히 입장을 밝혔다. 교사가 학생을 폭행하고 심지어 성폭행을 해도 정직 6개월 정도 나고 마는데 일제고사 거부했다고 파면 해임시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교과부 장관에게 질의할 때 이 내용을 밝힌 바 있다. 해임은 너무한 조치다. 양형이 불공평하면 정책의 영이 서지 않는다.


- 친구나 선후배 중에 전교조 교사는 없나?


당연히 있다. 서로 털어 놓고 얘기한다. 사람과 관련해서 나는 열어놓고 대한다. 인천대 재직 시절 가장 친한 교수가 ‘좌빨’ 교수였다. 전교조를 비판할 때도 쌍욕을 하거나 자존심을 긁는 등 무례한 적은 없었다. 좌파의 가치를 부정하지도 않는다. 비유하자면 좌파의 가치는 ‘따뜻한 어머니의 위로’고 우파의 가치는 ‘엄한 아버지의 훈계’와 같은 것이다. 둘 다 가치가 있다.


- 전교조 교사들은 학기 초에 ‘촌지를 받지 않겠다’는 편지를 써서 가정에 보낸다. 그런 부분이 부모를 안심시켜준다.


교사가 뇌물을 받으면, 나는 촌지라는 말 안 쓴다 뇌물이다. 여하튼 적극적으로 혹은 협박해서 뇌물을 받으면 엄히 처벌해야 한다. 나는 ‘특정교육범죄가중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공공성이 큰 영역이다. 공공성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 이외에도 횡령 배임 채용비리에 대해서는 가중처벌해야 한다. 교육청이나 교육과학부 직원들도 엄히 처벌해야 한다.


촌지 문제는 전교조가 전략적으로 잘 선택한 이슈다. 그런 면에서 교사로서 자질은 된 사람들이라고 본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받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