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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봉춘 지키미 게시판

무한도전 김태호 PD를 팔아먹는 선배와 친구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 5.



제목이 좀 자극적이죠?
남 욕하는 건 아니구요,
제 욕입니다 .

김태호 PD를 팔아먹는 선배는
바로 저를 말하는 것이고,
친구는 <PD수첩> '광우병편'을 제작한
이춘근 PD를 뜻합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무한도전 김태호 PD.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언론장악 7대 악법' 개정을 막기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이 12월26일 시작되었습니다.
김태호 PD도  편집기를 놓고 파업에 동참했습니다.
그만큼 현 상황이 절박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12월30일 시민들과 함께 한 촛불문화제에는 김태호 PD도 예능국 동료 PD들과 함께 참가했습니다.
저도 오래간만에 태호를 보았습니다(김 PD는 제 학교 후배입니다).
매우 추운날이었는데(그날 현장 취재를 했던 블로거 중 여러분이 감기에 걸리셨더군요),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태호를 보자 '언론노조 총파업 블로거 특별취재팀'으로 현장을 취재하고 있는 블로거들과 '토막 만남'을 주선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블로거들은 이미 MBC 노조와 간담회를 하고 온 상황이었지만 김 PD를 만나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었습니다.


태호는 완곡하게 거절했습니다.
사실 좀 위험한 일이기는 했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블로거들을 통해서 유포되면
조중동으로부터 역풍이 불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태호를 이해했습니다.


저의 두 번째 스토킹은 태호에게 기고를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시사IN에서는 일종의 '지면파업' 성격을 갖는 특집을 꾸렸습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언론 장악에 맞서 펜과 카메라를 놓고
파업하거나, 파업을 지원하거나(KBS), 사실상 파업 상태(YTN)인 기자나 PD들의 목소리를
대통령과 한나라당 의원과 조중동 사주와 국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지면을 대여하는 기획이었습니다.
이들에게 편지를 쓰는 필자로 태호에게 부탁을 했는데, 답신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제 태호에 대한 스토킹은 그만하기로 했습니다. 미안~~~)


급하게 <PD수첩> '광우병편'을 제작했던 이춘근 PD(현 W팀)에게 부탁을 했는데,
글을 받고 완전 뒤집어졌습니다.
김태호 PD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기 때문입니다.
'이심고심이'이라 할까요?
이춘근 PD 역시 김태호 PD로 낚을 생각을 했더군요. ㅋㅋ
이 PD가 '시사저널 파업'을 열심히 취재했었는데, 그때 많이 배운 것 같더군요.
이 PD의 양해를 얻어 시사IN 지면에 실었던 편지글을 공개합니다.


이번 '파업 동참 방송인의 편지' 기획에서는 이외에도
(파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곳과, 파업을 지원하기로 한 곳(KBS), 사실상 파업에 준하는 투쟁을 하는 곳(YTN)이 있지만, 편의상 '파업 동참 방송인의 편지'로 묶었습니다.)
SBS 윤창현 기자가 시사IN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CBS 정혜윤 PD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고,
EBS <지식채널e> 를 제작했던 김진혁 PD가 조중동 사주가 새겨들어야 할 내용을 
KBS 황응구 PD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을  전했고,
YTN 황혜경 기자가 촛불시민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습니다.
다른 편지글도 차후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MBC 이춘근 PD. 요즘 이꼴을 하고 파업현장을 누비고 계시다.




촛불 권하는 사회

- 무한도전 김태호PD에게 보내는 편지



이춘근 (MBC 시사교양국 PD) 


 태호야~ 네가 나보다 1년 먼저 입사한 회사선배지만, 우린 스무 살부터 친구니까 이 편지는 사석에서처럼 반말로 쓸게~

 안암동에 있는 너희 학교와 신촌에 있는 우리 학교는 사람들이 라이벌이라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서로 자극이 되는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 우리가 처음 만난 건 94년 봄에 있었던 신방과 과교류회였지.

