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사장 퇴진을 주장하다
해직과 정직 등 중징계 당한
YTN 기자를 응원하기 위해서
'예비언론인', 최재원님께서
<독설닷컴>에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예비언론인'들이
'YTN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편지인 것 같습니다.
(글- 최재혁, 기획 - 고재열)
안녕하세요? YTN 선배님들.
저는 기자를 꿈꾸고 있는 예비언론인입니다.
(전 이 예비언론인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되느냐 안되느냐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라고 스스로 주제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기자가 될 예정인 예비언론인이라면 YTN기자분들은 제게 선배님이십니다.
그런 선배님들의 힘든 싸움을 지켜보며 미약하지만 응원의 목소리를 내야하는 것이 후배된 도리라고 생각되어 이렇게 편지를 띄웁니다.
그동안 집회에 자주 참석하지 않았다가 이렇게 사단이 나고 난 뒤에야 다시 관심을 가지는 것,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지난 10월 6일은 대한민국 언론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날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노종면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6명이 YTN 사측으로부터 해고를 당했고,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을 포함한 또다른 6명이 정직처분을 받았으며, 또다른 8명은 감봉, 13명은 경고 조치를 받았습니다.
총 33명이 징계조치를 받는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1980년대 신군부에 저항했던 언론인들이 대량 해직된 이후 21세기에 처음 발생한 대규모 언론탄압이라고 하더군요.
80년대에 태어난 저는 책에서나 접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대규모 해직 사태가 현실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이유가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IPTV같은 다양한 기술들의 발전은 방송을 최첨단으로 나아가게 하는데, 정작 그 방송제작의 구성원들은 터무니없이 구시대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역사는 항상 반복되는 것이라지만 이런 역사는 책으로만 접해도 괜찮았을텐데요.
응원을 나왔던 동아투위의 대선배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자신들이 33년 전 했던 싸움을 똑같이 하고 있는 후배들을 보며 대견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시는 것 같더군요.
그 힘든 싸움은 자신들의 시대에서 그쳤기를 바랬을 겁니다.
마음이 무척이나 불편했습니다.
사실 돌발영상을 제외하고는 평소에 YTN을 자주 챙겨보는 편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YTN의 이름이 짝사랑하는 대상처럼 가슴 속에 풀리지 않는 응어리로 남더군요.
제가 기자를 꿈꾸고 있다면, 지금 싸우고 있는 YTN의 기자들은 모두 제 선배인데 선배들의 어려움을 후배가 어찌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누구의 말처럼 '참을 수 없는 순정'으로 도서관을 뛰쳐나갔습니다.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 권리를 찾기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기자가 되었을 때, 제가 기사 쓰는 권리를 누군가가 뺏어간다면 어찌 참을 수 있겠습니까?
잘못된 역사 또한 반복될 수 있는 것이라면, 미래의 저도 언제 이런 부당한 대우를 경험하게 될 지 모르는 것입니다.
통아투위 대선배들이 지금 YTN선배들을 바라보듯, YTN선배들이 나중에 저를 비롯한 후배들을 같은 싸움의 현장에서 바라볼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제는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10월 7일 저녁 7시 반, YTN 시민지킴이들의 촛불문화제가 시작되었습니다.
평소라면 목요일 저녁에 집중 촛불 문화제가 있었겠지만 해임사태 직후인지라 긴급하게 지킴이분들이 모여주셨습니다.
뜨거운 사명감으로 YTN을 찾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박수치고 응원하는 일 뿐이었지요.
그마저도 목소리가 우렁차지 못한 것이 항상 의욕만 앞서는 저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지킴이분들은 자유발언과 함께 '사랑해요 YTN, 고마워요 YTN', '낙하산사장 몰아내고 방송독립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고, '바위처럼', '아침이슬' 등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대충 헤아려 100여명 정도가 모이셨는데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숫자였지만 시민들은 그만큼 더 목소리를 내려 애썼습니다.
9일 저녁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셨습니다.
각종 시민단체와 노조단체에서 응원을 와주었고, 시민들의 참여도 더욱 늘었습니다.
