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홍씨가 '날치기 주총'으로
YTN 사장으로 선임된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그러나 구사장은
노조의 출근 저지에 막혀
아직까지도 정상출근을 못하고 있다.
두 달 동안 불발로 그친
구사장의 '눈물의 출근기'를
임명 시점부터 복기해 보았다.
노종면 노조위원장(왼쪽)과 구본홍 사장(오른쪽)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도 공기업, 정부 산하기관, 언론 유관단체 등에 무수히 많은 ‘낙하산’을 내려보냈다. 낙하산 인사를 보내기 위해 기존 기관장이나 감사를 매몰차게 내쫓았다. 논공행상이니 보은인사니 비난 여론이 높았지만 개의치 않고 내려 보냈고, 이들 대부분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그런데 이 낙하산 부대에 ‘낙오병’이 한 명 생겼다. 바로 YTN 구본홍 사장이다. ‘날치기 주총’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주주총회까지 거친 구 사장은 YTN 노조원들의 출근 저지에 막혀 60일 넘게 출근을 못하고 있다. 구 사장은 사장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YTN 인근 오피스텔로 불시착했다.
구본홍 사장을 구하기 위해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그리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지원사격을 벌이기도 했다. 신차관은 민영화 카드로 YTN 노조를 압박했고, 최위원장은 ‘케이블 사업자 재승인’ 카드로 압박했다. 이 대변인은 국회에서 구 사장을 방송전문가라고 두둔했다.
하지만 모두 소용없었다. YTN 노조는 요지부동이었다. 사장실이 있는 17층 근처는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막고 있다. 구 사장이 간부 인사를 해도 따르지 않아 무용지물이다.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는 열지도 못했다. 노조는 급기야 파업까지 결의했다. YTN 안팎에서 ‘구본홍 교체론’이 일면서 간부들도 노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사면초가에 놓인 구 사장의 눈물겨운 ‘출근기’를 임명 시점부터 복기해 보았다.
YTN 노조가 구본홍 사장에게
'여수장우중문시'를 읽어주고 있다.
7월17일 : 7월14일 1차 주주총회가 무산된 지 사흘만에 2차 주주총회가 열린다. 용역업체 직원이 3중4중으로 쌓은 ‘용역산성’ 뒤에서 진행된 주주총회는 구본홍씨를 사장으로 선임하고 1분 만에 끝이 난다.
7월18일 : 노조는 사장실 문에 ‘구본홍 출입금지’라는 푯말을 붙이고 나무를 박는다.
7월19일 : 구본홍 사장은 출근에 앞서 사내 게시판을 통해 사원에게 보내는 글을 올린다. 이 글에서 그는 “방송특보라는 선거기간 동안의 역할이 정치적 편향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는 일부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선입견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 이력이 향후 YTN 뉴스의 공정한 판단과 뉴스의 발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사원들의 우려는 기우가 될 것이라는 점도 아울러 밝혀둡니다”라고 포부를 밝힌다.
7월21일 : 첫 출근을 시도했던 구 사장의 출근을 이름 모를 시민이 막는다. 이후 노조 집행부가 몰려와 구 사장을 막아선다. 그는 “노조원들의 충정은 이해한다. 공정방송을 지켜내고 YTN의 여러 당면과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 노조원들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겠다”라고 말하고 떠난다. 노조원들의 출근 저지가 계속된다.
7월27일(추정) : 박경석 노조위원장과 시내 모처에서 만난다. 노조는 구 사장이 사장 취임 공약으로 내놓은 제안을 투표에 붙이기로 한다.
7월30일 : 노조 집행부는 구 사장의 제안을 투표에 붙일 지 여부를 대의원 대회에서 논의한다. 투표 실시 여부를 놓고 표결한 결과 최종적으로 투표찬성 17, 반대 18, 기권 3명으로 구 사장의 제안은 부결된다. 노조 위원장은 이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노조는 비대위 체제로 운영된다.
8월3일 : 일요일인 이날 구 사장이 YTN 사내를 둘러보려다 노조원의 강한 항의를 받고 ‘출근이 아니라 순시’라고 변명하며 속히 회사를 빠져나간다.
8월6일 : 새벽 구 사장은 사장실 ‘잠입 출근’에 성공한다. 급히 실국장 회의를 소집해 사내 긴급한 사안들을 논의한다. 간부들과 논의한 내용은 곧 있을 대규모 인사와 노조원 징계 조치에 대한 것이었다. 이날 YTN 간부들이 취재 기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한다. 어렵게 들어온 사장실에서 구 사장은 3박4일 동안 버티고 집에 돌아갔다.
8월12일 : 노동조합 보궐선거가 치러지고 1번 후보인 노종면 후보(권석재 사무국장 후보)가 79.9%(총 유권자 401표 중 총 투표자 324표, 투표율:80.8%)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다.
8월13일 : 구 사장은 신임 노조 집행부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불량 간부’ 퇴출을 들어주다. 경영기획실장과 보도국장을 방송위원으로 물러나게 한다. 노조가 ‘끝장 투표’를 제안하지만 구 사장이 거절하면서 대화가 결렬된다.
