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언론 장악 저지를 위해
<KBS PD협회보>와 <독설닷컴>이
기사 특약을 맺었습니다.
<KBS PD협회보>에서
언론 장악 저지의 최전선에 선
언론인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독설닷컴>을 통해서
누리꾼들에게 전하기로 했습니다.
(<KBS PD협회보>가 만난 사람은
신태섭 전 KBS 이사입니다.)
"기계적인 균형은 강자를 위한 것이다"
PD들은 소신있게 프로그램 제작해야, 신태섭 전 KBS 이사
글 - 윤성도 PD (KBS 스페셜팀)
지난 6월 20일, 부산의 동의대학교는 학교측의 동의 없이 KBS이사 활동을 한다는 등의 구실로 신태섭 교수를 해임결정했다. 그리고 한 달 후, 방통위는 대학에서 해임됐다는 이유로 신교수의 KBS이사직을 박탈했다. 정연주 사장의 축출과 방송장악을 위한 이 희대의 코미디극에 본의아니게 출연을 했던 신태섭 전 KBS이사를 만났다.
학교에서 해직을 당하고 다시 그 이유로 KBS이사 자격을 박탈당하신 게 7월 18일이니까 오늘로 딱 세 달이 지났군요. 그동안 어떻게 지셨습니까?
시간도 많이 나니까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저를 걱정해주시는 분도 많으니까 잘 있다는 것도 알리고. 또 책도 좀 읽고 명상도 하고.. 바쁘게 지냈습니다.
최근 부산민주시민상을 수상하셨는데, 교수님의 해임에 대해서는 여러 시각 차이가 있더라도 이것이 방송독립문제에 있어 커다란 사건이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일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지금 우리 사회의 어려움은 우리가 그동안 힘들게 여기까지 오다가 한번 주저앉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IMF때 한번, 지금 또 한 번. 그런데 그런 과정에서 제 사건, KBS문제, 언론문제가 상징적이라고 봐요.
자기네들 가는데 KBS, MBC 이런 데가 걸림돌이 된다, 편파 좌파다.. KBS가 어떻게 좌파입니까? 중간에서 공영방송으로서의 모습을 꾸준히 갖춰오고 발전시켜 온 건데. 이미 보수 신문은 자기들하고 이해관계를 같이 하니까 됐고, 공영방송을 틀어쥔다면 뜻한 바를 못할 게 없다고 생각했겠죠.
대운하도 처음엔 찬성이 높았어요. 그런데 KBS, MBC에서 탐사보도 한 번씩 들어가니까 바뀌어버렸거든요. 영어몰입교육도 찬성 높았어요. 그런데 KBS스페셜 한번 한 다음 뒤집어졌다고. 쇠고기문제도 국민들에게 알리게 되면서 이게 아니잖아 하고 일어서고. 공영방송이 삐딱하게 악의를 가져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고 방송을 때려잡는데,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 음모적인 방법으로 해버린 거예요.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적인 것을 무너뜨린 거죠.
사장 교체 후 KBS가 어떻게 변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 명의 시청자로서 KBS의 프로그램과 뉴스에 어떤 변화가 있다고 보시나요?
뉴스가 연성화되거나 중요한 부분을 보도 안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괜찮은 시사프로그램들의 폐지논란이 계속 일고 있고.. 이런 안 좋은 조짐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과거 정연주 사장은 스스로 관료적 통제체제를 스스로 헐어버렸지만 지금은 방송을 틀어쥘 수가 있잖아요. 자기 뜻을 따르는 사람들로 연결된 고리를 틀어쥐면 끌어올릴 수가 있죠.
그런 과정에서 저는 이번의 KBS 노조 선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안에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지켜나갈 싸움을 할 수 있는 내부주체가 형성돼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 분들이 모여서 그런 건전한 힘들을 보존해 나가는 게 급선무인 것 같아요. 조금씩 싸워가면서 그런 부분을 공식화해내고, 함부로 못 건드리도록 스스로 힘을 지켜내는거죠.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런 점에서 시사투나잇이나 미디어포커스 같은 프로그램의 존폐여부가 우리 언론계의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비판적인 프로그램들이 없어진다면 우리 방송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십니까?
