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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몸살 프로젝트

조·중·동 방송장악 시나리오를 알아보았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1. 20.

방송 광고시장이 얼어붙었다.

이제 '신문의 위기'에 이어
'방송의 위기'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조·중·동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방송 진출의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세 신문사의 방송 진출 전략을 정밀 분석하고,

‘기타 신문’의 합종연횡과

미디어 복합 기업의 노림수를 알아보았다.








방송이 위기라고 한다. 정부는 제도를 고쳐서 통제의 고삐를 조인다고 한다.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은 방송을 인수해 수익을 늘린다고 한다. 이 잔치판에 기업은 돈을 들고 와서 합류해 영향력을 높일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신문법과 방송법을 개정한다고 한다. 정부와 보수 언론, 그리고 대기업이 결탁해 방송을 장악할까?

 

속을 들여다보면 이것은 간단히 해결될 게임이 아니다. 권력은 방송을 장악하고 싶어한다. 마찬가지로 권력은 조·중·동도 관리하고 싶어한다. 줄 것을 먼저 주는 것이 아니라 받을 것을 먼저 받고 줄 것을 주는 것이 권력의 생리다. 그리고 조·중·동 세 곳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문제가 또 하나 있다. 세 곳 모두에게 방송을 허용하면 광고시장이 붕괴될 것이다.

 

 

조중동은 케이블 PP로 발 들여놓은 뒤 지상파 진출 노려

 

조·중·동도 고민이 많다. 일단 시장 상황이 나쁘다. 방송 진출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하기에는 경제가 좋지 않다. 여론도 부담스럽다. 섣부른 방송 진출이 겨우 불길을 잡은 ‘조·중·동 불매운동’의 촛불을 다시 일으킬 수도 있다. 기업을 끌어들이는 것도 경영권을 놓고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기에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 복잡한 게임의 전초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민주당에서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 방송규제완화에 관한 세미나를 잇달아 개최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이종원 책임연구원은 이 상황을 ‘오래된 미래’라고 규정한다. 그는 “KBS 2TV 분리 문제, MBC 민영화 문제, EBS를 KBS와 통합하는 문제는 20년 된 해묵은 이슈로 정권 교체 때마다 논의되는 주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르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의 방송 통제와 조·중·동의 방송 진출을 막아낼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야당, 회계 비리 등으로 급속히 와해된 시민운동 세력, 흩어진 촛불 시민, 어디에도 이를 견제할 힘이 보이지 않는다.

 

보수 언론 중에서 방송 진출을 위해서 가장 맹렬하게 달리는 곳은 중앙일보다. 이미 중앙일보 계열의 중앙방송은 4개 케이블TV PP(프로그램 공급채널)를 보유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상암 DMC 신사옥의 층간 고저를 7m로 설계하는 등 방송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Q채널을 중심으로 종합편성 PP로 진출하리라 점쳐진다.

 

최근 조선일보도 사보를 통해서 방송 진출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케이블TV Business & 채널(디지틀조선 소유)의 제작 역량을 키우고 있고, KNN 등 지역 민방과 공동 제작에 나서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인다. 업계에서는 조선일보가 일단 보도 전문 PP에 진출한 후 지상파 진출에 나서리라 예상한다.

 

동아일보는 보수 언론의 방송 진출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처져 있다. 그러나 욕심만은 다른 두 신문사에 결코 처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후발주자인 동아일보는 최근 방송용 스튜디오를 짓는 등 뒤늦게 실무 준비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현 정부와 가장 가까운 매체라서 정치력으로 방송에 진출하려 한다고 읽고 있다. 최근 임채청 편집국장이 미디어전략담당 이사대우로 임명되면서 이런 심증은 더욱 굳어진다.

