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가 돌아왔다.
정두언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뒤
중국에 있는 이재오 전 의원을 만나고 왔다.
언론 보도는 이재오 전 의원에 방점이 찍혔지만
나는 정두언 의원에 주목했다.
정 의원이 이 전 의원에게 간 것은
역할을 맡기려고 간 것이 아니라
역할을 막으려고 간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상득 의원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더욱 강해진 정두언이 돌아온 것이다.
정두언은 이제 '왕의 남자'를 넘어서 '형의 남자'가 되었다. 지난 12일 그가 또 다른 '형의 남자' 박영준 국무차장과 만나 묵은 감정을 풀었다는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주목해야할 사람은 두 명이다. 내각에서는 박영준 국무차장, 한나라당에서는 정두언 의원. 정두언 의원에게 이명박 정부 집권 2기 구상과 관련해 세 번째 인터뷰를 신청하려고 한다. 그에 앞서 지난 두 번의 인터뷰(시사IN 기사)를 다시 올린다. 그의 캐릭터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사실 정두언 의원과의 세 번째 인터뷰는 지난해 6월에 하려고 했었다. 인터뷰를 위해 한 달을 공들였다. 그러나 결국 정두언 의원은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매체가 인터뷰 대상을 선택할 수 있듯이, 인터뷰 대상도 매체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니까. 개인적으로 <조선일보>가 ‘정두언의 입’을 빌려 청와대와 1기 내각에 대한 ‘숙청 주문서’를 던지는 것이 흥미로웠다.
정두언 의원 인터뷰에 공을 들였던 이유 중 하나는 ‘인터뷰 3부작’을 완결 짓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대선 전과 대선 후에 정 의원과 인터뷰를 했다. 세 번째 인터뷰를 통해 변화된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다. 권력 핵심에서 밀려난 그를 인터뷰해 권력의 심장을 겨냥해 보려고 했다.
흥미로운 것은 정 의원 인터뷰의 제목에는 늘 정동영이 언급된다는 점이다. 대선 전 첫 번째 인터뷰의 제목은 “정동영이 단일 후보 되면 거저먹기다”였고, 대선 후 두 번째 인터뷰 제목은 “4월 총선에서 정동영과 겨루고 싶다”였다. 총선 직전 지역구에서 ‘미니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그의 첫 마디는 “정동영을 정몽준한테 빼앗겨서 선거가 싱거워졌다”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정동영을 계속 언급하는 것이 그가 정치적 성장을 위해 정동영을 밟고 가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정동영을 이겨 대형정치인으로 성장해 ‘서울시장’에 도전하려는 수순으로 보였다. 그런 그가 ‘정동영타령’을 멈추고 권력 핵심을 겨냥한 발언을 작심하고 쏟아냈다. 귀가 쫑긋했다.
정 의원은 청와대 류우익 비서실장과 박영준 비서관, 그리고 당의 이상득 의원 을 지목하며 이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력의 트라이앵글을 이룬 이들 셋을 정 의원이 직접 겨냥한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정 의원이 이들 셋을 지목하고 비난한 것은, 대통령에게 청와대 수석 개편과 내각 개편 때 이들 외의 세력을 쳐내는 것이 아니라 이들 세력을 쳐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선상 반란은 실패했고 그는 권력의 변방을 서성이게 되었다.
어렵게 '국민소통위원장'으로 재기한 그가 '대통령과 당' '대통령 형과 이재오 전 의원'의 소통을 맡는다면 그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대선 전 인터뷰에서 그는 칼 로브나 딕 모리스 모두 선거 캠페인의 귀재였을 뿐 아니라 내부투쟁의 승자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그는 그들처럼 내부투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이제 집권 1년 만에 '권토중래'한 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대선 전 인터뷰와 대선 후 인터뷰를 공개한다.
<대선 전 인터뷰>
"정동영이 단일 후보 되면 거저먹기다"
이명박 캠프 정두언 전략기획총괄팀장 인터뷰
10월30일은 대선 전 50일이 되는 날이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50일 동안 각 캠프에서 선거전을 진두지휘할 야전사령관 3인을 만나 대선 전략을 들어보았다.
이번 대선은 ‘네거티브 캠페인’이 당락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런 ‘대세’를 반영해 인터뷰 역시 후보의 한계와 맹점에 대한 ‘네거티브 질문’을 주로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명박 캠프에서는 정두언 선대위 전략기획총괄팀장을, 정동영 캠프에서는 민병두 선대위 전략기획실장을, 문국현 캠프에서는 김영춘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만나보았다.