굉장히 좌절감, 패배감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제대로 된 비평 프로그램들이 없다, 보수적인 관점으로 깊게 안 들어가고 기계적 균형으로 한다 그러면.. 기계적 균형은 항상 강자를 따르게 돼 있어요. 탐사보도 심층보도 안하면 공식적인 권위 쪽으로 시청자들은 끌려가게 돼 있다고. 그것도 기득권에 따라가는 한 방법이에요. 요즘 그렇게 본질적인 걸 빼먹는 게 많은 것 같아요. 가장 핵심적인 건 이야기 안하고 겉이야기만 하고 넘거가는. 그 안에서만 보면 시청자들 눈에는 뒤집혀진 사실만 들어올 수가 있거든. 그렇게만 해주면 정부에서도 비판 안하는 거니까 좋죠 뭐. 그런 것들이 하루 이틀 쌓여나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어요? 우리 사회는 앞으로 나갈수가 없는거죠.
얼마 전 KBS에서 대통령연설이 방송되고 난 다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고, KBS에서도 라디오PD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심했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두 가지 효과가 있다고 봐요. 첫째는 라디오를 통해 매주 나오면 다수 국민들은 안 듣겠지만 그걸 듣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겠죠. 처음에는 친숙해지다가 나중에는 열정적인 지지자가 돼요. 이 사람들이 중간다리 역할을 해서 나중엔 사회를 조직하려고 하는거죠. 많이 보면 친숙해지고 사랑하게 되잖아요. 그 효과가 크죠.
또 하나는 KTV나 다른 미디어나 반상회나, 이런 간접절차를 무시하고 국민들하고 직접 소통을 하는거죠. 그럼 같은 걸 보여주면 안되니까 점점 자극적으로 도를 높여나가는 거죠. 완전히 연예인 모델이에요. 기업의 리더가 구성원들을 몰아치고 동원하기 위해 쇼맨십을 발휘하는 그런 모델이죠.
요즘 개편 때문에 사내가 시끄러운데요, 예전에는 이사회에서 어느 정도까지 개편에 관여를 했습니까?
이사회가 과도하게 이러쿵저러쿵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2000년 방송법에도 보면 이사회가 편성이나 내용에 절대 관여하면 안된다고 돼 있거든요. 예전에는 예를 들어 단편영화가 없어지면 좀 서운하니까 밤 시간대에 한다든지 아니면 한 달에 한번이라도 해라, 이런 얘기를 한 적은 있어요. 그렇지만 프로그램의 편향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전에 그런 주장을 하던 분들이 지금 이사회에서 다수가 돼버려 특정 프로그램의 폐지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하거는 일이 생길 수 있겠죠. 하지만 이건 현행법을 유린하는 행위이고, 법 이전에 민주주의 상식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스스로 보여주는 행위일 수 있죠.
90년대초 방송민주화 투쟁 이후 지금처럼 방송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대에 PD들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참.. 어려운 질문일수도 있고 쉬운 질문일수도 있는데.. 나름대로 소신을 담아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 PD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건 포기하면 안돼요. 선진국에서 했던 걸 많이 따라잡은 거거든요. 다른 영역에 비해서. 그 부분은 더 발전시킬 수 있어야 돼요. 저널리즘이라는 게 기자들만의 전문영역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하고 같이 호흡하는 거구나, 그걸 터준 측면이 있잖아요. 문호를 열어서 깊게 들어가서 시시비비를 가려서 말이죠.
신태섭 전 이사는 동의대와 방통위를 상대로 해임 무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재판이 한없이 길어질 우려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승소를 확신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서대문 로타리로 나오자, 마치 20여년 전으로 타임머신 여행을 하고 귀가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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