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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자들, PD들/언론노조 1차 파업 관련 포스팅

"조중동과 한나라당, 아마추어 같았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 15.

'언론장악 7대 악법' 개정 문제를 놓고
언론과 정권이 정면으로 맞섰다. 

정부가 법 개정을 밀어붙이자   
언론노조는 총파업으로 응수했다.
12월26일부터 1월7일까지
13일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언론과 정권의 싸움,
1라운드의 승자는 언론이었다.
정권은 법 개정을 다음 임시국회로 미뤘다.

언론노조 총파업을 진두지휘한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을 만났다.






‘언론 장악 7대 악법 저지’를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이 지난해 12월26일 시작해 1월7일 끝났다. 본회의장을 점거한 야당 의원들에 막혀 한나라당이 법안 처리를 유보했기 때문이다. 법안 처리는 2월 임시국회로 미뤄졌다. 한시적이긴 하지만, 일단 언론노조가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언론노조가 주장한 신문·방송 겸영 금지와 조·중·동과 재벌의 방송 진출 금지, 그 마지노선이 지켜졌다. 이번 총파업을 진두지휘한 사람은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위원장이었다. 





1월7일 정리집회에서 공식 승전 선언을 했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바로 다가올 다음 싸움에 대한 압박감이 컸지만, 그리고 한시적이고 잠정적인 승리지만, 함께 싸운 언론 노동자들의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해 승전 선언을 했다. 머릿속은 복잡했다. 저들이 어떤 구실로, 어떤 수단으로 직·간접 공격을 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일의 일은 내일의 태양이 해결해줄 것이라 믿고 일단 기쁨을 나눴다. 언론 노동자와 시민들이 이 기쁨을 만끽할 필요가 있었다. 이 힘을 바탕으로 다음 싸움도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총파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성공적이었다. 조합원들의 역량이 신속하게 결집되었다. 이 파업을 지난 1년 동안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번에 결실을 본 것 같다. 시민들과 직접 부딪치면서 홍보전을 전개한 것도 주효했다. 여론이 우리 편이었다. KBS를 포함한 일부 방송사 노조와 신문사 노조가 결합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파업에 돌입할 무렵과 파업 마무리 시점의 상황 변화는?

법안 저지가 힘들 것이다, 불가능할 것이다 하는 예상이 난무했다. 심지어 민주당 의원들도 “우린 막지 못합니다. 뒷일을 부탁합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막아낼 수 있고 없고도 중요하지만,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황이 너무나 긴박했다. 지금이 아니면 싸울 수 있는 시간도 없다는 절실함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했다.


어느 시점에서 ‘막을 수 있을까’에서 ‘막을 수도 있겠다’로 판단이 바뀌었나?

12월30~31일 1박2일 집회를 거치면서다. 대오가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지역 민방, 지역 신문 등이 결합했고, KBS 직능단체들이 지지 선언을 쏟아냈다. 특히 KBS 노조 집행부가 지지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무게중심이 우리 쪽에 쏠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파업 승리의 비결을 꼽는다면?

10년 만의 총파업이라 걱정이 많았다. 지난 1년 동안 준비했다고는 하지만 전략전술을 아주 정교하게 짠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모두 신속하게 자기 역할을 찾아서 제몫을 해주었다는 것이다. ‘파워블로거’들이 인터넷 여론을 조성해 주었고 ‘미디어행동’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단체가 오피니언리더 계층을 움직여주었다.


언론노조 차원에서 역점을 둔 부분은?

워낙 많은 법안이 상정되었기 때문에 언론 의제가 묻힐 수 있다고 보았다. ‘반민주 악법’의 큰 틀로 저지선의 범위를 넓히면 힘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조·중·동 방송, 재벌 방송, 한나라당 방송을 막아야 한다’며 언론 의제에 주목했다. 그것이 성공 요인인 것 같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패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MBC를 고립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자사 이기주의와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갔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SBS·CBS·EBS가 자사 이기주의에 빠지지 않고 끝까지 함께했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분리’는 실패했고, 우리의 ‘연대’는 성공했다. ‘밥그릇 싸움’이라고 걸고넘어졌는데, 그렇게 막장으로 나온 것 자체가 패배를 인정한 것이었다. 아마추어 같았다.  


고비는 없었나?

SBS 사측이 이번 총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단하겠다고 뉴스에 사고를 냈을 때다. 회사를 상대한 싸움이 아니었기 때문에 경영진이 중립을 지키리라고 예상했는데, ‘민영방송은 통제받기 쉽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SBS 노조원들이 파업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KBS 노조가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것도 변수 아니었나?

KBS 노조의 참여는 설계 단계에 계산에 넣지 않았기 때문에 변수가 아니었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 누리꾼이나 일반 시민과 유대를 강화했다. ‘YTN 지킴이’ 등 언론 문제에 관심이 있는 누리꾼 단체와 자주 교류했고 다른 산별 노조와도 ‘품앗이 투쟁’을 많이 해서 보험을 들어두었다. ‘KBS 사원행동’ 소속 회원 1000여 명은 상황이 긴박해지면 나와줄 것이라 기대했다.


이번 파업이 언론계에 미친 영향은?

‘자신감’ ‘희망’ ‘용기’, 이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집요한 압박에 질려버렸다가, 그리고 체념했다가 이 세 가지를 되찾은 것 같다.


2라운드는 어떻게 전개되리라 보는가?

확전하려고 한다. 시작부터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한 언론노조의 싸움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시민사회의 싸움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번에는 언론노조가 주력이었지만 이제 범시민·범국민 투쟁으로 승화해야 한다. MB 악법이 미칠 영향은 광범위하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전반에 관한 문제다. 정권이 다음 싸움을 전개하려면 정권의 명운을 걸고 덤벼야 할 것이다.


외부의 도움이 원활하게 전해질 것 같은가?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이 감옥에서까지도 언론노조 총파업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민주노총 차원의 지원을 부탁했지만, 사실 크게 도움 받지는 못했다. 각 산별 노조 상황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노조가 총파업에 승리하면서 그 가치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인원으로는 다른 산별 노조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지만 ‘언론’이기 때문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했다. 2라운드에서는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2라운드에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요즘 주된 고민은, 내가 저쪽 사람이라면 우리 진영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일단 지도부 구속 등 전통적인 방법이 있을 것이고, 특정 회사를 고립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 치졸한 방법을 쓸 수도 있다. 홍보 수단을 비롯해 압도적인 물적 기반을 정부가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