 

한국언론재단 김영주 연구위원은 신문·방송 겸영이 허용될 경우 조·중·동을 포함한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하는 모형을 여섯 가지로 꼽는다. 첫째, 전국 지상파 방송으로 직접 진출하는 방식(KBS 2TV나 MBC가 민영화될 경우 지분 참여). 둘째, 지역 민방에 대한 지분 참여 방식. 셋째, 지상파 방송의 멀티모드 서비스(MMS, 2012년 상용화 예정)가 시작될 때 새롭게 채널을 할당받는 방식. 넷째, 기존 유료 방송(케이블·위성방송) 보도전문 채널이나 종합편성 채널로 진출하는 방식. 다섯째,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하는 IPTV의 보도전문 채널이나 종합편성 채널로 진출하는 방식. 여섯째, 기존 보도전문 채널을 인수하는 방식.

 

이 중 가장 나은 방식은 MBC나 KBS 2TV 민영화 때 진출하는 방식이다. 그 중에서도 KBS 2TV의 분리 민영화 때 이를 할당받는 것이 최고의 경우로 꼽힌다. KBS 1TV와 EBS가 공영방송위원회의 틀로 묶이고 송출 부문을 송출공사로 묶어내면 가능한 이야기다. 실제로 이런 논의도 진행된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특혜’다. 극심한 여론 반발을 부를 수 있다.

 


가장 매력적인 ‘먹이’는 분리된 KBS 2TV

 

MBC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은 인수 자금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현재 방송문화진흥회가 70%, 정수장학회가 30% 보유). 더 규모가 작은 SBS 기준으로 환산해보아도, 시가 총액 1조6949억원(2008년 1월1일 기준)인 SBS의 지분 30%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5085억원이 필요하다. MBC가 SBS보다 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것은 미래의 꿈이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보수언론은 당장은 실현 가능한 목표를 위해 뛴다. 그것은 바로 케이블TV 종합편성 PP(아직 없음)나 보도전문 PP로 진출하는 것이다. 먼저 이 목표를 달성한 뒤에 지상파 방송 진출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언론노동조합 채수현 정책실장은 “기존 지상파 진출이 어려워질 경우 이명박 정부 후반기인 2012년, 지상파 방송이 멀티모드 서비스를 시작할 때 신규 채널로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조·중·동이 종합편성 PP로 진출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높은 제작비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연간 2000억~3000억원 정도의 제작비를 쓰는데 종합편성 PP의 경우도 이와 맞먹는 제작비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조선일보 고종원 미디어연구소 부실장은 관련 토론회에서 “공중파를 기준으로 2000억~3000억원의 제작비를 얘기하는데 이에 대한 합리적 사업성 검토가 한 번도 없었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신문사가 케이블TV PP로 진출할 경우 보도전문 PP로 진출하는 게 유리하다고 분석한다. 기존 취재 인력을 활용해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문 특유의 저돌적 광고 영업을 곁들인다면 빠른 시간에 흑자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관심을 모으는 것이 YTN 주식 매입이다. 법이 바뀌면 공기업이 주로 보유한 YTN 주식을 매집하는 것만으로도 지배주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YTN 인수설과 관련해서는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대다수 언론이 YTN 노조원들의 낙하산 사장 퇴진 운동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는 데 반해 조·중·동은 YTN을 정상화되어야 할 분규 사업장이라는 식으로 보도한다는 것이다. YTN 노조는 조·중·동이 정상화를 빌미로 인수에 나설 수도 있으리라 예상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YTN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전화 오는 순서가 있다. 중앙일보가 가장 먼저 오고, 조선일보가 곧 온 뒤에 한참 있다 동아일보에서 전화가 온다. 우리는 이 순서를 YTN 인수에 관심 있는 순서로 이해했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조·중·동이 종합편성 PP나 보도전문 PP라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지만 지상파 방송 진출이라는 꿈은 접지 않았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자는 “보수 신문들은 여전히 민영화한 MBC나 KBS 2TV를 원한다. 공식 석상에서도 이에 대해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다만 숙제를 잠시 미뤄뒀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조·중·동의 움직임에 다른 언론사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조·중·동의 방송 진출에 ‘곁불’을 쬐기 위해서다. 특혜 시비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에서 ‘알리바이용’으로 승인해줄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이 어렵지만 방송 진출이 대세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한 일간지 미디어 전략 담당자는 “방송도 어려운 줄 알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신문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신문은 더 이상 답이 없다”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들은 조중동의 방송 진출을 반대하고 있다.