그 전에는 통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날은 YTN 사옥 앞을 꽉채우는 응원의 물결로 통행에 다소 지장이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오히려 기분 좋게 들리더군요.
그만큼 응원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증거니까요.
꾸준히 YTN 사태에 관심을 가져준 다른 언론사들의 역할이 컸던 것 같고, 무엇보다 YTN선배들의 방송독립을 위한 싸움이 호응을 얻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YTN선배들의 현명한 싸움의 전술을 보며 감탄하고 있습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만만한 날씨가 아니었습니다.
제법 쌀쌀해진 가을 날씨에 시민들의 손은 차가워지지만 응원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습니다.
시민들은 무슨 이유에서 추위를 무릅쓰고 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 것일까요?
답은 전 노조위원장이셨고, 이번에 해임조치를 당한 현덕수선배로부터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유발언에 나선 현덕수선배는 자신들이 민족투사도 아닌데 시대가 투사가 되기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본홍씨는 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앞장 서서 언론 특보로 일했습니다.
이러한 과거 행적을 가진 사람이 언론사의 사장이라면 그 언론사는 정치권력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현덕수선배는 "기자는 시시비비를 가리고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한다는 상식적이고 정당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선배는 자유롭게 리포트를 하고 싶고, 기사를 쓰고 싶지만 구본홍씨 아래에서는 그게 안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선배는 하루라도 빨리 "YTN 뉴스 현덕수입니다."라고 다시 말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기자로서 리포팅하고 기사쓰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으려 하는 것입니다.
선배의 발언을 들으면서 속으로 무릎을 쳤습니다.
그것은 시민들이 YTN 앞에 모인 것과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함입니다.
시민들이 YTN 앞으로 모여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는 것은 공영방송의 주인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YTN은 한전KDN과 KT&G 등의 공기업들이 58%에 달하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공영방송입니다.
결국은 국민들의 세금이 바탕이 됩니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시청자인 국민이라는 것은 상식적이고 정당한 이야기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시민들이 YTN 앞을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은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공영방송의 주인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나온 것입니다.
저도 나중에 기자가 되어서 가지게 될 정당한 '기사 쓸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YTN을 찾은 것이구요.
예전에 KBS의 방송독립을 위해 싸우는 김현석 선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건 이길 수 밖에 없는 싸움이다"라고.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이것은 이길 수 밖에 없는 싸움이고 이겨야만 하는 싸움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선배들이나 시민들이나 그리고 저나 모두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당(正當)-하다' 는 것은 이치에 맞아 올바르고 마땅하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야 합니다.
당연한 주장을 하고 있기에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고, 이겨야만 하기도 합니다.
6일 밤 YTN 주변의 술집들은 YTN선배들로 가득 찼었다고 하지요.
현덕수 선배는 자신의 아내가 일을 하기 때문에 당분간 쌍둥이의 뒷바라지 걱정은 없겠지만 다른 맞벌이를 하지 않는 동료들이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많이 힘드실 겁니다. 후배된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번 사태가 저로서도 착잡하기 그지 없는데 당사자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나 조금 더 힘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 싸움은 YTN선배들이 기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싸움이고, 시민들이 공영방송의 주인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싸움이며, 저를 비롯한 후배 예비언론인들이 가질 기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싸움입니다.
시민들은 모두 힘껏 응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자유발언대에 나선 한 할아버지가 악을 쓰며 방송 독립을 외치는 것도 작은 힘이나마 선배들에게 보탬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시민지킴이들은 10000마리의 종이학을 접어서 노조측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그 중 6000마리는 해임당한 6명의 선배들을 위한 것입니다.
저 또한 이렇게 편지로나마 선배들의 싸움에 힘이 되드리고자 합니다.
결코 선배들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님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저 역시 현덕수 선배가 다시 "YTN 뉴스 현덕수입니다."라고 말하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날까지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2008/10/03 - YTN 선배들에게 보내는 편지 (전대기련 김지혜 의장)
주> 최재원님 블로그 - 정당사회구현 http://blog.daum.net/mbgg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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