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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언저리뉴스

'친박'이냐 '친근혜'냐 '박근혜파벌'이냐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0. 16.



어제(10월15일) 조선일보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한 편 보았다.
황당해서,
어이가 없어서,
속셈이 빤히 보여서 재미있었다.


이 기사가 왜 잘못되었는지
제대로 쓰려면 어떻게 써야 하는지
이것저것 따져보았다.





친이 친박에서 친MB 친근혜로’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기자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쓰기 시작한
‘친이’ ‘친박’이란 말이 당 주변에서 사라지고
대신 '친MB' '친근혜’라는 말을 쓰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런 현상이
이명박 대통령이 ‘무계파’ 선언을 하고
박근혜 전 대표도 최근 “요즘 계파 갈등 같은 거 거의 없어지지 않았나요”라고 말하면서 뚜렷해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는 사실 당내 갈등은 여전하지만
‘친박’이라고 하면
박희태 대표의 존재 때문에 ‘친박희태’인지 ‘친박근혜’인지 헷갈려서
‘친박’ 의원들이 ‘친근혜’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박’ 의원들이 ‘친근혜’라고 외치며 건배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 ‘친근해’ ‘친구네’로 들려서 어감이 더 낫다는 것이었다.


기자는 요즘 이재오 전 의원을 중심으로 의원들이 뭉치고 있어서,
‘친이’는 ‘친이재오’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친MB’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 동조하는 몇몇 기사가 나오고 있어서
(심지어 오마이뉴스에서도) 이 기사의 맹점을 지적해보려고 한다.


(관련 기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9/19/2008091901654.html)







이 기사의 ‘야마(핵심)’는 간단하다.
‘친이’ ‘친박’이라고 부르지 말고 ‘친MB' '친근혜’로 불러주자는 것이다.
이 말을 좀 빙 둘러서 한 것인데, 설득력이 없다.


일단, ‘친박’이 왜 ‘친박희태’인지 ‘친박근혜’인지 헷갈리나?
‘바지 사장’에게 줄 서는 정치인도 있나?
아무리 한나라당 의원들이 머리가 모자라도 ‘바지사장’에게 줄을 설만큼 어리석을까?
(한나라당 의원들이 다른 건 몰라도 이런 건 정말 잘한다.)
‘친박’이 왜 헷갈리나?



다음, ‘친이’는 ‘친이재오’를 연상시킨다는 부분은 틀리다기 보다 다른 맥락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먼저 ‘친MB’에 대해서 짚어보자면, 이제 '친MB'는 논할 가치가 없다.
세상이 다 이명박 세상인데 ‘반MB’가 어디 있겠는가?
‘반MB’가 없다는 것은 다 '친MB’인 것인데, 그렇다면 카테고리로서 의미가 없다. 


‘친이’가 헷갈리는 것은 ‘친이재오’와 ‘친이명박’이 헷갈리는 것이 아니라
‘친이재오’인지 ‘친이상득’인지 헷갈린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친이’가 ‘친이재오’와 ‘친이상득’으로 분리되었다는 것은 조선일보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친재오’ ‘친상득’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관련 기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9/19/2008091901654.html)



논의를 좀 더 진전시켜 보자.
다시 과거 이야기로 가보자.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파벌은 ‘정동영계’와 ‘김근태계’로 불렸다.
반면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파벌은 ‘친이’와 ‘친박’으로 불렸다.


이에 대해 당시 열린우리당에서는
왜 우리는 ‘정동영계’ ‘김근태계’로 불러서 계파정치를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한나라당 쪽은 거부감이 덜하게 ‘친이’ ‘친박’으로 부르느냐며 항의했다.
한나라당 쪽도 공평하게 ‘이명박계’ ‘박근혜계’로 불러야 맞다는 것이었다.


기자들은 받아들여주지 않았다.
왜? 열린우리당은 여당이었고 한나라당은 야당이었기 때문이다.
여당은 다툴 권력이 크지만 야당은 작다.
그래서 계파의 다툼도 여당 쪽이 훨씬 치열하다.
비교해보면 한나라당 쪽은 경선 전까지 고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당 쪽의 계파 정치에 방점을 찍는 것이 맞았다.


이 두 가지 논리를 종합해보면
지금의 ‘친이’ ‘친박’ 호칭은
‘이재오파’ ‘이상득파’ ‘박근혜파’로 삼분해서 부르거나
열린우리당 시절처럼 
‘이재오계’ ‘이상득계’ ‘박근혜계’로 부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세 계파가 싸우는 양상은
인수위 구성, 청와대 구성, 18대 총선 공천, 당 지도부 구성 당시
‘공천 배제시키기’ ‘권력에서 찍어내기’ 등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났었다.
그러므로 ‘이재오파벌’ ‘이상득파벌’ ‘박근혜파벌’로 부르는 것이 가장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정치인 파벌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조폭에게 이름을 붙이는 방식과 같다.
자신들이 불리기 원하는 호칭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부르는 사람이 구분하기 쉽게, 살짝 비틀어서 ‘레떼르’를 붙여서 부르는 것이다.
나는 현재 한나라당의 파벌은
‘000 파’ 혹은 ‘000 계’ 혹은 ‘000 파벌’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렇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