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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순 지키미 게시판

"후배들이 울면서 전화한다. 가슴이 아프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0. 8.



KBS 조직개편을 앞두고
탐사보도팀을 해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깊이 있는 심층보도로
KBS 보도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던 
탐사보도팀의 해체 혹은 축소 논의에 대해
김용전 전 탐사보도팀장은
지금 어떤 심정인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부산영화제 관람을 위해 온 부산에서 짬을 내 김용진 전 팀장을 만나려고 했다. 그러나 만날 수 없었다. 그는 이미 울산국으로 재발령이 난 상황이었다. 언론계에서는 부산총국으로 '귀양'을 간 그를 다시 울산국으로 발령낸 것에 대해 '인사 학살'을 한 기자를 두 번 죽인 '부관참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KBS 울산국에 평기자로 백의종군해 15년 후배들과 함께 취재 현장을 누비고 있다. 낙담할만도 하건만, 그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그는 아직 후배들을 믿고 있었고, KBS를 믿고 있었고, 국민을 믿고 있었다.






- KBS 탐사보도팀 해체 얘기가 나온다.
그렇게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11월1일자로 조직개편이 있을 예정인데, 기동취재팀 정도로 축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낮에 탐사팀 후배들과 통화 했는데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



- 후배들은 뭐라 하는가?
오늘 탐사팀 팀원들이 줄줄이 감사팀에 불려갔다 왔다고 한다. 낮술 한 잔 하고 전화 했더라. 후배들이 울면서 하소연하는데, 참 가슴이 아프다.



- 탐사보도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것 같다. 창립멤버 아닌가?
팀 구상 단계부터 관여했다. 기자협회장과 함께 보도본부 수뇌부에 건의해서 관철시켰다. 사전 정지작업을 마치고 2005년 4월 탐사보도팀을 발족시킬 수 있었다. 팀을 구성하고 '누가 일제의 훈장을 받았나'편을 제작하고 미국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이후 미디어포커스 데스크를 거쳐, 작년 9월에 탐사보도팀장으로 복귀했다.



- 누구보다 아쉬움이 많을 것 같다.
회사 차원에서 투자도 많이 했고 나름대로 성과도 거두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는데, 기자들 역량을 결집해 만든 결정체였는데, 너무 쉽게 손을 대고 있다. 고위공직자 부동산 문제 등 새정부 인사 시스템을 고발하는 기획 보도를 많이 했는데, 권력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존재였을 것 같다.



- 탐사보도팀의 의미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1분20초의 정형화된 리포트로는 소화할 수 없는 것들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 김&장 해부, 고위층 병역비리 같은 것은 쉽게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권력이 이동하고 인사권자가 바뀌면서 너무 쉽게 훼손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 방송 보도 저널리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고 자부한다.



- 벌써 KBS 보도가 권력 눈치를 본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미 기자들의 내부 역량이 키워져 있다. 시간의 문제일뿐 반드시 되돌려질 것이다. 당장 후퇴하더라도 곧 되돌려질 것이라고 본다.



- 개인적으로 불운을 많이 겪었다. 견제가 집중되었다고 하던데. 
현재 KBS 울산보도팀 팀원이다. 9월17일 부산총국 발령을 받았고, 9월26일 다시 울산국으로 발령을 받았다. 사람들이 '쓰리쿠션'인사를 당했다고 하더라.



- 누가 발령을 한 것인가?
형식적으로는 부산총국장이 한 것이다. 실제적으로는...뻔한 것이고...



- 울산으로 재발령을 낸 것이 함께 부산총국으로 발령 받은 PD협회 정책실장, 최용수 PD와 갈라놓으려고 그랬다는 얘기가 있다. 
우스개 소리로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누가 알겠는가. 



- 평기자로 백의종군한 것인가? 올해 입사 몇년 차인가?
그런 셈이다. 21년 차다.



- 다른 팀원들은 평균 몇년 차인가?
2-3년차부터 12-13년차까지 다양한데, 평균해보면 7-8년차 기자들이라 할 수 있다.



- 앞으로 계획은?
장기근속휴가를 냈다. 가족들과 여행을 갈 생각이다. 10년 만의 장기 휴가를 얻었다. 가족에게 아빠 노릇 좀 제대로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