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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쓰러지더라도 다시 단식하겠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0. 2.



화요일(9월30일) 새벽
낙하산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집단 단식농성에 돌입한
YTN 젊은 기자 중에서
박소정(8기) 황혜경(10기) 기자가
새벽에 쓰러졌습니다.


현재 상태가 어떤지
황혜경 기자를 만나보았습니다.



여전히 밝은 모습의 황혜경 기자




박소정 기자와 황혜경 기자, 두 기자 모두 지금은 상태가 호전되어 정상적인 취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 근무를 마치고 선배들의 단식 농성장에 내려 온 황혜경 기자를 만났습니다.
박소정 기자는 야근을 마치고나서 집회까지 참여한 뒤에 휴식을 위해 집에 간 상황이라 시간을 뺏어서는 안될 것 같아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황혜경 기자는 9월30일 새벽 3시 경 쓰러졌습니다.
하루 종일 단식농성장에 있다가 잠시 휴식을 위해 숙직실에 올라가서 쉬던 황 기자는 새벽에 회사에 찾아온 아버지 전화를 받고 내려오던 중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무렵 황기자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아버지는 황기자를 업고 바로 병원으로 갔습니다.



겨우 회복을 했는데, 황기자는 다시 단식농성을 하겠다고 합니다.
릴레이 단식이라 월요일에 단식을 했던 조가 목요일에 단식을 하는데, 기어이 참여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응원해야 할지 말려야 할지, 저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황기자와 나눈 이야기를 전합니다.




- 젊은 기자들이 릴레이단식을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그 전주 금요일에 논의가 이뤄졌다. 전원이 무기한 단식을 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상황에 따라 수위를 높이자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단식 농성을 하며 사측에 선 선배들에게 진심어린 롤페이퍼를 쓰자거나 부국장이나 부팀장들 앞에 가서 피켓팅을 하자는 주장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무기한 단식을 하자는 쪽이었는데 제일 먼저 ‘나자빠져’ 조금 부끄럽다. 
 

- 건강은 괜찮은가?

처음 단식을 해보는거라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미리 감식을 해야 한다고 해서 그 전날부터 거의 안먹었는데, 너무 안먹었던 것 같다. 밤이 되니 도저히 버틸 힘이 없었다. 배도 아프고 열도 나고 서 있기조차 힘이 들었다. 그래서 숙직실에 올라가서 쉬고 있었다. 


- 아버님이 많이 놀라셨을 것 같다.

새벽에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회사 앞이라고 잠시 나오라고 하셨다. 일어서기도 힘이 들었지만 아버지가 걱정하실까봐 내려가기로 했다. 침대에서 내려오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쓰러졌다. 보안요원이 달려와서 나를 붙들었다. 이후 아버지가 달려오셔서 나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셨다. 병원에서는 혈당 수치가 많이 낮아진 것을 빼고는 별 이상은 없다고 했다.


- 휴식은 좀 취했나?

아침 7시 쯤 퇴원했다. 집에 가서 좀 쉬다가 선배들이 걱정할 것 같아서 오후 2시 쯤 다시 회사에 나왔다. 나갔더니 선배들이 ‘네가 눈에 보이면 더 걱정이 된다. 들어가서 쉬어라’고 말해 다시 집에 와서 쉬었다. 지금은 컨디션이 다 회복된 상태다. 목요일은 다시 우리조가 단식할 차례다. 단식에 참여할 생각이다.


-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던 것 같다. 취재와 투쟁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경찰기자는 6시에 출근해서 7시에 보고를 해야 한다. 마포-서대문-은평-서부 라인을 맡고 있다. 7시 반에 회사에 와서 선배들과 김밥으로 아침을 먹는다. 사장이 출근하면 못들어오게 막고 안 오면 라인으로 돌아간다. 보통 9시반이나 10시쯤 라인으로 복귀한다. 준법투쟁을 해야 해서 되도록 라인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저녁 시간에 다시 회사로 가서 조합원 총회나 집회에 참여한다.


선배들과 얘기를 나누는 황혜경 기자. 자연스럽게 얘기 나누는 장면을 찍은건데, 왠지 연출 사진 같다. ㅋㅋ


- 취재를 제대로 하기 힘들텐데.

