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학생회 선거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미 일간지 기사를 통해서
운동권 총학생회가 부활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으셨을 것입니다.
(<독설닷컴>이 이 내용을 가장 먼저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 말고도
흥미로운 내용이 많습니다.
재미있는 내용과 의미있는 변화를
몇 가지 꼽아보았습니다.
2008 대학 총학생회 선거 4대 관전 포인트
하나, 자매 총학생회장 나올 수 있을까?
올해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서
성공회대 총학생회장 후보로 나온 박명희씨와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후보로 나온 박민희씨는 자매입니다.
만약 이들이 동반 당선된다면 ‘자매 총학생회장’이 등장하게 됩니다.
둘 다 촛불집회에 열성적이었던 운동권 계열 후보로 분류되는데 당선된다면 ‘촛불 자매 총학생회장’이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일단 성공회대 박명희 후보는 당선이 아주아주 유력합니다.
단독 후보이기 때문입니다.
박 후보는 저도 살짝 검증한 적이 있습니다.
박 후보는 지난해 ‘시사저널 파업’ 당시 후배들과 함께 와서 우리를 찾아와서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화여대 박민희 후보(왼쪽). 포즈가 살짝 어설프시다.
이화여대 ‘세상도 이화도 바꿔야 산다’팀 정후보로 나온 박민희 후보는 활동을 아주 열심히 한 후보입니다.
경력이 아주아주 화려합니다.
‘이화여대 등록금 150만원 실현 운동본부 본부장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이화인모임(광이모) 대표
김윤옥 말고 진짜 자랑스러운 이화인 상 제정위원회 기획총괄’입니다.
세 번째 경력이 가장 마음에 드는군요.
둘, 비운동권 총학에 대한 심판 계속 될까?
그동안 총학생회 선거의 일반적인 양상은
학생들이 선거에 무관심하고
특히 운동권이 외면당하고 비운동권이 득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촛불집회 이후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올해 총학생회 선거의 최대 이변은 운동권이 부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부패한 비운동권'도 질린다며, 다시 운동권을 찾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국민대 외국어대 충남대 울산대 등
비운동권이 3년 이상 장기 집권하던 총학생회를 운동권이 되찾았습니다.
이런 기세가 계속 이어질 지 궁금합니다.
명지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모습.
이와 관련해서 관심을 모으는 대학은 명지대입니다.
명지대도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3년간 장기집권을 했습니다.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집권하는 동안 명지대는
3년 동안 학내 집회가 거의 없었을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학교와 ‘윈윈’을 도모한다는 총학생회의 의지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참담합니다.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서 등록금이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덕분에 명지대는 현재 ‘등록금 상위권’ 대학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학생들이 돈을 퍼 주었는데 재단은 휘청거립니다.
명지대 재단은 현재 부도위기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명지대에서도 ‘심판 선거’가 이뤄질 지 관심을 모읍니다.
셋, '뉴라이트 경력'은 이제 폭로의 대상?
각 정당이나 이념단체들은 대학생 조직을 키우려고 합니다.
현재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나 사회당 학생 조직, 한나라당 대학생위원회 등 정당의 대학새 조직들이 많습니다.
뉴라이트 학생연합, 자유주의 학생연합 등 이념단체들도 대학생조직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총학생회 선거에서 나타나고 있는 경향은
운동권 후보가 운동 경력을 숨기는 것처럼
비운동권 후보가 뉴라이트 관련 경력을 숨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둘 다 폭로의 대상이 될 정도입니다.
뉴라이트 경력을 숨기는 것으로 봐서
대학사회에 ‘뉴라이트’에 대한 혐오감이 팽배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명지대학교에서는 한나라당 학생위원회 간부 출신이 용인캠퍼스 총학생회에 출마하려다 이런 반감 때문에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뉴라이트’ ‘반한나라당’ 정서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통적으로 전라도 대학들은 야성이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북대 등 일부 전라도 대학이 뉴라이트 세력이 가장 득세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곳에서 육성된 뉴라이트 학생들이 서울에 위치한 대학으로 편입해서 총학생회 선거에 나오는 경우까지 있다고 합니다. 이런 양상을 파악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넷, 비리재단 엄호하는 '어용 총학' 나오나?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서 몇몇 총학생회는 비리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많은 사학 비리재단이 철퇴를 맞고 퇴진했습니다.
이들을 대신해 임시이사가 파견된 대학이 많습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이 비리재단들이 복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걸림돌은 총학생회입니다.
총학생회가 강하게 반대할 경우 여론의 반대로 복귀가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구재단 측에서 자신들을 방조할 후보를 총학생회 선거 때부터 지원한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제대로 파헤쳐져야 할 부분입니다.
경기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공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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