- 이번 대선은 어떤 게임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이명박 대 반이명박 게임이다. 이명박 후보는 이제 상수다. 국감장에서 여당 의원들이 이 후보를 공격할 때 보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질문을 한다.
- 결국 최종적으로는 51 대 49의 게임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그렇게 얘기하면 마음은 편하겠지. 과거와 다르다. 차이가 많이 날 수도 있다. 예전과 정치 지형이 많이 바뀌었다. 한나라당의 영남 지지세와 후보의 수도권 지지세가 결합되어 이 후보 지지율을 받치고 있다. 강력한 두 덩어리의 세력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
- 그래도 저쪽은 두 번이나 승리한 경험이 있다.
어떤 선거도 같은 선거는 없다. 천하의 딕 모리스와 칼 로브도 한 번 통했을 뿐이다.
-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달라.
세 가지다. 하나, 네거티브 캠페인. 둘, 후보의 안전과 테러 문제. 셋, 후보 본인의 실수다. 특히 네거티브 캠페인이 가장 걱정된다. 범여권은 BBK에 올인하는 분위기인데, 무엇이 나올지 나도 궁금하다.
- 대선에서 가장 큰 돌발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후보 유고 시 선거가 그대로 치러진다. 개정안을 냈는데 저쪽에서 반대했다. 후보 유고를 전제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 같다. 웃기는 얘기다.
- 남북 정상회담 변수는 어느 정도였던 것으로 평가하나?
이제 다 꺼지지 않았나? 북한 변수가 이제 별로 효험이 없는 것 같다.
- 정동영 후보는 개성공단을 대표 실적으로 부각하는데?
여론조사를 해보면 일반 국민들이 개성공단을 그렇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지만은 않다.
- 이명박 후보는 경선에서 이겼지만 ‘당심’에서 패했다. 부담스럽지 않나?
이 후보가 당심에서 졌던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참여 경선 협상을 잘못해서다. 국민참여 선거인단의 연령대를 안배했어야 했다. 둘은 막판의 검찰 개입으로 부동층이 흔들려서다. 경선과 관련해서는 평가해줄 만한 부분도 있다고 본다.
- 어떤 부분을 평가해줄 만하다는 것인가?
이명박 후보는 한나라당 비주류였다. 이상득·이재오·정두언 말고 이 후보 옆에 누가 있었나? 비주류가 당내 선거에서 이긴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 선거인단 투표에서 진 것에 대해 누군가 책임은 졌나?
‘후보는 이겼지만 캠프는 졌다’면서 모두 분발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후보가 책임을 묻지 말라고 했다.
- 그런 결과를 예견한 사람은 있었나?
최시중 고문이 정확히 예견했다. ‘이긴다. 그러나 당심에서 지고 민심에서 이겨서 이긴다’라고 말씀했는데, 맞았다.
- 현재 구도,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정동영 후보가 되는 것은 예상했나?
예상과 달랐다.
- 예상은 누구였나?
이해찬 전 총리였다. 노무현 대통령과 DJ가 모두 원하는 후보였으니까. 그런데 노심과 김심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 후보가 결정된 후 ‘정동영 후보가 더 쉽다’고 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나?
지역적 한계가 있으니까.
- 범여권의 단일화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어려울 것이다. 일단 이인제와 정동영은 안 될 것이다. 너무 다르니까. 문국현은 어느 정도 떠야지 단일화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인데, 쉽지 않을 것이다.
- 단일화 대상으로 누구를 더 선호하나?
정동영 후보가 낫다. 정 후보는 한계가 명확하지만 문 후보는 미지수다. 문 후보는 선거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알 수 없는 변수라 달갑지 않다.
- 이인제 후보는 감안하지 않나?
대선보다 총선이 목적이라고 본인이 이야기하더라. 그러므로 논외다.
- 정 후보도 20% 넘는 지지도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우려되지 않나?
못 넘으면 심각한 것이지 넘은 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더 두고봐야 한다.
- 정 후보가 결정되자마자 본인이 직접 나서서 후보 부친의 친일 행적 등을 주장하며 네거티브 캠페인에 나섰다. 왜 그랬나?
타이밍이 중요하니까. 때를 놓치면 효과가 없다. 사실 이 후보도 말렸다. 그러나 그냥 두면 안 되겠다 싶었다. 우리 후보 의혹과 함께 상대 후보 의혹도 함께 실리도록 언론 보도를 유도해야 했다. 저쪽 후보에 대해 문제 제기를 안 하면 우리만 일방적으로 당한다. 이전투구로 비치는 것이 차라리 낫다.
- 공격수라는 말을 들으면 정치적으로 성장하기에 불리하지 않나?
