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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자들, PD들

돌발영상 PD수첩 미디어포커스가 뭉친 이유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1. 13.


정직을 당해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한
YTN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
검찰 수사에 항의해 농성 중인
MBC <PD수첩> 이춘근 PD
낙하산 사장을 막다 갈비뼈가 부러진
KBS <미디어 포커스> 김경래

 
대한민국에서 가장 억울한 언론인 3명이 만났다. 
<시사IN> 61호 방당을 위해 지난주에 만났고
뒷풀이를 위해 이번주에 한 번 더 만났다.   
 
그들의 '격정토로'를 옮긴다.



왼쪽부터 KBS 김경래 기자, MBC 이춘근 PD, YTN 임장혁 팀장.


    

‘방송 장악’을 위해 방송사에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고, 그 낙하산 사장을 안착시키기 위해서 무리수를 두는 이명박 정부에 전 언론계가 들고일어섰다. 전 언론단체가 망라해 ‘시국선언’을 하는 등 정권과 정면충돌하고 있다. 이 싸움의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저항하는 언론인 세 명을 급히 불러 정부의 ‘방송 장악’에 대한 소회를 들어보았다.



YTN <돌발영상>의 임장혁 팀장(임)은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활동을 하다 6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MBC <PD수첩> 이춘근 PD(이)는 검찰의 ‘광우병 편’ 수사에 항의해 두 달 넘게 회사에서 농성 중이다. KBS <미디어포커스> 김경래 기자(김)는 낙하산 사장 임명을 막는 몸싸움 과정에서 갈비뼈에 금이 갔다.
이들 셋 중 가장 억울한 사람은 누구일까?



요즘 어떻게 지내나?


임:6개월 정직을 당해서 본의 아니게 노조 전임이 되었다. 원래 노조 전임은 두 명인데 노조원 6명이 해고되고 6명이 정직되어서 지금은 12명이 전임이다. 아침부터 노조 천막에서 찬바람 맞으며 살고 있다. 한 달 동안 일손 놓고 지냈다. 몸은 편해졌다. 아침마다 아이템 짜고 없는 것 만들어내느라 골치가 아팠는데 이제 그럴 일이 없어졌다. 국정감사장에 먹이가 널렸는데, 손이 근질근질하다. 뉴스를 볼 때마다 ‘저게 딱인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냥 입맛만 다시고 있다.


김:요즘 한 가지 달라진 점은 회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사측에서 프로그램 제목을 바꾸기로 한 것을 우리
는 폐지로 규정했다. 이에 항의해 팀장 면담, 본부장 면담을 하고 피켓 시위를 벌이며 회의를 연이어 하고 있다. 저녁에는 다음 날 피켓 시위를 준비하는데, 대학교 1학년이 학생회 활동하는 것 같다. 


이:논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전반부에는 상받는 잔치를 벌이고 후반부에는 빚잔치만 남는다고 선배들이 말했는데, 딱 그렇다. 재판 준비 등의 이유로 제작을 전혀 못하는 상황이다. ‘프로그램 개발팀’으로 발령받았는데 프로그램을 전혀 개발 안 하는 팀원이다. 할 이야기가 많은데 할 방법이 없다. 한동안은 국정감사 서면질의 답변서 작성하느라 정신없었다. 요즘은 제작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그동안은 명문화된 규정이 없었다. 내가 맡아서 하게 되었는데 반성문 아닌 반성문을 쓰는 셈이다. 글 쓰는 것이 안 맞아서 PD가 되었는데 요즘 문서작업만 수십 페이지씩 한다.



KBS 미디어 포커스 김경래 기자




요즘 심정이 어떤가?


임:해야 할 이야기, 다뤄야 할 이슈가 많은데 말을 해야 할 사람들이 이슈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언론이라는 거대한 축이 이슈의 소재가 되어서 자기 방어에 전념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미디어 포커스> <PD수첩> 모두 대한민국이 어려운 지금 열심히 떠들어야 하는데 자기 방어에만 소진하고 있다. 우리가 이야기할 수단을 빼앗겨 할 이야기를 못하는 것이 이 사회를 위해 올바른 일인지 의문이다.



김:제작이 없을 때는 여유가 있는 법인데, 요즘은 아이템을 안 하는 주가 더 바쁘다. 오늘도 회의가 네 차례나 있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짜증날 정도로 회의를 많이 한다. 입사 8년차인데, 회사 생활 그동안 너무 편하게 했구나, 그동안 너무 따뜻한 곳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신적으로 피곤해졌다. 집에 갈 때마다 술 마시고 싶어지고, 술 마시면 힘들어지고, 그러면 짜증나고….



이:국정감사장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너희가 성역이냐’고 추궁한다. 언론의 비판 기능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헤게모니를 잡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대로 잊혀지는 것이 좋은 것인지, 다시 분노가 일어나는 것이 맞는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요즘은 월급받는 것도 미안하다.



임:월급이라도 나오는 것이 어딘가. 이번 달 명세서에 총액 61만원이 찍혀 나왔다. 공제액을 제하니 31만원이 지급되었다. 정직이 현실로 다가왔다. 해직자에게는 지역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실직수당 타가라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MBC PD수첩 이춘근 PD




제작했던 프로그램이 자신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이었나?


