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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내가 조선일보 기자가 되려는 이유'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9. 7.




9월7일 일요일,
MBC와 조선일보가
한판 자존심 싸움을 벌였습니다.
같은 날 수습공채 필기시험을 본 것입니다.

두 군데 모두 서류전형에 합격한
응시자들이 과연
둘 중 어디로 갔을지 궁금합니다.





MBC 시험에는
방송기자직 지원자 487명과
TV PD 535명 등
모두 2천4백여 명이 응시했다고 합니다.
조선일보 시험에는 707명이 응시했다고 합니다.

결시율은 나와 있지 않은데,
두 군데 모두 응시자격을 가진 응시자가
어디로 갔을 지 정말 궁금하네요. 


두 언론사 공채 필기시험에서 제 관심을 모은 것은 작문 주제였습니다.
작문 주제를 보니
MBC의 작문 주제는 MBC의 ‘고민’을,
조선일보의 작문 주제는 조선일보의 ‘자만’을 담고 있더군요.


MBC의 주제는 ‘평상심’이었고
조선일보의 주제는 ‘촛불의 정치학과 촛불의 경제학에 대해’였습니다.


보수정권 보수언론 보수단체, 삼각 보수연합의 공세에 
<PD수첩> ‘광우병편’에 대한 사과방송을 한 MBC는
앞으로 이명박 정부와 건곤일척의 승부가 걸린 ‘민영화 적벽대전’을 벌여야 합니다. 
이런 MBC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평상심’일 것이다.


반면 조선일보는 ‘촛불의 정치학과 촛불의 경제학에 대해’를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이는 응시자들의 이념적 ‘코드’를 검증하겠다는 ‘자만’으로 읽힙니다.
이런 조선일보의 ‘자만’과 ‘오만’에 대해 응시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독설닷컴> 인턴기자 최재혁님이 직접 현장 취재를 해서 기사를 보내 왔습니다.


한 번 읽어보시죠.
이 기사는 최재혁님(세상박론)의 세 번째 기사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장취재> '내가 조선일보 기자가 되려는 이유'
 

“'할 말을 하는 신문'입니다. 정직한 신문입니다. 어떤 정치적 압력이나, 무책임한 집단주의에 굴하지 않습니다.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은 반드시 쓰는 신문입니다.”


2008년 <조선일보> 수습기자 공개모집의 광고 카피 중 일부다. 오늘 오전에 <조선일보> 수습기자 2차 필기시험이 서울 마포구 숭문고등학교에서 있었다.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707명의 응시자가 시험을 치렀다. 한 해에 10명 안팎의 수습기자를 선발하는 것을 감안하면 1차 서류전형 이후에도 높은 경쟁률이다.
 

지난 8월 30일에는 <경향신문> 수습기자 필기시험이 있었다. 인터뷰에 응해 준 15명 중 10명은 경향신문 필기시험에도 응시했다. “정직한 신문, 정치적 압력에 굴하지 않는 신문”에 지원한 동기에 대해 물었다.  
 

대학생 박모씨(25)는 “경향신문의 논조를 더 좋아하지만 응시자 입장에서 신문사를 선택해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론사가 워낙 들어가기 힘들기 때문에 어디든 다 시험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에서 인턴기자를 했었다는 대학생 이모씨(25)는 “여기에(조선일보) 몸 담아 본 경험이 있다. 이곳이라면 내가 정말 크게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원동기를 말하며 <경향신문>에 지원한 이유는 “<조선일보> 시험을 위한 전초전이었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언론사를 준비 중인 최모씨(26)는 “조중동이나 방송사를 제외한 언론사들의 연봉이 대졸 초임 연봉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들었다. 기자가 되고 싶지만 적은 돈을 받으면서 고생하고 싶지는 않아서 조선일보에 응시했다”고 말했다.
 

촛불 정국 때 <조선일보>는 수난을 겪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신문들의 왜곡보도는 국민들을 뿔나게 했고 집회 현장에서 보수신문의 기자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집회 후에는 <조선일보> 사옥 입구는 쓰레기로 뒤덮이기 일쑤였다. <조선일보> 기자가 의도치 않게 신분이 탄로나 집회 참가자들에게 둘러 쌓여 곤혹을 겪을 때 <경향신문> 기자가 나타나 구출해준 일도 있었다.  

 
응시자들은 더욱 커진 <조선일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대학생 이모씨(25)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다.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사실을 쓴 것이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대학생 김모씨(24)는 “둘 다 맞고, 둘 다 틀린 점이 있다. 서로 보완해 나가는 것이 맞다. 신문은 공적인 매체라기 보다는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거다. 통신사처럼 공적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입장도 있었다. 대학생 박모씨(28)는 “<MBC> ‘PD수첩’이 사기 쳐서 국민들이 속아 넘어간 측면이 있다. 진실을 왜곡한 건 조선일보가 아니라 ‘PD수첩’이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동의한 사람은 인터뷰 한 15명 중에선 1명뿐이었다. 그 한 명인 대학생 김모씨(25)는 “<조선일보>는 정직한 신문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오히려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집단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나 사회 면의 기획력은 뛰어나다고 생각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인터뷰어의 미숙함도 있겠으나 대화에 응해 준 응시자 모두가 실명을 밝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기자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펜을 휘날리는 것인데 실명을 밝히지 못한다는 것은 당당해 보이지 못했다. ‘할 말은 하는’ 신문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당당해야 할 텐데 말이다.

 
<조선일보>가 치르고 있는 홍역이 보통은 아닌가 보다. 응시자들은 이번 필기시험에 촛불 정국과 관련된 문제가 많이 출제 됐다고 했다. 국어 영역에서 ‘촛불을 불장난’으로 비유한 소설가 이문열씨의 지문이 인용되는 등 촛불관련 지문이 많이 나왔다. 논술 문제는 노골적으로 물어본다. 주제는 ‘촛불의 정치학과 촛불의 경제학에 대해’가 출제됐다. <조선일보>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

 
<독설닷컴> 인턴기자 최재혁    



'할 말을 하는 신문', '정직한 신문'에 들어가겠다는 기자들이,
어떤 정치적 압력이나, 무책임한 집단주의에 굴하지 않겠다는 신문에 들어가겠다는 기자들이,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은 반드시 쓰는 신문에 들어가겠다는 기자들이,
그 자랑스러운 현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못한다는 것이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네요.

최재혁님이 이들을 한겨레신문 공채 시험장에서 다시 만난다면,
그들은 어떤 말로 자신을 설명할까요?
'오늘은 오늘의 논리가 있고, 내일은 내일의 논리가 있다'라고 말할까요?
정말 궁금하네요.

2008/09/07 - [PD수첩 살리기 특설링] - MBC 작문시험 주제가 '평상심'이었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