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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지키미 게시판

(동영상) YTN 기자들이 스스로를 고발하는 이유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0. 7.



사상 초유의
언론인 집단 해고 사태가 발생한
YTN에 몽구님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YTN 노조원들은
회사의 징계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없이 투쟁을 계속하기로
결의를 모았습니다.



(글, 사진 - 고재열 / 동영상 - 몽구)


대량 징계에 낙담하고 있는 YTN 노조원들




어제 YTN에서 1980년 언론인 대량 해직 이후 처음으로 언론인 집단 해직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YTN 사측은 퇴근 직전 낙하산 사장 퇴진 운동을 벌였던 노조원 33명에 대한 징계(업무방해 등)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노종면 위원장, 권석재 사무국장,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 우장균 기자, 조승호 기자, 정유신 기자, 총 6명의 기자가 해임되었습니다.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 등 6명의 노조원이 정직(1개월~6개월) 처분을 받았습니다.
박소정 기자 등 8명의 노조원이 감봉(1개월~6개월) 처분을 받았고
13명의 노조원에게 경고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6개월 동안 파업을 벌였던 ‘시사저널 사태’ 때도 ‘해임’ 징계는 없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기자 3명이 무기정직을 받았고 3명이 3개월 정직을 받았고 대부분의 노조원에게 감봉 경고 등의 징계가 내려졌습니다.)
언론인 집단 해고가 발생했던 것은 1980년 ‘군/사/정/권’하에서나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번 YTN 해직사태는 우리의 언론자유가 어디까지 후퇴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어제 YTN 노조 조합원 총회가 열렸습니다.
몽구님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조합원 총회는 저녁 7시가 조금 넘어서 시작되어 11시 반에 끝이 났습니다.


 




이견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노조원들은 투쟁의 수위를 높이자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끝까지 싸우자는 데에 모두들 동의했습니다. 


이번에 징계를 받지 않거나 경미한 징계를 받은 노조원들은
동료를 해고시킨 회사에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서 파업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해임당하거나 중징계를 받은 노조원들은
반대로 이럴 때 일수록 신중해야 한다며 투쟁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결론은 두 가지였습니다.
한 가지 결론은 노조집행부가 내린 것이었고
다른 한 가지 결론은 노조원 각자가 내린 것이었습니다.


노조집행부가 내린 결론은,
‘투쟁을 좀더 충실히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좀더 많은 노조원들이 참석해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이후에 투쟁의 수위를 점점 높이기로 했습니다.
해임 등 중징계에도 흔들리지 않고 노조의 페이스를 유지하기로 한 것입니다.


(파업 돌입은 사측이 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공권력 동원의 빌미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도우 집행부’를 구성하지 못한 채 현 집행부가 연행되면 노조가 와해될 위험이 있습니다.)


노조원들이 스스로 내린 결론은,
회사에 자기 자신을 고발하는 것이었습니다.
낙하산 사장 퇴진 운동 기간에 자신이 벌인 업무방해 행위가 있었는지를 스스로 취재해서
그 내용을 사측에 제보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중징계를 받은 동료들과 같은 징계를 요구하겠다는 것입니다.
노조원들은 스스로 무덤을 파서 동료들을 구하겠다는 고육책을 선택했습니다.


(회사가 이들을 동일하게 징계하지 않는 경우 ‘동일 사안, 동일 징계’ 원칙을 위배한 것이 되어서 지방노동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이번 징계 관련한 심사를 할 때 노조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YTN 노조원들은 사측의 대량징계에도 꺾이지 않고 투쟁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했습니다.




조합원 총회에서 나왔던 노조원들의 발언을 옮깁니다.


김태현 기자
“늘 고비였다. 매주 이번 주가 최대 고비다라는 말을 했는데, 계속 새로운 고비가 찾아왔다. 더 심한 고비를 맞을 때마다 이제 끝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 고비도 잘 이겨나갔으면 좋겠다.”



김선희 앵커
“뉴스 중간에 한 기업 광고를 보면서 우리 YTN 이야기구나 하고 생각한 것이 있었다. ‘바다를 볼 때 꿈이 없는 자에게는 파도가 보이지만 꿈이 있는 자에게는 그 넘어 대륙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꿈을 끝까지 지켰으면 좋겠다.”



노종면 노조위원장(해임 처분)
“벌써 81일 째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견뎌야 할 지 모른다. 장렬히 전사할 수도 있다. 그것이 조합원들의 총의라면 그렇게 하겠다. 그러나 지금은 장렬히 전사하는 것보다 견뎌야 할 때라고 본다. 견딜만큼 견뎌야 한다. 구속될 각오도 되어 있다. 구속되는 것은 두렵지 않다. 그것보다 지도부 공백 사태를 일찍 맞고 투쟁을 접게 되는 것이 두렵다.”



정유신 기자(해임 처분)
“우리를 위해 사측에 굴복하지 말아 달라. 어쩌다 노조 일에 앞장서고 해임 처분까지 받았지만 내가 한 일을 한 순간도 후회해 본 적 없다. 징계 철회를 위한 사측과의 대화는 내가 거부한다.”



조승호 기자(해임 처분)
“우리는 인질이다. 하지만 우리를 살리겠다고 해서 뜻을 접지는 말아달라. 여러분들이 구본홍을 인정하면 그것은 우리의 이상도 죽이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를 두 번 죽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같이 죽자’고 덤비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여러분들이 끝까지 살아서 우리를 당당히 살려달라.”



최기훈 기자(6개월 정직 처분)
“늘 앞서지 말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는데, 그래서 참고 참았는데, 그런데도 6개월 정직이다. 그래도 한 번 더 참자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6개월 동안 월급 못 받으면서도 방송 중단 없이 YTN을 지키지 않았나. 역사는 한 번 깨지면 되돌릴 수 없다. 파업으로 가기 전에 결의에 찬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한 번 더 숨을 고르고 갔으면 좋겠다.”

2008/10/06 - [YTN 낙하산 특설링] - (속보) YTN 사측 노종면 노조위원장 등 6명 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