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원내대표는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는 사과를 받을 사람한테 하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가 한 것은 사과가 아니라 해명이다.
나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창녀'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를 썼다면 기자들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말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겨냥해 한 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
또 하나 사과에 기만이 들어 있다.
'문빠'나 '달창'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들을 비난하기 위해 쓴 말이다.
이런 의도에 대해서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당신들을 비난하고는 싶은데, 그 정도 심한 말로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었어'의 의미 밖에 안 된다.
이 정도 인격 모욕을 해놓고,
'뭐 그냥 내가 모르고 잘못 쓴 것으로 해둘게' 하고 어물쩡 넘어가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태도가 아니다.
나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보냈다는 문자는 이랬다.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썼다. 결코 세부적인 그 뜻을 의미하기 위한 의도로 쓴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나 원내대표의 이 문자가 나에게도 왔다면 나는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왜 저한테 사과하세요?”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제대로 된 사과를 하려면 다음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정재승/김호 교수가 <쿨하게 사과하라>에서 말한 사과의 정석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상처와 분노에 공감하며,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구체적인 행동 계획과 사후 처리를 약속하는 것.
이것이 사과문의 기본적인 공식이다.”
이 기준에 맞춰 나 원내대표의 사과를 들여다보자.
1) 자신의 잘못을 그 단어의 의미를 몰랐던 것으로 제한했다.
2) 피해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상처와 분노에 대한 공감도 없다.
3)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니라 그저 후회하고 있을 뿐이다. 잘못이 발생한 경위에 대한 설명이 없다.
4) 앞으로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내용이 전형 없다.
한 마디로, 잘못된 사과의 표본이다.
그냥 그런 표현을 쓴 것을 후회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유감 표명은 일본 위정자들이 과거사에 대해 어물쩡 넘어갈 때 주로 하는 말이다.
나 원내대표에게 묻고 싶다.
본인이 정치할 때 참고하는 텍스트가 일베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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