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vs 다음 승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

조중동은 안 무섭다, 그러나 정부는 무섭다

7월7일 0시, 조중동 보수신문과 포털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의 ‘미디어 대전’이 시작되었다. 조중동 3사가 다음에 기사 전송을 중단한 것이다. 오프라인 미디어 강자 연합과 온라인 미디어 최강자가 맞붙은 이 싸움은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조중동이 기사 전송을 중단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다음이 자사 사이트를 조중동에 광고를 낸 기업들에 대한 영업방해 등 불법행위의 공간을 제공하고 근거 없는 비방과 욕설로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방치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다음이 언론사의 뉴스 편집권과 저작권을 상시적으로 침해하면서도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중동과 다음의 싸움이 ‘미디어 대전’이라 불린 이유는 이 싸움에 다양한 세력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음 뒤에는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을 전개했던 진보적 네티즌, 조중동 뒤에는 마찬가지로 보수적 네티즌이 버티고 있다. 조중동의 빈자리를 채울 연합뉴스 등은 다음과 이해관계를 함께 하고 다음 경쟁사인 네이버는 본의 아니게 조중동과 이해관계가 겹치게 되었다. 

특히 이 싸움이 관심을 모은 것은 인터넷에 팽배한 ‘반조중동 정서’를 결집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인터넷 공간에서 네티즌들의 엄청난 ‘반감’에 직면해 있는 조중동이 ‘반조중동’ 전선을 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함으로써 네티즌과의 전쟁을 본격화했다.

 

한국경제신문 최진순 기자(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는 다음에 대한 조중동의 뉴스 공급 중단과 관련해 세 가지 관전포인트를 제시했다. 조중동이 다음에 기사공급 중단을 얼마나 오래할 수 있겠는가, 다음이 조중동 뉴스를 받지 않고 버틸 수 있겠는가, 뉴스 소비자들이 ‘탈네이버, 친다음’ 성향이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날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이 ‘미디어 대전’의 초반 판세는 일단 다음이 기선을 제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조중동이 기사 공급을 중단하는 것으로 기선 제압을 하지 못해 다음에 기선 제압을 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꾸준히 포털사이트 문제를 제기해왔던 변희재 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은 “미디어다음 트래픽(송수신 되는 접속량)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다음은 원래 조중동 기사를 메인 화면에 잘 안 올렸다”라고 말했다.

뉴스공급 독점과 관련해 이미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KT와 KTF가 포털사이트 ‘파란닷컴’을 처음 열 때 5개 스포츠신문사의 스포츠 연예 콘텐츠를 독점 계약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선발주자인 미디어다음과 네이버뉴스가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오히려 온라인 스포츠 연예 콘텐츠 제공업체가 우추죽순으로 생겨 스포츠신문의 시장만 잠식당했을 뿐이다.

곽동수(한국싸이버대학교 컴퓨터정보통신학부) 겸임교수는 “조중동이 빠진 자리에 노컷뉴스 쿠키뉴스 등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미디어다음과 네이버뉴스의 헤드라인에는 큰 차이는 없었다. 양적인 선택의 폭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이번 일과 상관없이 종이신문 구독자수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중동이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스스로 젊은 독자 미래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라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기사 중단 과정을 살펴도 조중동의 패착을 발견할 수 있다. 조중동이 기사 공급 중단을 발표하기 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속해있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보호 및 온라인 광고사업 등 뉴스아카이브 사업 협의기구 ‘뉴스뱅크(국민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스포츠조선, 전자신문, 한국경제, 한국일보, 헤럴드미디어 등)’와 온라인미디어협회가 다음 측과 저작권과 광고 수익과 관련해 협상을 벌이다 협상이 결렬되었다.

업계에서는 조중동이 협상 카드로 들고 있어야 할 ‘기사 공급 중단’을 카드로 내밀어버려서 오히려 협상이 불리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변희재 위원장은 “논리적으로는 협상이 깨졌기 때문에 기사 공급을 중단해야 하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사를 공급하고 있다. 다른 언론사들을 묶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앞으로 관건일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민경배 교수는 “결국 다른 매체들이 동조하느냐 안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다음에 기사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수입도 늘리고 자사 홈페이지 페이지뷰도 늘린다면 조중동에 동조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매일경제와 문화일보 등이 기사 공급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월10일 편집인협회 발행인 모임에서 매일경제 장대환 회장을 중심으로 이 문제가 논의되었지만 결과는 공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다음이 조중동의 기사 공급 중단을 극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사업상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진순 기자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다음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 9월 정기국회 때 포털규제가 의제가 되는 것 등이 다음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희재 위원장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조중동의 기사 공급 중단으로 포털사이트의 정치적 편향성이 규정되어 버렸다. ‘다음은 진보고 네이버는 보수다’라는 것이 이제 네티즌의 뇌리에 박혔다. 이런 규정이 포탈 규제의 논거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이 IPTV 등 정부협조가 필수적인 사업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민경배 교수도 다음이 ‘미디어 대전’의 뒷감당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조중동이 다음 측에 저작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기사를 공급하지도 않았는데, 다음 카페나 블로그에 기사가 올라와 있다면 이를 문제시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음이 ‘아고라’ 등의 통제 정책을 강화하면서 이용자가 정체되고 구글 등으로 이용자가 빠져나가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으로 지적된다.

곽동수 교수는 이런 다음의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지금까지 다음의 뉴스 편집은 백화점 식이었다. 이를 전문매장인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다. 언론사 뉴스에 관련 블로거뉴스를 붙여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다음 아고라의 토론방까지 연결한다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뉴스 구독’을 이끌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중동이 다음에 뉴스 공급을 중단한 첫 주 성적표를 보면, 트래픽 추이나 주가 추세에서 다음과 네이버에 별다른 변동 내용은 없었다. 이는 조중동이 뉴스 공급으로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뉴스 공급이 장기화되고, 그 뒤 정부 규제가 이어질 때 다음이 버틸 수 있을 지, 결과가 주목된다.
 
주) 서울신문에 관련 기사가 나와서 일부 내용 발췌합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80715024005

"14일 웹데이터 전문 분석기관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조·중·동의 뉴스공급이 중단된 이후 다음의 한 주동안의 조회수는 그 전 주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6월30일부터 지난 6일까지 다음 뉴스섹션의 순방문자(측정 기간 중 1회 이상 해당 사이트를 찾은, 중복되지 않은 방문자) 수와 페이지뷰(사이트 방문자들이 조회한 총페이지) 수는 각각 1286만 1911과 10억 7907만 8000이었다. 반면 조·중·동이 뉴스공급을 끊은 7일 0시부터 13일까지의 순방문자와 페이지뷰 수는 각각 1285만 1246과 10억 2102만 3000이었다."
 




2008/07/02 - [조중동 몸살 프로젝트] - 조중동, 사상 최악의 악수를 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