8월22일 : 오후에 구 사장이 ‘월급 결재’를 이유로 출근을 시도하다 노조원 40여명에 막혀 돌아간다. 그는 “매달 25일 지급되는 사원들 월급을 주려면 내가 사장실에 들어가서 결재를 해야 된다”라고 외쳤지만 노조는 그의 출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8월25일 : 노조원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가 4시에 열렸지만 노조원 70여명이 막아 5분 만에 중지된다. 노조원들은 “후배 징계 왠말이냐 구본홍을 징계하라”라며 인사위원회에 참석한 간부들을 비난한다.
8월26일 : 구 사장이 임명한 새로운 부서장의 업무 지시를 노조원들이 거부한다. 부서장의 지시에 노조원들은 “노조 지침을 따른다”라고 대답할 뿐이다.
8월27일 : 저녁에 150여명의 노조원이 모인 긴급 조합원 총회가 열렸다. 총회 결과 향후 조합원 인사와 징계에 대비한 ‘총파업 찬반 투표’ 실시 여부와 시기가 집행부에 위임된다.
9월1일 : 구 사장은 돌발영상 임장혁 팀장 등 그동안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활동에 참여한 사원 24명에 대한 징계성 인사를 단행한다. 노조는 인사 대상 조합원에게 ‘전원 현재 소속 부서에서 근무한다’는 지침을 내린다. 노조는 사측이 준비 중인 징계 심의 대상자 76명과 사법 고소 대상자 6명의 명단을 확보한다.
9월2일~5일 : 노조는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낙하산 사장 반대 및 민영화 저지’를 위한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한다.
9월4일 : 구 사장은 기존 부서에서 그대로 근무를 계속하고 있는 24명 조합원에게 ‘경영기획실 인사팀’ 명의로 ‘인사명령 준수 통고’를 메일로 보낸다. 최후 통첩식 경고를 했지만 노조원들은 여전히 기존 부서에서 근무한다.
9월5일 : 구 사장의 징계 조치와 인사의 부당성에 항의하며 ‘나도 징계하라’는 실명글이 사내 게시판에 줄이어 올라와 이날까지 27명이 징계 동참의사를 밝힌다. 구 사장은 사내 게시판에 “월요일 정상 출근하겠습니다. 회사를 정상적인 경영 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더 이상 불법적인 집단행동으로 출근과 정상 업무를 방해하지 않기 바랍니다. 방해하는 조합원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음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라고 글을 올린다.
9월8일 : 구 사장은 노조원들과 경영기획실 상무실 홍보실 등을 옮겨다니며 ‘숨바꼭질식 출근’을 한 시간 반 쯤 시도하다 끝내 포기한다. 이날 회사 주변에 사복 경찰 10여명이 배치되어 무전기를 통해 회사 내부 상황을 전달받았다. 구 사장은 오후에 다시 기습 출근을 시도하다 사장실 앞에서 40여명의 노조원에 막혀 3시간 동안 대치하다 돌아간다.
9월9일 : 아침 8시50분에 구 사장은 사장실 앞에서 노조원들과 30분 정도 대치하다 돌아간다. 이날 구 사장은 노종면(현 노조위원장) 권석재(사무국장) 현덕수(경제부 기자, 전 노조위원장) 우장균(정치부 기자) 조승호(정치부 기자) 정유신(돌발영상 PD) 등 6명을 ‘업무방해’혐의로 고발한다. 이에 노조는 을지문덕이 살수대첩 전에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냈던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를 구 사장에게 보여준다.
9월10일 : 남대문경찰서 김기용 서장이 경찰 간부 2명을 대동하고 정복 차림으로 사장실 앞 농성 현장 진입을 시도한다. 김 서장은 사측이 노조원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해 현장 조사를 위해 왔다고 말한다. 이날 파업 찬반 투표 결과가 공개된다. 총 투표자 360명(투표율:91.1%) 가운데 275명(76.4%)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9월16일 : 노조 집행부 10여명이 오후 1시부터 방송되는 <뉴스의 현장> 시간에 앵커 뒤 배경 화면에 ‘공정방송’이라고 써진 피켓을 들고 시위해 이 장면이 방송에 노출된다.
9월17일 : 대전(4명) 춘천(2명)에서 연가 휴가를 낸 노조원들이 구 사장 출근 저지에 동참한다. 이날 8시40분에 출근을 시도한 구 사장은 회사 예비군 중대 사무실에 머물다 돌아간다. ‘인사 불복종 투쟁’을 벌이는 노조원 24명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오후 3시에 열렸지만 노조원 100여명의 방해로 무산된다.
9월18일 : 광주(3명)와 창원(2명)에서 온 노조원들이 구 사장 출근 저지에 동참한다. 8시40분쯤 출근을 시도한 구 사장은 노조원에 막혀 마케팅국 휴게실에 머무르다 돌아간다.
9월19일 : 출근을 시도한지 65일째가 되었지만 여전히 구 사장은 사장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구 사장은 과연 YTN 사장실로 출근할 수 있을까? KBS처럼 YTN에도 공권력이 동원될까? 파업 돌입을 앞둔 YTN에 극한의 긴장이 흐르고 있다.
노조원들에게 사장실 출근을 저지 당한 YTN 구본홍 사장(뒷모습)
주>
'시사저널 파업' 때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금창태 사장에게 감정이입을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성공하면 그것으로 소설도 한 번 써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안되더군요. 열만 받고. 'YTN 사태'를 보면서 구본홍 사장에게 한번 감정이입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될 것도 같더군요. 남의 일이라 냉정을 유지할 수 있어서 그런지...이 기사에 이어 YTN 훈남, 노종면 노조위원장의 인터뷰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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