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3일 월요일 아침 7시15분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정례연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가
방송될 예정입니다.
이 정례연설에 대한
방송사들의 태도에서
홈페이지를 기준으로 판단해보면
MBC가 가장 굴욕적이었습니다.
다음주 월요일(10월13일)부터 논란이 일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정례연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가 방송될 예정입니다. 각 방송사 라디오 편성표에 의하면, KBS는 아침 7시15분부터 23분까지 <금융 위기 관련 대통령 현안 연설>이라는 제목으로 방송할 예정이고 MBC는 7시부터 7시20분까지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노변담화>라는 제목으로 방송할 예정입니다(SBS는 인터넷 편성표에 관련 내용이 업데이트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라디오 정례연설과 관련해서 방송사 내에서 가장 논란이 컸던 곳은 MBC 라디오였습니다. 다음은 <PD저널>의 ‘'MBC, MB정례연설 편성 내부 반발’ 기사 일부입니다.
라디오 PD들은 10일 긴급회의를 열어 정례연설과 관련해 PD들의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PD들은 정례연설이 방송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디오본부의 한 PD는 “단 1분이라도 대통령 연설이 정례화되고 매주 나가게 된다면 그것은 방송 사영화나 마찬가지”라며 “이는 정권의 나팔수가 되라고 먼저 얘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관련기사 :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8178)
그런데...
홈페이지에 나타난 대통령 라디오 정례연설 편성 안내는 MBC가 가장 굴욕적이었습니다. 일단 SBS는 홈페이지에 이를 반영하지 않은 상황이고 KBS는 편성표에 <금융 위기 관련 대통령 현안 연설>이라고 간단하게 표기한 상황입니다. MBC는 라디오 메인 페이지에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노변담화’라고 배너를 만들어서 광고하고 있고, 클릭해서 들어가면 ‘라디오 플러스, 다양한 라디오 콘텐츠들을 만나보세요~ 라디오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실 수 있답니다’라고 안내하는 페이지에서 ‘대문짝만하게’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정례연설을 광고하고 있습니다.
(관련 사이트 : http://www.imbc.com/broad/radio/fm/fm_report/1715466_3753.html)
글쎄...
‘승리의 마봉춘’이라는 별명이 무색한 편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통령 정례연설에서 라디오의 또 다른 매력을 느껴보라니... 청취자를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이건 좀 심한 것 같습니니다.
엄밀히 말하면 ‘라디오 노변담화’라는 표현도 틀린 표현입니다. ‘노변담화’는 ‘화롯가에 둘러앉아서 서로 한가롭게 주고받는 이야기’를 뜻합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정례연설을 ‘노변담화’ 형식으로 한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정권 홍보를 위한 일방적인 내용을 전달하면서 방송사가 ‘노변담화’라고 표현해주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KBS처럼 ‘대통령 현안 연설’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어제 KBS 라디오 MD(master director)로 일하고 있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라디오 PD 중에서 정규 프로그램을 맡는 것이 아니라 긴급방송이나 시보를 맡는 PD를 MD라고 부릅니다(정확한 개념은 아닐 수 있습니다). “내 손으로 땡박연설을 방송하고 싶지는 않은데...”라며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보도국에서 청와대에서 녹음해 준 테입을 틀 것이므로 친구가 손을 더럽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친구는 라디오 정례연설 방송 여부가 제대로 된 토론 없이 너무 일방적으로 결정되었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라디오 정례연설의 방송 여부는 방송사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습니다. 청와대의 요구를 자율적으로 무시할 방송사가 있을까요? ‘알아서 기라’는 것이겠지요. 차라리 ‘경제 상황이 시급해 방송사에 간곡히 부탁했다’라고 하면 방송사들이 체면이라도 살릴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방송장악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고 싶었을까요? ‘방송사들의 굴욕’을 즐기고 싶었을까요? 씁쓸합니다.
저는 대통령의 라디오 정례연설이 성공적으로 안착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지않은 발성과 빈번한 말실수는 기술적 보완과 재녹음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득권자 위주의 사고방식을 하는 대통령의 철학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여실히 드러나서 화를 자초할 가능성이 큽니다. 궁금하네요. 월요일 대통령 라디오 정례연설을 주의 깊게 들어보려고 합니다. 조금 삐딱하게 기대고 앉아서 말입니다.
<보강> 오늘 확인했는데, SBS도 이명박 라디오 정례연설을 중계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지난 금요일까지도 하지 않는다고 했었는데...
SBS의 '눈치 작전'이 돋보입니다. ㅋㅋ
묻어가는 작전이 성공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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