한겨레·경향신문도 방송 진출 꾀해

 

이미 MBN을 가지고 있어 유일하게 신문·방송 겸영(법 실행 전 방송 실시)을 하는 매일경제신문과 경쟁하기 위해서 한국경제신문도 보도전문 PP 진출을 원하고 있고, 계속 보도 프로그램 편성 허가를 요구했던 CBS도 보도전문 PP 진출을 노린다. 이 밖에 역외 재송신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는 OBS의 경우 케이블TV 종합편성 PP화를 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심지어 현 정부에 비판적인 경향신문과 한겨레도 방송 진출을 꾀한다. 그러나 두 신문사는 이와 관련해 3중고를 겪고 있다. 직접 참여할 돈이 없고,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돈을 보태줄(컨소시엄을 구성해줄) 기업이 없고, 돈을 모아도 허가를 해줄 정부가 없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실무자들은 동분서주한다. 조·중·동이 방송에 진출하면 가장 크게 불거질 문제가 바로 여론 독과점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보 매체에도 채널을 줘야 한다는 논리로 ‘연합군’을 짠다면 정치논리로 풀어낼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본다. 그러나 전망은 비관적이다. 언론계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는 것은 양사의 미묘한 경쟁 심리를 감안할 때 망상에 가깝다. 차라리 조·중·동 중 한 곳과 함께 하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언론사의 이런 합종연횡과 함께 미디어 복합 기업의 참여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케이블TV MSP(망 사업자와 채널 사업자의 결합체)인 CJ와 태광은 이 경쟁에 반드시 합류하리라 예상된다. 정부가 기준을 완화해주었지만 기업들의 움직임은 아직 가시적이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먼저 나서는 기업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을 사리고 있다. 하지만 물밑으로는 치열하게 탐색전을 벌인다”라고 말했다.

 

언론사의 방송 진출을 위한 전제조건은 관련법 개정이다. 이와 관련해 치열한 법리 논쟁과 실효성 논쟁이 벌어진다. 관건은 신문·방송 겸 영을 허용하는 문제, 공영방송 체제를 구축해서 KBS 2TV와 MBC를 민영화하는 문제, 그리고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해 광고 매출을 늘려 시장을 키우는 문제 등이다.

 

이와 관련한 토론회에서 문재완 한국외대 법대 교수는 “아직 우려가 있지만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여론 독과점이 해소되었고, 신문의 방송 진입으로 뉴스의 질 향상을 꾀할 수 있게 되었다. 미디어 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불균형한 규제를 해소해 글로벌 스탠더드와 일치시키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공영방송은 나쁜 것’이라는 여론 왜곡도

 

이런 주장에 대해 이남표 MBC 기획조정실 전문연구위원은 “정부는 ‘다공영 1민영’ 체제인 우리 방송 시장을 ‘1공영 다민영’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너무 많아서 문제라는 논리는 허구다. 공영방송은 혐오 시설이 아니다. 공영방송이 많아서 문제라는 것은 공공도서관이나 구립 어린이집이 많아서 문제라는 것과 같은 얘기다”라고 반박했다.

 

조·중·동의 방송 진출이 이뤄지고 나면 언론 환경은 어떻게 바뀔까? 이제 정부는 ‘조·중·동’이 위탁 관리해줄 민영 방송사를 뺀 공영방송만 신경 쓰면 된다. 이런 프레임으로 보면 정부의 계획대로 ‘공영방송위원회(가칭)’의 관리를 받게 될 KBS 1TV와 EBS의 모습이 어떨지는 영국 BBC와 일본 NHK 사례를 통해 예상할 수 있다.

 

BBC 트러스트 임원을 전원 정부가 임명하는 영국이나 의회가 NHK 경영위원회 위원을 임명하고 예산 심의 과정까지 통제하는 일본에서 공영방송의 정권 비판 기능은 현저히 약해졌다. 정권의 언론 통제가 가장 극심한 이탈리아를 취재하고 온 황응구 KBS PD협회 정책국장은 “직접 만난 이탈리아 언론인들은 패배감과 무기력에 젖어 있었다. 그들은 이미 저널리스트가 아니었다. 그들의 오늘은 나의 미래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