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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닷컴 이슈 백서/집중분석, '강남좌파'를 말한다

"세금 내고 떳떳하게 살겠다는데..."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0. 2.


 

<독설닷컴> 연속기획,
‘강남좌파를 말한다’ 제2편

‘렉서스좌파’ 클라우디아



“이명박 대통령은 촌놈이다.

그냥 촌놈이 아니라
도시놈 흉내를 내는 촌놈이다.
이건 정말 촌스러운 거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만다 만큼 자주 ‘보톡스’를 즐기며 유기농 식품만 먹는 클라우디아씨(31)는 요즘 흔히 말하는 ‘신상녀(신상품 중독자)’다. 명품 수입업체에서 ‘취미 삼아’ 일을 하는 그녀에게 일은 일이라기보다 취미 생활이다. 명품 박람회에 가서 남들보다 먼저 신상품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최고 기쁨이다.



언론에 흔히 등장하는 강남부자들의 행태를 그녀는 자라면서 모두 거쳤다. 원정 출산으로 외국 시민권을 획득했고 조기 유학을 가서 대학까지 외국에서 학업을 마쳤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고급 아파트와 병원(한의원)이 있고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매년 휴가는 해외의 호화 리조트에서 스파를 즐긴다.



보수 성향의 현실주의자였던 그녀는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성향이 바뀌게 된다. 특히 촛불집회를 멀리서
바라보며 많이 변했다. 그녀는“촛불집회라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촛불집회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난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고, 그걸 나 혼자 잘살겠다고 사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주변에 자신과 같은 사례가 많다고 했다. 그녀는 “경영 컨설턴트인데 민주노동당 후원하는 사람, 부모덕에 유학 하고 부모덕에 부유해서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는 무한 이기주의자였던 사람이 갑자기 사회참여적인 진보주의자가 되는 것을 보았다. 요즘은 좌파가 트렌드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렌지족’혹은 ‘X세대’라 불리며 자랐던 세대가 성인이 되어 ‘강남좌파’가 되는 것이다. 



그녀를 바꿔놓은 것은 바로 촛불이었다. 그녀는 “내 목표는 300억원을 버는 것이다. 그런데 쓰임새가 바뀌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위해 쓸 것이다. 300억원을 다 모으면 모든 것을 정리하고 팔레스타인에 갈 예정이다. 거기서 학교 짓고 우물 파서 사람들을 도우며 살 것이다”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분쟁과 국제법의 적용에 관한 논문을 썼던 그녀는 기아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다. 그래서 해외 출장을 다닐 때면 최저가 항공권을 사고 차액을 전부 기아구제단체에 기부한다. 



나두 이런 차 타고 취재 현장을 누비고 싶다. 의외로 이 차 타고 다니는 사람 중에도 좌파가 많은 것 같다. '렉서스 좌파'로만 따로 테마를 한번 잡아봐야 할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도시놈 흉내를 내는 촌놈'이다

그녀를 좌파로 바꿔 놓은 또다른 주역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녀가 이명박 대통령을 싫어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이 자신의 취향과 안 맞는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는 촌놈인데 도시놈을 흉내 내는 촌놈이다. 그게 싫다. 강남 사람들은 ‘도시놈 흉내 내는 촌놈’을 제일 싫어한다. 차라리 노무현이 낫다. 그는 ‘촌놈다운 촌놈’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대통령 주변 인물들에게도 그대로 투사된다. 그녀는“그들은 엘리트 집단도 아니고 전통 있는 ‘올드 머니’도 아닌 강남에서도 가장 질이 떨어지는, 땅투기로 갑자기 부자가 된 졸부들 같다. 그런 사람들 모여서 자기들끼리 부흥회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명박 정부가 부자 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자는 제도가 뒷받침해주지 않아도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가 돌봐야 할 사람은 부자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이명박 대통령이 잘한 일이라고는 깊은 산 속에 은둔하고 있는 스님들을 불러 모아 서울 구경 시켜준 일(불교 시국법회)과 전국민을 채식주의자로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부모에게 넓은 아파트를 상속 받은 그녀는 이번 종부세 감세 혜택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전혀 고맙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감세 정책은 나한테는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내 작은 이익을 위해서 잘못하고 있는 것을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세금 내고 떳떳한 부자로 살고 싶다. 왜 세금 몇 푼 깍아주고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나. 내가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아저씨 됐거든~ 아저씨나 세금 제대로 내세요’”라고 말했다.

 


사족> ‘강남좌파’는 아직 ‘취향좌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클라우디아씨의 정치적 성향을 보면 아직 이 취향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정치인이 '강남좌파'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을지... 


그녀가 좋아하는 정치인은 노회찬과 박진과 조순형이다. 노회찬과 박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정치인이라는 것이고 조순형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에게서 ‘자상한 아빠’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노회찬은 자기가 가진 지식보다 덜 드러내는 사람이라 좋아하고 박진은 집안 좋고 교육 잘 받고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땄을 정도로 실력이 있는 엘리트라 좋아한다. 조순형 의원이 딸과 함께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것을 봤다. 그렇게 자상한 아빠일 수 없었다. 그래서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2008/09/29 - [분류 전체보기] - 파리지앵과 뉴요커 그리고 강남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