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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언저리뉴스

손학규를 기억하며...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4. 7. 31.

한 때 정치부 기자를 했던 사람으로서, 

손학규 전 대표의 정계은퇴 소식에 아쉬움과 미안함을 느낀다. 


대학교수, 국회의워, 장관. 도지사를 거치면서 연륜과 경륜을 쌓은 그는 

드물게 젠틀한 정치인이었다. 

그의 참모들도 대체로 선했다. 

술수를 부리거나 꼼수를 쓰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는 물러서야 할 때 물러설 줄 아는 정치인이었고,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양보할 줄 아는 정치인이었다. 

자기 사람을 챙기느라 무리수를 두지도 않았다. 


큰 정치인이 가져야 할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그 비전을 향해 묵묵히 전진하는 뚝심이 있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과감히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런 그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 

옥석을 가려주는 노력을 게을리한 탓이다. 

현실정치의 승패에 너무 매몰된 탓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이명박처럼 사악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처럼 무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진정성 있고 책임감 있는 국가의 리더가 되었을 것이다. 


'100일 대장정' 현장에서 보았던 그의 투박한 손을 기억한다. 

단순 반복적인 노동을 포토타임용으로 하지 않고 일개미처럼 하루종일 반복하던 그의 듬직했던 등판을 기억한다. 

흘러내리는 땀을 닦기 위해 밀집모자를 벗을 때 보이던 구릿빛 얼굴 주름을 기억한다. 


비록 시대가 그를 소명하지는 않았지만, 

정치를 떠나서도 그는 귀하게 쓰일 거목이다. 

새로운 길에서 쿤 성취를 이루시라~


워낙 혼탁한 싸움판이라, 룰을 지키는 플레이어에게 소홀했다. 

거듭 미안하고 죄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