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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닷컴 이슈 백서/집중분석, '강남좌파'를 말한다

파리지앵과 뉴요커 그리고 강남좌파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0. 2.

이명박 정부의 전횡과
보수세력의 행태에 실망하면서
보수세력이 분화하고 있습니다.

파리지앵과 뉴요커를 닮은

진보성향의 부유층,
이른바 '강남좌파'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독설닷컴>은 ‘강남좌파’에 주목합니다.
전형적인 강남좌파 연쇄 인터뷰, 
진보정당의 강남진출기,
강남좌파로 진화하는 ‘오렌지족 세대’,
강남 촛불 현장르포 등 
강남좌파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겠습니다. 



어느 시즌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시즌의 뉴욕 프라다 매장의 인테리어 테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었다. 아리랑축전 등 북한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들오 실내 인테리어를 꾸몄고 사진에서 보듯이 마네킹들이 사열하는 인민군 대형으로 서 있었다.



파리지앵과 뉴요커 그리고 강남좌파



‘좌파 빨갱이’라는 말이 있다. 줄여서 ‘좌빨’이라고 한다. 이 말을 쓰는 사람은 어떤 의미로 쓰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해석하기에 ‘좌파 빨갱이’의 의미는 이렇다. 이명박 시대에는 상식적인 주장을 하면 좌파가 된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면 빨갱이가 더 붙는다. 즉, 상식적인 주장을 하고 이를 실천하면 ‘좌파 빨갱이’가 되는 것이다.



‘좌빨’의 반대말이 있다. ‘우꼴’이다. ‘우파 꼴통’의 줄임말이다. 그럼 ‘우파 꼴통’은 누구인가? ‘좌파 빨갱이’의 반대로 해석하면 된다. 이명박 시대 우파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런 주장을 펴면 꼴통이 된다. 즉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면 ‘우파 꼴통’이 되는 것이다.



'좌파 빨갱이'와 '우파 꼴통' 사이에서 출몰한 '강남좌파'


‘좌파 빨갱이’와 ‘우파 꼴통’의 대립 지형에서 변종이 나타났다. 바로 ‘강남좌파’다. 강남좌파는 누구인가? 두 종류가 있다. 좌파가 부자가 된 경우와 부자가 좌파가 된 경우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에 출몰한 강남좌파는 앞의 경우고 이명박 시대에 나타나는 강남좌파는 뒤의 경우다.



부자가 왜 좌파가 될까? 간단하다. ‘고소영 수석, 강부자 내각’이라 불릴만큼 끼리끼리 해먹는 보수의 전횡에 실망하고 촛불집회로 민중의 힘과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보수의 전횡과 이기주의에 반발한 중도성향의 부유층이 서서히 좌파성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파리지앵’이나 ‘뉴요커’처럼 진보 성향의, 보보스적인 부유층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좌파’에 대한 담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 교수가 월간 <인물과 사상>(2006년 5월호)에 ‘강준만의 인간학 사전’에서 언급하면서 부터다. 강 교수는 “‘강남좌파’라는 딱지는 보수언론의 노무현 정권 공격 혐의가 짙지만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강 교수는 ‘생각은 좌파적인데 생활수준은 강남 사람 못잖은 이들’을 강남좌파로 총칭하면서 긍정론과 부정론을 소개했다. 긍정론은 △상류층의 진보적 가치 역설의 효과 △갈등의 양극화 방지 △상류층에 속하면서도 하류계급을 위한다는 것이었고, 부정론은 △권력․금력․상징자본과 도덕적 우월감까지 가지는 부당성 △진보를 이용한 더 많은 금력과 권력의 축적 △실천이 따르지 않는 진보 프로그램 등을 꼽았다.



소설가 백영옥씨는 자신의 소설을 설명하면서 강남좌파라는 개념을 활용했다. 백씨는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스타일>을 설명하면서 “고시원에 사는 사람뿐 아니라 호텔 스위트룸에 사는 사람에게도 고독과 비애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좋은 집안에서 혜택 받고 자란 소위 강남좌파의 상반된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처음 쓰고 강준만 교수가 본격 논쟁 시작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었지만 강남좌파라는 단어에는 다분히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는 이 단어가 미디어에 처음 등장한 곳이 동아일보이기 때문이다. 박영균 광고국장(당시 편집국 부국장)은 2006년 3월16일자 동아일보 ‘오늘과 내일’ 칼럼에서 “요즘엔 잘나가는 사람들을 강남좌파라고 부른다. 아마도 생각은 좌파적인데 생활수준은 강남 사람에 못지않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골프를 너무나 좋아하다가 탈이 난 이해찬 총리가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라며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이명박 정부가 종부세 감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이 강남좌파는 지금 시험대에 올라있다. 이들에게 지금 ‘악마의 유혹’이 찾아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종부세 면제’다. 이 유혹을 뿌리치고 이들이 강남좌파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실리 앞에 물러서느냐, 원칙을 고수하느냐 기로에 선 것이다.



이를 예견한 것인지 강 교수는 강남좌파 담론을 제기하면서 “배부른 진보가 일부러 배고픈 척 할 필요는 없지만 공적 영역을 향해서만 진보를 외쳐댈 게 아니라 자신의 사적 영역과 행태도 진보적 가치의 지배를 받게 해야 한다. ‘강남 좌파’는 자신의 욕망을 통제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종합부동산세 면제'에 기로에 선 강남좌파


파리지앵이나 뉴요커처럼 강남좌파도 좌파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을 갖는다(파리지앵이 보수주의자고 뉴요커가 공화당 지지자라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 왠지 오리지널이 아닌듯한...). 취재과정에서 만난 강남 좌파는 공통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싫은 이유를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의식이 없고 ‘촌스러워서’라고 답했다.



여기서 ‘촌스럽다’는 말은 상당히 복합적 의미를 갖는다. 한 오렌지족 출신 강남좌파는 이명박 대통령이 싫은 이유를 “타고난 촌놈인데, 도시놈 흉내를 내는 촌놈이라 정말 싫다”라고 말했다. ‘짝퉁 도시놈’이라는 것이다. 강남좌파는 스스로 부를 이룩한 1세대와 그 부를 향유한 2세대에서 다양한 양식으로 나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