 너에 대한 첫인상은 뭐라고 해야 하지. 음... 쇼킹했던 의상선택, 패셔너블한 아이템 등 척 봐도 보통사람이 아니구나 싶었단다. 나도 청바지에 그림을 그리고 다니던 우리 과에서 알아주던 ‘돌아이’였지만, 재기발랄한 네 모습에 그냥 혀를 내두르고 말았지.  

 종이컵에 따른 소주에 안주라고는 새우로 만든 과자밖에 없었지만, 잔디밭에 둘러앉아 서로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던 그날 밤은 아직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단다. 그로부터 16년 후 넌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예능PD가 되었고, 나도 부끄럽지 않은 언론인이 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지.

 태호야! 근데 이상한 사람들이 MBC를 민영화해야 된다는 둥 자꾸 헛소리를 해대서 요즘에는 마음이 좀 심란하다. 자막 없는 <무한도전>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네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

 우리는 신문방송학을 공부한 사람들이잖아. MBC가 만약 공영방송이 아니었다면 <무한도전>이나 <PD수첩>같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을까?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도 시청률이 낮아서 고전한 적이 있었잖아? 만약 MBC가 돈 버는 게 제일 목표인 민영방송이었다면, <무한도전>은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진작 폐지되지 않았을까 싶어.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며 1등이 되기를 강권했던 대기업이 MBC를 가지고 있었다면,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캐릭터만 모인 <무한도전>이라는 기획이 윗선에서 까이지 않고 전파를 탈 수 있었을까? 그리고 유머감각이라고는 쥐뿔만큼도 없는 보수족벌신문이 MBC를 가지고 있었다면, <무한도전>의 백미인 ‘자막’도 높으신 분들 심기불편하게 하는 게 없는지 검사를 받아야 했겠지.

 만약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 또는 유통하는 기업이 MBC의 대주주라면 작년에 내가 만들었던 <PD수첩-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를 방송하게 놔뒀을까? 작은 제작비로 돈 벌려고 저질 프로그램을 양산하는 몇몇 케이블TV를 가지고 있는 재벌들이 MBC의 주인이라면 국제시사프로그램 <W>는 고환율 때문에 진작 폐지했을 것이고, 명품다큐로 칭찬 듣는 무려 20억이나 제작비를 들인 <북극의 눈물>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꿨을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MBC가 민영화가 된다면 아마 지금처럼 프로그램 만들기는 힘들 것 같아. 그럼 시청자들도 지금 같은 MBC 프로그램을 보지 못할 거구...

 내 친구 태호야! 16년 전 어느 날처럼 오늘밤도 우리는 안에든 내용물이 바뀌었을 뿐 종이컵을 같이 들고 있구나. ‘술 권하는 사회’에서 ‘촛불 권하는 사회’로, 대한민국은 그동안 진보한 걸까? 퇴보한 걸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뉴스데스크> 신경민, 박혜진 앵커의 멋진 클로징멘트를 계속 듣고 싶다면, 퇴근하고 집에 가서 가족들과 <PD수첩>, <불만제로>를 보고 싶다면, 주말에 깔깔 웃으며 배꼽잡고 <무한도전>을 보고 싶다면 우리 MBC가 계속 공영방송으로 남아야한다는 거겠지.

 국민들이 많이 도와주셔야 가능하겠지만 ‘촛불 권하는 시대’가 끝이 나고 따뜻한 봄날이 오면 신촌이든, 안암동이든 다시 한 번 만나서 소주 한 잔 마시자꾸나.

 아~ 물론 MBC의 주인인 국민들께는 더 멋진 프로그램으로 보답해야겠지. 추운데 감기 조심하구~



  

<알자지라>의 자존심, '적들도 믿는다'
왜? 정확하니까.

<독설닷컴>의 자만심, '적들도 클릭한다'
왜? 궁금하니까.

지난 한 해 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언론노조 총파업을 지지하는 '독설닷컴'은
올해도 '언론장악 7대 악법' 개정을 막아
조중동과 재벌의 '방송 사영화'를 저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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