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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자들, PD들

방송 '텔레반'들이 이명박 시대를 사는 법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0. 20.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를 일컫는 말이다. 요즘 이 말을 패러디한 ‘텔레반’이라는 말이 언론계에 회자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에 맞서 언론 자유를 주장하는 ‘방송 근본주의자’들이 아직도 방송계에 남아 있는데, 이들을 ‘텔레반’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지난 10월13일, 이명박 대통령은 KBS 1라디오를 통해 라디오 정례 연설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텔레반’들이 사고를 쳤다. 방송 전날 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소속 PD들이 몰려와 라디오본부 간부들에게 강하게 항의한 것이다. 밤샘 농성도 불사하려는 이들의 결의를 보고 간부들이 손을 들었다.


애초에 독립 프로그램으로 편성하려 했던 대통령 라디오 연설을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 프로그램 안에 한 코너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을 불러 반론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주었다. ‘텔레반’의 기습 시위에 대통령은 체면을 구긴 대신 해당 프로그램은 현직 대통령을 출연시킨 최초의 라디오 프로그램이 되는 영예를 누렸다. 


‘KBS 사원행동’ 소속 기자 PD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텔레반’들에 대해서 회사는 지난 9월 ‘인사 숙청’을 단행했다. 47명의 ‘텔레반’들이 뉴스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 제작에서 배제되거나 지방으로 발령받았다. 기술직 ‘텔레반’들은 지방 송신소와 중계소로 귀양을 가게 되었고 탐사팀장을 했던 김용진 기자는 부산총국에 발령을 받았다가 다시 부산총국에서 울산국으로 발령을 받는 이른바 ‘쓰리 쿠션 인사’를 당하기도 했다. ‘인사숙청’에서 살아남은 ‘텔레반’들은 곧 ‘징계 숙청’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YTN에서도 ‘텔레반’들이 맹활약 하고 있다. KBS에서는 ‘텔레반’이 소수파인데 반해 YTN에서는 이들이 다수파다.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소속인 이들은 백일(10월25일 기준) 째 ‘낙하산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경영진이 6명의 ‘텔레반’을 해임시킨 후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이어지면서 이들의 기세는 더욱 등등해졌다. 


YTN ‘텔레반’들은 정부의 방송 장악에 맞서기 위해 요즘 한창 군자금 모집을 하고 있다. 수익률 0%의 ‘희망펀드’를 조성하고 있는데, 동료들이 해임이나 정직, 혹은 감봉당한 동료들의 급여를 벌충하기 위해 월급의 일부를 내놓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MBC ‘텔레반’은 검찰의 <PD수첩> 수사에 항의해 농성 중이다. 검찰의 강제 구인에 대비해 이춘근 PD와 김보슬 PD는 50일(10월17일 기준)이 집에 귀가하지 않고 회사에서 농성 중이다. 이대로 계속 시간이 흐르면 이들은 ‘가장 오래동안 퇴근하지 않은 직장인’으로 기네스북에 오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