길게 안 본다. 당장 그 일이 필요하면 할 뿐이다. 많은 것을 생각 안 한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일하면 일이 제대로 안 된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 먼저 나섰다.
- BBK 김경준씨 국내 송환에 정동영 후보 측근이 개입한 증거물이 있다고 했다. 증거물 제시는 언제 할 것인가?
상대방이 하는 것 봐가면서 해야지. 적절한 ‘타이밍’이 오면 할 것이다.
- 본인이 직접 나선 것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공격의 ‘사인’을 보낸 것 아닌가? 이후 매섭게 정 후보를 몰아붙이는 것 같던데.
절박함의 표현이라고 본다. 혹은 당과 정권교체에 대한 충성의 표현이라고 본다.
- 하지만 개중에는 ‘깜도 안 되는 의혹’ 제기도 있는 것 같다. 후보 호적이 늦게 신고되었다고 부친의 준법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좀 심하지 않나?
여러 사람이 하다 보니까. 어쩌겠나. 그런 사람도 있는 것이지.
- 상대방도 매섭게 공격하고 있다. 여전히 ‘이명박은 한 방에 간다’고 장담하는데.
지금까지 수십, 수백 방 맞았다. 한두 방 더 맞아도 지장 없다.
- 아직 당내 정돈이 안 된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표가 ‘나를 지지한 사람이 죄인입니까’ ‘꼭 살아남아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섭섭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언론은 박 전 대표가 우리를 응원하는 백 마디 말보다, 서운함을 토로하는 한마디 말을 강조한다. (경선이 끝난 지)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고 이미 많은 (친박근혜) 사람이 돕고 있다. 박 전 대표 본인도 수차례 돕겠다고 했다. 이제 일단락되었다.
-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도 아직 돕지 않고 있다.
내 전화를 안 받으니 만날 수가 없다. 내가 죄인이 된 것 같다.
- 이회창 전 총재 쪽도 출마설로 시끄러운데.
내가 아는 이 전 총재는 그렇게 가볍게 판단하고 움직일 분이 아니다. 믿는다.
- 보수 세력 중에서는 이회창 전 총재가 ‘진짜 보수’이고 이명박 후보는 ‘가짜 보수’라고 하던데.
한나라당은 두 차례 대선에서 실패했다. 집토끼만 가지고는 싸움이 안 된다. 산토끼를 잡아야 한다. 보수만 가지고는 승리할 수 없다. 외연을 넓혀야 한다.
- 외연을 넓히는 데 심대평 대표가 중요한 연대 대상이 될 것 같다. 연대를 추진하고 있나?
지금처럼 시간이 많이 남았을 때는 안 된다. 연대가 이뤄지려면 서로 다급해야 한다. 어쨌든 심 대표는 우리에게 중요하고 귀한 존재다.
- 심 대표는 행정수도를 재추진하겠다고 하는데, 이 후보와 다른 견해이지 않나.
심 대표는 선거 전략상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 ‘3불정책 폐지’ ‘금산분리법 반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전반적으로 공약이 센 것 같다.
‘이명박답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 공약이 너무 ‘친재벌적’ 아닌가?
피상적으로 보면 그럴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진정 서민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1위 후보인데 굳이 논쟁을 유발할 필요가 있나?
선거 전략상 필요하다. 반대 없는 공약은 임팩트도 없다. 반대를 두려워하면 찬성도 얻지 못한다.
- 공약 발표 전에 보통 ‘표 계산’을 해보고 발표하지 않나?
그런 조사를 하지는 않는다. 확신을 가지고 했다. 다만 3불정책에 대해서는 다소 긴가민가했다. 막상 발표하고 나니 생각보다 여론 지지가 높게 나타났다. 국민의 생각이 바뀌었다.
- 정 의원은 세 번이나 음반을 낸 엄연한 가수다. 동료 연예인이 캠페인을 좀 도와주나?
설운도·이봉원·정한용 등이 도와주고 있다. 큰 힘이 된다.
<대선 후 인터뷰>
“4월 총선에서 정동영과 겨루고 싶다”
정두언 의원은 바빴다. ‘이명박 당선자의 최측근’ ‘이명박의 복심’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그는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대선 다음 날인 2007년 12월20일 인터뷰 섭외를 위해 SBS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스튜디오를 오가며 대선 특집방송과 정시 뉴스, <김승현·정은아의 생방송 좋은 아침>까지 무려 세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었다.