아침 시간에 제보도 하고 사전 취재도 해서 기획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고 있다. 그냥 ‘총맞아서’ 가는 할당기사만 맡고 있다. 경찰 기자 중에 내 밑으로만 10명이다. 내 위치라면 기획 아이템 기사를 해야 하는데, 제 역할을 못해서 마음이 안 좋다.


- 사측 선배들과 얼굴 붉히는 것도 마음이 안 좋을 것 같다.

구본홍 인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부장의 지시를 전혀 따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금 사회부장은 이런 사태 이전에는 상당히 존경받는 선배였다. 다른 선배들이 ‘그 선배가 부장이라면 사회부에 다시 가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 달째 부장에게 인사도 안 하고 눈도 안 마주치고 있다. 마음이 무겁고 힘들다.


- 사회부장도 비슷한 마음일 것 같다.

사측과 노조의 중재 역할을 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인사 안 한다고 뭐라 하지도 않는다. 불러서 지시하는 것도 없고...


- 아무래도 기자로서 취재에 몰입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괴로울 것 같다.

그게 제일 힘들다. 경찰팀에 2년 반 정도 있었다. 이제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인데 시간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느낌이다. 이럴 시간에 내 능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고 싶은데...‘회사 핑계 대지 말고 업무시간만이라도 집중하자’라고 생각하는데 잘 안 된다. 계속 노조 게시판에 새로 올라온 글 있나 찾아보게 되고...나도 뭔가 쓰고 싶고...이 상황이 끝나고 현장에 제대로 복귀할 수 있을 지도 걱정된다. 


- 휴가기간에도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를 위해 회사에 나오는 것을 보았다. 이후에도 중요한 투쟁이 있을 때마다 연차휴가를 많이 까먹지 않았나?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일 때가 많다. 경찰에 출석하는 선배들을 위해 항의방문 갈 때나 1일 단식 농성을 할 때나 이럴 때는 연차를 낼 수 밖에 없다. 회사에서 근무태도를 확인한답시고 라인에 있는지 여부를 계속 확인하기 때문이다. 이제 연차도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그나마 목요일 단식에 하루를 쓰고 나면 하루 밖에 안 남는다.


- 다른 노조원들도 연차 휴가를 대부분 까먹었을 것 같다.

일부러 중요한 노조 행사 전날 야근을 하는 선배들이 있다. 야근 끝나고 주는 야휴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한 선배가 야휴를 이용해서 구본홍 사장 출근 저지를 하는데 회사에서 ‘야휴는 쉬라고 준 것인데 왜 집에서 쉬지 않냐’며 문제를 삼은 적이 있다. 그 선배는 ‘내가 회사에서 쉬든 집에서 쉬든 무슨 상관이냐. 회사에 있는 게, 사장실 앞에서 지키고 있는데 제일 마음 편하다’라고 말했다.


- 상황이 계속 안 좋아지는 것 같다.

지난주에 선배들이 징계에 회부되고 경찰 조사를 받는 모습을 보고 그동안 취재했던 분규사업장이 밟았던 수순을 그대로 밟는 것 같아 마음이 괴로웠다. 열심히 외쳐도 메아리가 없는 그 사업장들...지노위나 중노위 법원도 회사 손을 들어줄 것이고...단순 비교는 할 수 없겠지만 3년을 해도 끝나지 않는 그 사업장들처럼 우리도 그렇게 될까봐 걱정된다.


- 그래도 응원하는 국민들이 많이 있지 않나?

비난하는 국민도 있다. 인터넷 댓글을 보고 상처를 많이 받았다. ‘너네가 언제부터 공정방송 했냐’하는 등의 글을 보면 상처받지 말자고 아무리 되뇌어도 상처를 많이 받는다.


- 승리를 확신하나?

우리가 이런다고 그 사람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겠지만, 노조가 똘똘 뭉쳐있기 때문에 승리를 확신한다. 그 사람이 3년 임기를 다 채우더라도 우리는 그를 3년 내내 사장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이 보낸 응원편지를 집에 가서 타이핑하기 위해 들고 나오는 황혜경 기자.



2008/09/30 - [YTN 낙하산 특설링] - 새벽에 쓰러진 YTN 두 여기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