김:남을 비평하는 프로그램을, 그것도 동료 기자들을 비평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전화를 걸면 상대방이 ‘너 몇 년차냐?’ 하고 덤비는데 정말 취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보람도 컸다. 말도 안 되는 기사인데, 공식적으로 아무도 말을 못하는데, 정색을 하고 얘기할 수 있는 매체가 별로 없는데,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이런 프로그램이 없어진다고 하니까, 가슴이 먹먹하다.

    
 
이:<PD수첩>은 상식을 찾아서 열심히 뚜벅뚜벅 걸어온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편도 그런 맥락이었다. 20년 동안 버텨온 프로그램에, 선배들이 쌓아온 공든 탑에 누가 되지 않게 벽돌 하나 올린다는 심정으로 제작했다. 다른 데서 흔들려도 마지막에 남는 곳이 <PD수첩>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비슷한 프로그램이 위축되고 사라지고 변질되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내가 희생하더라도 <PD수첩>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취재기자를 10년 했고 <돌발영상> PD를 4년 했다. PD냐 기자냐? 물으면 답변하기 힘들다. 그냥 ‘PD기
자’라고 답한다. 저널리스트 개념으로 접근하면 영상물로 말하건 글로 말하건 사회의 잘못을 지적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4년 동안 화면만 상대해야 했던 것이다. 본업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개편 때마다 했다. 그때마다 회사에서는 조금만 참아라, 조금만 참아라, 하면서 말렸다. 작년 연말에는 사내 최고의 상인 ‘YTN 대상’도 받았다. 그런데 그때 상을 줬던 사람들이 지금은 정직 처분을 내렸다. 자괴감이 든다. 만감 아니 십만감이 교차한다.



지금 우리 언론계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이:이 정권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김대중·노무현도 비판했다. 권력이 있는 곳에 감시가 있어야 하는데 이 정권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걱정되는 부분이다. 



김:‘대통령과의 대화’가 끝나고 패널 직업 표기에 실수가 있었다. 공무원인데 일반 시민으로 표기한 것이다. 회사에서 곧바로 출입기자들을 불러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와대에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급하게 나선 것 같았다.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렇게 기민하게 국민에게 사과했던가 생각하니 씁쓸했다. 



임:방송사 상황을 각기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KBS, 사장 바뀌어서 이상해지고 있다’ ‘MBC, 아직 못 건드린다’ ‘YTN, 잘못 건드렸다’. 정권을 무너뜨리자는 것이 아니다. YTN이 정권의 방송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YTN 돌발영상 임장혁 팀장.




정부의 압력이 거셌다. 내부에 갈등도 많았을 것 같다.



김:사람들이 날카로워졌다. 서로 공격하고, 술자리에서 싸움도 잦아졌다. 예전에 친했던 사람들과도 멀어지게 되고. 서로 ‘너는 뭐냐?’라고 물어보게 된다. 전직 <미디어 포커스> 기자들에게 폐지 반대 서명을 받았는데, 평화로운 시절에는 물어보지 않아도 될 질문을 상대방에게 해서 껄끄러워졌다. 6·25 전쟁 때 좌익이냐 우익이냐에 따라 친한 친구가 갈라졌던 것처럼 지금 우리도 생각의 차이로 친한 사람과 등을 돌리고 있다. 보도국 분위기가 개판이다. 최근 몇 년간은 KBS가 자랑스러웠다. 조사 결과를 보면 신뢰도와 영향력 1위를 기록했다. 제작 자율성 부분에서 굉장히 자유로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정색을 하고 달려들어도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 우리 조직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객관적인 지표를 보면서 우리가 잘못하고 있지는 않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무너질 것 같아서 염려된다. KBS가 자랑스럽지 않고 부끄럽게 될까봐 걱정된다.



이:계속 커밍아웃하게 만드는 것 같다. ‘너는 정체가 뭐냐’는 질문을 개인에 대해서, 언론에 대해서 묻는다. 지난 8월12일 사과방송을 통해 MBC 경영진은 커밍아웃을 했다. 국민이나 구성원보다 정권이 더 무섭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다행히도 그 이후에 대통령 라디오 주례 방송을 편성하지 않았고, 영국의 광우병 사망자를 다룬 <MBC 스페셜>이 방송되었다. 노조의 역할로 제자리를 찾게 된 것 같다. 



임:<윤도현의 러브레터> 진행자 교체 과정을 보면 정권이 윤도현을 쫓아내는 것처럼 논란이 진행된다. 나
는 이것이 대한민국 국민이 방송을 보는 척도라고 본다.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에서도 정치를 본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언론특보가 YTN에 왔을 때 YTN은 어떻게 생존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생존권의 문제다. YTN이 정권에 맞서서 이기겠나. 정권과 싸울 생각은 없다. 단지 우리가 제대로 견제와 비판을 할 수 있게, 오명을 뒤집어씌우지 말았으면 한다. 정권이 노조에 굴복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대선특보만은 포기해주었으면 한다.



다음 모임에는 EBS 지식채널e의 김진혁 PD와 KBS 시사투나잇 제작진도 함께 하기로 했다.




주> 이들이 쏟아낸 말은 훨씬 더 많았습니다.
한 명씩 따로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