애초 정 의원과 <시사IN>의 인터뷰는 12월21일에 진행되어 15호에 실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터뷰 시간에 그는 급한 호출을 받고 광화문 안국포럼 사무실로 가야 했다. 마감이 다급했지만 그를 빼올 수가 없었다. 그를 부른 사람은 이명박 당선자였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인터뷰는 결국 이번 호로 연기되었다. 그러고도 약속 시간이 두 번 연기되는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서야 겨우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를 부르는 사람이 많았다. 수행비서관은 그가 하루에 300여 통 가까운 인터뷰 요청 전화나 각종 인사 청탁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실제로 인터뷰 동안에도 여기저기서 전화가 수시로 걸려왔다.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할 중요한 전화도 많은 것 같았지만 그는 웬만한 전화는 받지 않았다. 유일하게 받은 것이 당선자 비서실장인 임태희 의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정치권에서는 “정주영에게 이명박이 있었다면, 이명박에게는 정두언이 있다”라고 말할 정도다. ‘이명박의 이명박’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하는 스타일이 당선자를 닮아 ‘이명박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그에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벌써부터 이명박 당선자를 둘러싼 각종 세력으로부터 견제당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 의원의 위상은 확고하다. 그러나 인수위 구성 전후로 그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대선 50일 전 인터뷰에서 보였던 거침없는 언변을 이번에는 볼 수 없었다.
<시사IN> 15호에서 ‘이명박 정부가 넘어야 할 아홉 고개’로 제시한 과제에 대한 정두언 의원의 답변을 들어보았다. 아홉 고개로 제시한 과제는 ▲‘이명박 특검’이 될 BBK 특검 ▲‘여소야대’에서 맞는 총리 인사청문회 ▲한나라당 개혁과 ‘이명박당’ 만들기 ▲‘이명박당’의 비주류 박근혜 전 대표 ▲‘이회창당’ 혹은 ‘정통 보수’의 딴죽 걸기 ▲‘경제 살리기’ 기대감에 들뜬 국민 ▲계륵이 되어버린 ‘한반도 대운하’ ▲취임식 44일 뒤에 치러지는 총선 ▲이명박 스스로가 문제 등이었다.
- BBK 특검이 가장 큰 고비가 되지 않겠나?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대처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다. 2001년 김대중 정권에서, 2007년 노무현 정권에서 마무리된 사안이다. 달라질 것이 없다. 불필요한 국력 낭비다. 두 정부가 이명박을 봐줬겠나?
- BBK 동영상에 대해서는 당선자 본인의 해명이 없지 않았나?
그것 때문에 특검을 하나? 내가 삼성전자가 내거다라고 하면 내 것인가? 실체적 진실이 중요하다. 강의하다 헷갈렸다고 특검을 하나? 전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도 헷갈렸던 것을 또 헷갈렸을 뿐이다.
- 대통합민주신당에서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세게 할 거리가 없다. 이제 국민도 관심이 없다. 잘못하면 역풍이 불 수도 있다.
- 유시민 의원이 총리 등 신임 각료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반대한다면 난항을 겪지 않겠나?
그것도 역풍을 맞을 것이다. 잘하는 쪽에서 반대하면 모를까. 잘하지도 못하면서 발목을 잡는다고 비난을 들을 것이다.
- 한나라당도 김종필 전 총리를 비롯해 장상·장대환 등의 전력을 문제 삼으며 총리 인준을 거부한 전력이 있지 않나?
너 잘못했으니까 나도 잘못하겠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 도와줄 일은 도와줘야 한다.
- 당 개혁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이명박식 변화는 급격한 변화가 아니다. 점진적인 변화다. 한참 지나고 나면 많이 변화된 걸 알게 될 것이다. 당은 일단 변화보다 화합을 먼저 추구할 것이다.
- 박희태 의원이 ‘당정 분리’ 문제를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다시 당내 분란이 커지는 것 같다.
박희태 의원의 이야기는 원론적이고 옳은 얘기다. 다만 때가 맞지 않았을 뿐이다. 국정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는 당정 관계가 유기적이어야 한다.
- 공천을 앞두고 당내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선거 앞두고 공천을 놓고 세력 간 다투는 것은 언제나 있었던 일이다. 어디나 있는 일을 가지고 경선의 연장선상에서 큰 갈등으로 부각하는 것은 과장된 것 아닌가. 언론은 심각하게 보고 싶겠지만 심각하게 볼 일 아니다.
- 대선 과정에서 공을 세울 기회가 없었던 의원들이 불안해하는 것 같다.
대선은 공중전이다. TV토론·광고 등이 중요하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할 일이 별로 없다. 돈과 조직으로 하는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의원들 비중이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평시가 되면 의원들이 중요하다. 당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 ‘이회창 신당’의 성패에 대해서 어떻게 예상하나?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나?
명분이 없다. 출마 자체가 명분이 없었고 당을 만드는 것은 더더욱 명분이 없다. 처음에는 후보가 불안해서 나왔다고 했다. 그 불안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이제 당에 복귀하든지 끝을 내든지 해야 한다. 보수의 분열을 초래하는 것은 더 이상 명분이 없다고 본다.
- ‘이회창 신당’이 몇 석이나 얻을 것 같나?
몇 석까지? 글쎄.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국민은 ‘국정 안정’을 바란다. 이회창 후보가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분 말은 이제 못 믿겠다. 다 거꾸로 되었으니까.
- 개혁 과제로 공공 부문 축소와 정부조직 개편을 이야기했다가 공무원들이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자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이 공무원 정원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수습했다. 개혁 의지가 약한 것 아닌가?
김형오 의원 개인 의견이다. 초기라 혼선이 있는 것 같다. 당선자가 결정되지 않은 것을 언론에 알리는 것을 금지시켰다. 과거 다른 정부 인수위에서도 공식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것이 미리 알려져서 혼선이 빚어지곤 했다. 외환위기 이후 사회 각 부문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었다. 반면 정부 부문은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비대해졌다. ‘자기희생’이 필요한 상황이다.
-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이 높은 것 같다.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10년 동안 ‘무능 정부’ ‘좌편향된 사회’를 겪은 것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웬만큼 해서는 잘했다는 소리를 듣기 힘들 텐데, 부담스럽다.
- 어디서 점수를 따서 국민의 기대를 만족시키겠는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이 투자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 과학 클러스터 단지, 새만금 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진행할 것이다.
-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사실 부담스럽지 않나?
부담 없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간과하는 면이 있다. 대형 프로젝트는 타당성 조사를 거친다. 그런 후에 진행할 것이다.
- 당선 전후로 어떤 일을 했나?
당선되기 전부터 이후를 준비했다. 미리 준비해서 당선된 후에 바로 보여줄 것이 필요했다.
- 비서실 보좌역에 임명되었다. 어떤 역할인가? 언론에서는 ‘리베로’ 역할이라고 하던데.
축구도 아닌데. 리베로라는 표현은 조금 어색하다. 인수위 준비를 했는데 내가 들어가면 이상하지 않겠나. 훌륭한 분이 많은데 다 참여시키지 못해서 미안한 점이 많다. 나부터 참여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내가 불쌍했는지 당선자가 보좌역이라는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 과거 대통령과 비교해서 이명박 당선자의 인사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추상적이지 않고 실용적이다. 이 사람이 ‘일머리’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가령 문화부 장관이라고 하면 식견이 높은 것뿐만 아니라 일을 추진해낼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본다.
- 당선자는 정두언에게 ‘일머리’가 있다고 판단해서 중용하는 것일까? 당선자와 정 의원은 어떤 관계라고 보는가?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당선자는 정치적으로 외로운 처지였다. 서울시장에 출마할 때나 마치고 나와서나 지지하는 의원이 거의 없었다. 이상득·이재오·정두언이 있었을 뿐이다. 내가 많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선 과정에서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면서 내 일도 줄었다.
- 어찌되었건 당선자의 최측근 아닌가?
나더러 당선자의 측근이라는데 잘 이해가 안 간다. 나는 당선자 옆에 있어본 적이 거의 없다. 이번 대선 기간에도 내 지역구인 서대문에 왔을 때 잠시 수행했을 뿐이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나에게 연락해 상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는 오늘 후보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다. 이게 무슨 측근인가?
- 실무자 위주로 구성될 것이라던 인수위에 정치인이 대거 포함되었다. 왜 바뀌었나?
정치인도 전문성이 있을 수 있다.
- 정치인이 포함된 인수위안 보고서를 만들었나?
나는 기본 자료를 준비했을 뿐이다. 선택은 당선자가 했다.
- 정치인이 포함되었다는 것은 어떤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것이었나?
정책적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정무적인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이회창 전 총리와 가까운 홍문표 의원을 인수위에 넣은 것을 두고 ‘발목잡기용’이라는 해설이 있다. 전문성을 감안한 인선인가?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4년 동안 활동했다. 전문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 앞으로 본인의 정치적 과제는 무엇인가?
지역구(서대문 을) 관리를 못해서 지역구 관리 좀 해야 한다. 우리 지역구에서 정동영 전 의장이 출마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서 선거다운 선거 좀 치렀으면 좋겠다. 박영선 의원이면 거저먹기인데, 그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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